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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의 시심2] 뒤적이다 / 이재무

뒤적이다

                                                    이재무

 

망각에 익숙해진 나이

뒤적이는 일이 자주 생긴다

책을 읽어가다가 지나온 페이지를 뒤적이고

잃어버린 물건 때문에

거듭 동선을 뒤적이고

외출복이 마땅치 않아 옷장을 뒤적인다

바람이 풀잎을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햇살이 이파리를 뒤적이는 것을 보다가

지난 사랑을 몰래 뒤적이기도 한다

뒤적인다는 것은

내 안에 너를 깊이 새겼다는 것

어제를 뒤적이는 일이 많은 자는

오늘 울고 있는 사람이다

새가 공중을 뒤적이며 날고 있다

이리저리 들추며 뒤지는 일 많습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려고 뒤적이기도 하고, 시간을 뒤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기도 합니다. 물건을 찾으려고 할 때에만 뒤적이는 것이 아니라 애틋했던 사랑의 감정을 마음속에 다시 떠올릴 때에도 우리는 뒤적이는 일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시간과 감정에도 옷장과도 같은 어떤 작은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시간이라는 옷장, 감정이라는 옷장을 우리는 샅샅이 헤치고 살피는 게 아닌가 합니다.  

그러나 바람이 풀잎을 뒤적이는 일, 햇살이 이파리를 뒤적이는 일, 새가 공중을 뒤적이는 일은 무언가 산뜻하기만 합니다. 뒤적인 이후에도 그 자리가 매우 깨끗하고 시원하고 말쑥하니 말입니다. 

[불교신문3350호/2017년12월2일자]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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