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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하느님, 나문희의 부처님께”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한 배우 나문희
제38회 청룡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 이날 나문희 수상소감을 두고 언론은 ‘역대급’이라 평했다. 사진=SBS '청룡영화제' 방송 캡처.

시상식 종교 언급 수상 소감 화제
서로 다름 인정하는 모습 보여줘

가족 중 유일 불교신자로 알려져
경국사 신도로 지관스님과 인연

“지금 아흔여섯이신 우리 친정어머니, 어머니의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지난 11월25일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 영화 ‘아이 캔 스피크’에서 ‘옥분’ 할매 역할로 제38회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배우 나문희가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말하자 객석에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칫 민감한 반응이 나올 수 있는 종교적 발언임에도 불구하고 관록의 배우가 머뭇머뭇 말하는 수줍고도 유쾌한 수상소감에 누구하나 얼굴 붉히는 사람 없었다.  

나문희 수상소감은 금세 화제가 됐다. 쟁쟁한 젊은 배우들을 제치고 데뷔 56년 만에 역대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최고령 수상자가 된 명품 배우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도 굉장했지만, 소신과 재치 넘치는 수상소감은 종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였다.

손석희 앵커는 27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나문희 수상소감을 인용하며 “종교 대화합, 상생의 멘트였다”고 평했다. 손 앵커는 “딸은 어머니의 신앙을 존중했고 그만큼 자신의 신앙 또한 존중받아야 함을 웃음을 섞어 강조했다”며 “60년 가까운 연기 인생을 단단하게 다진 나문희 씨는 나의 세상과 타인의 세상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는 것을 유쾌하게 세상에 전했다”며 우리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자고 끝맺음 했다. 

다름을 인정하는 나문희의 이같은 발언은 실제로 그녀가 집안의 유일한 불교신자라는 점에서 나왔다. 나문희가 수상소감에서 언급한 ‘96세 친정 어머니’를 비롯해 어린 시절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생활을 했던 그녀의 딸들은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기독교세가 강한 미국 사회에서 생활하는 둘째 딸을 비롯해 그녀의 어머니까지, 가족들은 이미 그녀에게 수차례 전도 시도를 했지만 나문희는 불자로서의 길을 누누이 고수했다고 한다. 그녀의 매니저에 따르면 “선생님 본인의 취향이 아무래도 불교쪽에 가깝다고 생각해서인지 기독교를 믿는 가족들 권유에도 흔들림이 없다”며 “지방 출장을 가서도 좋은 사찰이 있다고 하면 바쁜 일정에도 한번씩 시간을 내 들르는 편”이라고 했다.

실제로 나문희는 서울 경국사 독실한 신도로 알려져 있다. 정릉 인근에 거주하던 시절, 이웃과 함께 찾아간 경국사에서 당시 주지를 맡고 있던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과 돈독한 인연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불자가 됐다. 배우활동으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규칙적인 신행생활은 하지 못했지만 틈나는 대로 사찰에 올라 스님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고 한다. 

1985년에는 지관스님에게 ‘칠보화’라는 법명도 얻었다. 나문희 씨는 한 때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작은 일에도 속상해하는 성격이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하루는 스님이 ‘때로는 사사로운 인연을 자를 수 있어야한다’고 충고하던 그 말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연말 시상식과 같은 공식 석상에서 연예인이나 유명 공인들이 개인의 종교 신념을 밝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미덕으로 여겨져 왔다.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유명인 말 한마디는 그 여파가 클 뿐 아니라 자칫 종교 갈등으로 비화될 수 있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나문희의 수상소감은 단순히 종교 발언을 넘어 다름의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는 적극적 상생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남달랐다.  

“동료들도 많이 가고 저는 남아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네요. 남아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배들 보면 연기를 잘 해 정말 자랑스러워요. 한국 배우들이 전 세계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것 같아요. 나의 친구 할머니들, 제가 상을 받았어요. 여러분도 그 자리에서 열심히 해서 모두 상을 받으시길 바랍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했던가. 올해로 76세, 배우에 입문한 지 56년, 지난 수십년동안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능청스런 아줌마, 암에 걸린 며느리, 오지랖 넓은 할머니로 친근하면서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그녀의 겸손의 말 한마디, 배려의 말 한마디가 영화제 트로피보다 빛났던 순간이었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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