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시대, 성보의 가치 더욱 높아질 것”

 

‘누군가 할 일이면 내가 하고 
내가 할 일이면 더 잘하자’
은사 스님 당부 늘 염두 

파라미타와 업무협약 체결
청소년들에게 특히 친근한
활기찬 불교 박물관 ‘지향’

변화에 능동적으로 발맞춰 
생산·실천·생활불교 모색
고정관념 대신 깨어 있으려 해ㆍ…

취임 50여일을 넘긴 불교중앙박물관장 오심스님. 스님은 “불교문화재는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면서 “문화가 중요한 시대를 맞아 더욱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 힘주어 말한다. 동진출가하여 내외전을 두루 익히고 포교와 복지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며 정진하고 있는 불교중앙박물관장 오심스님을 가을이 물러가고 겨울이 노크하던 지난 11월6일 만나 따뜻한 차를 나누었다. 

“매일 공부하는 게 출가자 본분 아닌가요.” 불교중앙박물관장 소임도 수행의 연장이라는 오심스님은 “출가자라면 누구나 문화재를 아끼고 사랑한다”면서 “새로운 경험이지만 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문화유산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스님에게 박물관은 그리 낯설지 않다. 출가 본사인 영축총림 통도사에는 전국 제일의 규모를 갖춘 성보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통도사성보박물관은 오심스님의 은사인 월하스님이 평생 수집한 귀한 문화재와 박물관 건립에 필요한 재원을 아낌없이 무주상보시한 인연이 있다. 통도사 포교국장 소임을 볼 당시 오심스님은 참배객들에게 사찰 안내를 자처해서 맡았다. 천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통도사를 구석구석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대미(大尾)는 성보박물관에서 장식했다. 

“염념보리심(念念菩提心), 처처안락국(處處安樂國)” 오심스님이 수행의 지침으로 삼는 경전구절이다. “늘 좋은 생각(보리심)을 내면 모든 곳이 극락”이라는 뜻이다. 종단과 본ㆍ말사, 복지시설과 방송국 등에서 주요 소임을 보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최선을 다해 수행하고 정진했다. 물론 첫 소임을 볼 때는 낯선 것도 사실이지만, 남보다 시간을 쪼개 업무를 파악해 일을 처리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했다. ‘가는 곳 마다 주인이 되라’는 수처작수(隨處作主)도 마음에 새기고 있는 가르침이다. 

요즘에는 불교중앙박물관 활성화를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역대 관장 스님들의 좋은 정책은 계승하는 동시에 시대와 호흡하는 새로운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포교에 관심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박물관과 포교를 접목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우선 파라미타청소년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청소년들이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갖게 하려고 한다. 

오심스님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선조들이 남긴 문화유산에 친근함을 갖도록 하고 싶다”면서 “옛 것을 익히고 그것을 통해 새로운 것을 구한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을 청소년들이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불교중앙박물관 답사 프로그램을 활성화하고, 자원봉사자도 확대할 방침이다. 오심스님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융합해야 시너지를 효과 낼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 비교적 조용한 박물관이었다면 활기찬 박물관을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원력을 보였다.

“문화재는 그냥 놓아두면 골동품 밖에 안 됩니다. 되도록 많은 이들이 보고 사랑할 수 있도록 적절하게 드러내 사랑하도록 해야 합니다.” 오심스님은 “풀도 그냥 두면 풀에 지나지 않지만 관심을 기울이면 아름답게 살아난다”면서 “전국에 성보박물관이 46곳 정도 있는데 불자는 물론 국민들과 친근해지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죽어있는 박물관이 아니라 살아있는 박물관, 활동하는 박물관, 이용할 수 있는 박물관이 되도록 불교중앙박물관이 모범을 보이겠습니다.”

오심스님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고는 은사 월하스님의 영향이 컸다. 조계종 종정과 영축총림 통도사 방장을 지낸 월하스님은 정화불사에 동참하며 청정승가구현과 불교중흥을 위해 헌신했다. 또한 선교(禪敎)를 겸비하고 도제양성과 전법에 앞장 선 수행자였다. 오심스님은 수행자의 길을 걸으며 은사 스님이 당부했던 가르침을 항상 마음에 새기며 삶 속에서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은사 스님은 ‘언제 하려면 지금하고, 누가 할 일이면 내가 하고, 내가 할 일이면 더 잘하자’라고 늘 당부하셨습니다. 또한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내다보라는 가르침도 자주 전하셨습니다. 곧 열반 14주기를 맞이하지만 어른의 말씀을 잊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심스님은 스님과 재가불자들도 시시각각 변하는 시대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불교에서는 ‘인생무상(人生無常) 제행무상(諸行無常) 일체개고(一切皆苦) 열반적정(涅槃寂靜)’이라고 하지만 조금은 더 활기차고 대중에게 다가가는 친밀한 불교가 시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오심스님은 “생산불교와 실천불교 그리고 생활불교가 현대사회에 필요한 불교”라면서 “서구에서는 문을 닫는 성당과 교회가 점차 늘고 있는 상황인데, 불교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님과 불자들도 경영과 경제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스님들만의 힘으로 어렵다면 재가불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찾는 ‘깨어 있는 불교’ 되어야 합니다.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말고 빨리빨리 능동적으로 방안을 찾아 실천해야 합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온고지신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오심스님은 불교를 어렵게 여기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포교를 제안했다. 울산 월봉사 주지 소임을 볼 당시 축구단과 야구단을 창단해 운영했던 것도 그 일환이었다.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큰 산을 만드는데 돌멩이 하나 때문에 그르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불교라는 대의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포교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법문도 시대 흐름에 맞춰 변화를 줘야 한다는 것이 오심스님 견해이다. “어려운 것을 쉽게 가르치는 선생님이 제일 잘한다고 합니다. 스님들도 옛날식으로 배워 옛날식으로 하지 말고, 시대에 맞게 법문해야 합니다. 부처님도 근기(根機)에 맞춰 대기(對機) 설법을 하셨습니다.” 

오심스님은 수행의 지침으로 삼는 가르침을 묻는 질문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말했다. 숙연(宿緣)으로 어린 시절 불가에 입문한 오심스님은 강원 학인 때와 군복무 기간 등 그동안 수차례나 사경(死境)을 넘나들었다. 수술도 여러 번 받았다. “저승사자가 데리려 왔다가 쓸데가 없어 그냥 간 것 같다”고 미소를 지은 오심스님은 “절에는 신장들이 있어 데려가지 않은 것”이라면서 “그렇게 어려움을 겪다보니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 깊이 들었다”고 말했다. 

“어차피 한번은 가는 인생, 매순간 긍정적인 마음으로 열심히 살면서 수행하는 것이 출가자의 본분이라고 봅니다. 윤회하지만 한번 태어나면 죽는 것이 인생 아닌가요. 경봉스님도 ‘사바세계에서 멋지게 살다가라’고 하셨습니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면 선업(善業)을 짓게 될 것이고, 그러면 멋지게 살아가는 삶이 되지 않을까요.”  

[불교신문3350호/2017년12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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