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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경제] <45> 종단 재정제도, 어떤 방법이 좋을까?
  •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 승인 2017.12.0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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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화·분권화 장단점 있어
두 가지 제도의 병존 좋지만
사찰의 바람직한 운영 위해
장점이 두드러진 종단 돼야

가톨릭은 집권적인 조직이다. 모든 개별 성당은 독자적인 권한이 주어지지 않고 교구 소속으로 상부의 지시에 따르고 있으며 교구 또한 피라미드 체계 속의 한 단계에 불과하다. 최고의 정점에는 로마에 있는 교황청이 있다. 교황청은 전 세계 모든 가톨릭 성당을 사실상 지휘감독한다고 볼 수 있다. 가톨릭이 세운 서강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파란색 눈을 가진 외국인 신부가 파견돼 가르치고 행정 일을 보기도 했다.

가톨릭에서 신부는 철저하게 인사이동 명령에 따른다. 자기 성당이라는 것은 전혀 없고 아무리 신설 성당이라 할지라도 특정 신부가 종신으로 성당을 관리하고 책임지지는 못한다. 어떤 사람이 기부금을 내어 성당을 지었다고 하더라도 그 성당은 개인 소유가 아니며 신부는 주기적으로 교체돼 발령된다. 수녀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한국의 신부와 수녀가 미국에 있는 교포 대상 성당으로 발령받기도 한다.

개신교는 철저하게 분권적인 조직이다. 교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개신교는 대체로 개별 교회가 완전히 독자적인 권한을 갖는다. 개척교회의 경우는 창립자가 후계자를 정할 때까지는 계속해서 목사직을 맡는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교단인 장로교의 경우 장로회가 창립한 목사를 가끔 내쫓고 다른 목사를 초빙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개척교회를 일군 목사는 후계자를 정하고 은퇴할 때까지는 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종신직이라고 볼 수 있다.

조계종은 집권적인 요소와 분권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종교교단이다. 가톨릭처럼 직영 사찰이 있어 조계종 총무원의 직접 통제를 받는가하면 개신교처럼 완전히 독자적인 운영권이 부여된 개별 사찰이 있다. 대부분의 사찰은 직영이 아니다. 총무원과 문중의 관계는 분권적인 관계지만 문중과 문중 산하의 개별 사찰과의 관계는 집권적인 관계이다. 이처럼 조계종은 집권적 요소와 분권적 요소가 매우 복잡하게 중첩된 조직이다.

돈 문제야말로 갈등을 유발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부처님 사후 ‘금은정’이라는 돈 문제로 인해 교단이 둘로 분열한다. 돈 문제 때문에 대형교회에서 목사와 신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사찰에서도 스님의 비자금이 가끔 문제가 된다. 재정 문제라는 조직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에도 집권과 분권이라는 선택이 있다. 만약 모든 사찰의 수입을 조계종 총무원에서 취합해 다시 개별 사찰에 분배해준다면 중앙집권적 재정제도다. 모든 사찰이 개별적으로 수입을 갖고 조계종 총무원에는 규정에 의해 일정액을 납부하는 제도는 분권적 재정제도이다. 결국 개별 사찰에게 일정액을 주고 나머지는 모두 총무원이 갖는 집권제도와 총무원에게 일정금액을 납부하고 나머지는 모두 개별 사찰이 갖는 분권제도를 놓고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집권적 요소가 필요한 조직이 있고 분권적 요소가 필요한 조직이 있다. 예를 들어 군대와 경찰은 집권적 요소가 매우 강하게 요구되는 조직이지만 학교나 연구소는 분권적 요소가 필요한 조직이다. 조계종은 어떤 조직일까? 집권적인 재정제도와 분권적인 재정제도 중 어떤 제도가 더 바람직할까? 여기에는 정답이 없다. 집권적인 재정제도에도 장단점이 있고, 분권적인 재정제도에도 장단점이 있다. 집권적 재정제도가 필요한 조직이 있고 분권적 재정제도가 필요한 조직이 있다.

불교는 이분법을 경계하고 흑백논리를 배격한다. 집권이 좋다고 말할 수도 없고 분권이 좋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적당히 섞어서 애매하게 만들어 놓고 이것이 불교가 추구하는 ‘중도’라고 합리화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조계종을 완전히 집권적이거나 분권적인 조직으로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다. 오늘날 조계종이 처한 현실, 변화하는 환경, 다가오는 미래, 세계적 추세를 놓고 볼 때 당분간은 집권적 요소와 분권적 요소가 병존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현 상태에서 조금 더 집권적으로 변화해야 하는지 조금 더 분권적으로 변화해야 하는지는 추후 연구와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두 가지 제도를 병행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자칫 집권화의 단점과 분권화의 단점만이 횡행하는 조계종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집권화의 장점과 분권화의 장점이 두드러지는 조계종이 됐으면 한다. 지난 10년 동안 불교 인구는 300만명이 감소했다. 불교라는 좋은 교리를 현대인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사찰이 바람직하게 운영돼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재정제도부터 고심해 보아야 한다.

[불교신문3352호/2017년12월9일자]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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