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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에세이] 초당순두부와 동계올림픽 

강릉의 대표 음식으로 
세계인의 밥상에 올라갈
맑고 담백한 초당순두부가 
분단국가의 아픔이 배인 
홀로 된 여인들의 평화와 
화합의 염원이 담긴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강릉 경포호수 남쪽에 자리 잡은 초당동은 전통의 도시 강릉에서도 유서 깊은 동네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초당(草堂)’이라는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마을에 들어서면 자못 선비적 기품이 느껴진다. 곳곳에 남아있는 전통 한옥들과 곧게 뻗은 소나무들은 이러한 느낌을 배가시켜주기에 충분하다. 

초당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조선 시대 ‘허씨오문장가(許氏五文章家)’ 덕분이다. 허씨오문장가는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 집안의 다섯 문인을 일컫는 말로, 허균을 비롯하여 아버지 허엽, 형 허성과 허봉, 누이 허난설헌을 가리킨다. 허엽은 첫 번째 부인을 먼저 보내고 두 번째 부인을 얻었는데 그녀가 바로 허봉, 허난설헌, 허균 등 삼남매를 낳은 강릉 김 씨였다. 당대 동인의 영수였던 허엽은 강릉 김 씨 부인을 얻으면서 강릉과 연을 맺고, 초당에 집을 마련했다. 그의 호 역시 초당이었다. 이러한 인연으로 초당에는 허균, 허난설헌을 기리는 공원과 기념관이 들어섰고, 해를 거듭할수록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근래에 초당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초당순두부’ 때문이다.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하여 순두부의 담백한 맛을 살린 초당순두부는, 음식순례를 떠나는 시대적 흐름을 타고 초당을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는 효자음식이 되었다. 최근에는 초당순두부도 진화를 거듭하여 ‘짬뽕순두부’ ‘째복순두부’ 등 다채로운 맛을 선보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초당순두부의 유래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이런 저런 설이 난무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초당 허엽이 처음으로 초당순두부를 만들었다는 설이다. 허엽의 호도 초당이어서 이 설은 제법 신빙성이 있는 것처럼 널리 퍼져나갔고, 관공서의 공식 홍보물에도 올라가게 되었다. 하지만 허엽이 초당순두부를 만들었다는 설은 여러 면에서 허점이 많다. 허엽과 초당순두부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역사적 자료도 없을뿐더러, 허엽의 아들 허균이 쓴 음식품평서 <도문대작>에서조차 여기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도문대작>에서는 ‘두부’에 대하여 “장의문 밖 사람들이 잘 만든다. 말할 수 없이 연하다”라고 쓰고 있다. 만약 허엽이 초당순두부를 만들었다면, 집안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고 기억력이 비상했던 막내아들 허균이 이를 기록에 남기지 않았을 리가 없다. 실생활과 문화의 축적인 음식문화를 어느 한 개인의 창조물인 것처럼 떠받드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이런 점에서, 초당의 비극적 역사와 초당순두부의 대중화를 연결시켜 설명하는 설이 훨씬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초당은 1906년에 ‘초당영어학교’라고도 불린 근대적 사립학교 ‘초당의숙’이 설립되어 일찍부터 근대문명에 눈뜬 곳이다. 영어는 물론 축구, 야구도 가르쳤던 이 학교에는 몽양 여운형도 교사로 재직했다. 여기서 배운 학생들이 1919년 강릉 3ㆍ1독립만세운동의 주축이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해방이후 초당은 극심한 좌우대립을 겪게 되고, 수많은 희생자들을 낳게 되었다. 이때 홀로 된 여인들이 자식들을 키우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팔게 된 것이 초당순두부라는 설이다. 

몇 달 후면, 초당과 인접한 강릉 올림픽 파크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빙상 경기 전종목이 펼쳐진다. 초당순두부도 강릉의 대표 음식으로 세계인들의 밥상 위에 올라갈 것이다. 이때, 이 맑고 담백한 초당순두부가 분단국가의 아픔이 배인, 홀로 된 여인들의 평화와 화합의 염원이 담긴 음식이라는 사실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불교신문3351호/2017년12월6일자]

이홍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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