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잘못에 침묵하지 않고 
발로 참회하는 자정기의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는 
칠불통게의 가르침을 받잡는 
수행자 집단이 돼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실을 이끌고 나갈
마음이 진화된 비구로서 
바람직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것이 종단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지난 추석연휴기간에 KBS에서는 특선영화를 방영했다. 제목은 ‘스포트라이트(spotlight)’라고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의 가톨릭 교회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그린 영화였다. 내용인 즉, 보스턴 대교구의 사제들이 자행한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행과 성추행을 다룬 영화다. 대교구의 추기경 등 고위 성직자들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교회 밖의 평판이 실추될 것을 두려워해 피해자들의 부모에게 금전적 배상을 하고, 문제 사제들을 교구 밖으로 전보하고 외부에 노출되어지는 것을 애써 덮으려다 보스턴 유력 일간지 보스턴 글로브지 기자들의 집요한 추적에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교회의 권위와 지역 유력인사들의 회유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향한 보도의 결과로 아일랜드계 이민자가 주축이 된 보스턴의 가톨릭 교회는 종교적 신망과 사회적 신뢰를 잃고, 더 나아가 미국의 가톨릭 교회의 기반이 흔들리는 대사건으로 비화되는 단초가 됐다. 

공영방송에서 특정 종교계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런 내용의 영화를 방영한다는 것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공감이 된 부분은 내부의 추잡한 사실을 근본적인 해결이 아닌 조악한 미봉책으로 풀어나가려다 크나큰 충격으로 조직의 신망과 신도들의 신뢰를 저버린 종교인들의 행태가 충격적이었다.

지난 1일 조계사에서는 성대하게 제35대 총무원장의 취임식과 고불식이 진행된 바 있다. 신도들을 인솔해 취임식장에서 바라본 단상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총무원장 선출과정에서 불거진 내부인사들의 유치찬란한 폭로전도 문제려니와 종단과는 무관한 사람들을 급조해 소양과 기본도 없는 사이비 신도를 양산해 내부의 적(?)을 치기 위해 외부자들을 동원하는 내부인사들의 욕망이 가득한 무지몽매함도 목도했다. 

또 몇 개의 교구본사 등에서 총무원장 선거인단을 비상식적, 비합리적 방법으로 선출해 또 한번 구설에 오르내리게 했다. 현재 종단법에서 규정된 총무원장의 선출을 위한 교구본사의 선출방법은 말사 주지로 구성된 교구종회에서 선거인단을 선출한다. 본사 주지는 말사 주지의 임명권을 행사하는 관계로 양으로, 음으로 말사 주지들은 교구장인 본사 주지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교구종회에서 누군가가 “교구장인 본사 주지의 의중에 선거인단 구성을 일임합시다”라는 제안을 하면 말사 주지들은 한마디 이의도 제기하지 못하고 대중의 뜻이라는 미명하에 고삐에 끌린 뭣처럼 끌려가는 것이 현실이다.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주변의 분위기에 이끌려 침묵하는 비겁을 저지르는 것이다. 물론 그것을 금지하는 종법 규정이 없으니 불법 또는 위법은 아니다. 그러나 규정이 없더라도 법 제정의 근본정신인 민주적 합의에 유무형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돼 근본을 왜곡하는 것은 사실이다. 직할교구를 제외하고는 그러한 현실에서 자유로운 곳은 몇 군데 안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행태가 내부의 불만을 키우고, 키워진 불만들이 종단의 굳건한 화합을 금가게 하고, 금간 화합이 전 종도들에게 실망을 불러일으키고, 그 실망이 금과 옥조와 같은 거룩한 부처님의 가르침을 욕되게 한다. 그 욕됨이 우리 승가 전체의 가치를 실추시킴은 물론 앞으로 천만대는 이어갈 불교의 기본정신을 상실하게 한다. 

스스로의 잘못에 침묵하지 않고 발로 참회하는 자정기의(自淨其意), 스스로 그 뜻을 깨끗이 하는 칠불통게(七佛通偈)의 가르침을 받잡는 수행자 집단이 돼야 할 것이다. 그래서 현실을 이끌고 나갈, 마음이 진화(進化)된 비구로서 바람직한 역할을 할 것이다. 그것이 종단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불교신문3346호/2017년11월22일자] 

도권스님 논설위원·도선사 교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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