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환자라면 기름진 음식이나 육식을 좋아하는 식습관을 가졌거나 뚱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체중이 고지혈증의 위험 인자이긴 하나 체중이 정상이라고 해도 본인의 기초 대사량을 상회하는 칼로리의 음식섭취 후 남는 에너지는 지방으로 축적되고 혈액 내 떠다니는 기름기도 증가할 수 있다. 환자들이 병원을 늦게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하는 약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고지혈증 약제를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하는 걸까? 

고지혈증을 평가하기 위한 혈액검사는 혈액 내 기름기가 얼마나 돌아다니는지 측정하기 위해 전체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한다. 이어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실어 나르는 단백질인 저밀도 지단백 수치가 얼마인지를 평가한다. 지방이 꼭 나쁜 것은 아니기에 좋은 콜레스테롤을 실어 나르는 단백질인 고밀도 지단백 수치도 측정한다. 몸에 좋지 않는 중성 지방 수치가 얼마인지도 함께 측정한다. 고지혈증이란 전체 콜레스테롤, 저밀도 지단백, 또는 중성 지방 수치가 높거나 낮은 고밀도 지단백 수치를 모두 아울러 일컫는 것이기 때문에 고지혈증이라고 반드시 약제를 당장 먹기 시작하는 경우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혈액 검사는 최소 12시간 이상의 금식이 필요한데 금식시간이 부적절한 경우 전체 검사 결과를 신뢰하기 어렵다. 검사 전 수일 내 회식 등으로 과식, 과음한 경우 중성지방 수치가 일시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 

건강검진에서 진단된 고지혈증이 약제 복용을 요하는 것인지 판단하는 데는 혈액검사 수치는 물론 환자가 갖고 있던 위험인자가 무엇인지 함께 평가돼야 한다. 저밀도 지단백 수치가 190mg/dL를 상회하는 경우 혈액 내 콜레스테롤 수치가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판단해 기저질환력과 무방하게 곧장 약제를 처방하게 된다. ‘˜스타틴’이라는 성분명을 지닌 약제가 고지혈증 치료제 중 가장 우선 처방되는 약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경증의 고지혈증 환자에서 저용량의 스타틴을 복용하는 것이 복용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유의하게 심혈관계 질환의 발생빈도를 낮춘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190mg/dL를 상회하는 저밀도지단백 수치를 보이는 경우는 약제를 투약하고 이보다 30mg/dL 가량 낮은 경우 생활습관 교정 후에도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다면 약제 투약을 고려해야 한다. 고지혈증 약제 복용의 목표는 혈액 내 지질 수치를 조절해 관상동맥질환이나 중풍 같은 심뇌혈관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심뇌혈관 질환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약제 중 하나가 고지혈증 치료제임을 감안한다면 동맥경화 예방, 혈관 청소 효과 등을 광고하는 다른 건강기능식품 대신 고지혈증 약제를 하루 한번 꾸준히 먹을 것을 권한다. 

[불교신문3349호/2017년11월29일자] 

김지현  동국대일산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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