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교실

저자 최훈동/ 모과나무

어느 날 한 중년 여성이 자살 충동으로 병원을 찾았다. 그녀는 하루에도 수백 번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자신을 무시하고 소리치는 남편의 모습을 떠올리면 참을 수 없는 굴욕감이 밀려왔고, 어린 시절 모욕적일 말로 상처를 준 아버지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심한 체벌을 가했던 어머니가 생각나 분노가 먼저 일었다. 어긋난 마음은 남편이 주는 작은 자극에도 그녀의 마음에 쉽게 큰 생채기를 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훈동 교수가 낸 <정신건강 교실>은 “마음에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깨끗한 거울에 먼지와 때가 끼면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듯, 본래 고요하고 비어있는 마음에 온갖 생각, 기억, 감정들이 가득 들어차 있으면 마음의 본모습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책은 마음, 즉 정신의 작동 원리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세계보건기구가 “건강이란 질병이 없거나 허약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및 영적 평안이 완전한 상태다”라고 정의 했듯 우리 몸의 건강은 정신과 결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때문에 저자는 부정적 감정을 마주하고 그에 맞는 방식으로 능동적으로 대응해나가다 보면 몸의 건강을 지킬 수 있을 뿐 아니라 나아가 ‘스스로 원하는 삶’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신과 전문의로 진료 현장에서 수많은 환자들을 만나며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해온 최 교수가 생생한 사례를 전한다. 필요한 부분부터 읽어도 좋을 정도로 챕터별로 정신질환을 유형별로 정리했으며 상담치료실에서 실제로 접한 사례들을 풀어놓아 보기 한결 공감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자살 충동을 지속적으로 느끼는 중년 여성,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명문대생, 건강 염려증과 강박증에 시달리는 40대 회사원 등의 사례 등을 통해 마음을 들여다보는 명상이 가진 치유의 힘을 전한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성 질환인 가벼운 두통부터 그로 인한 우울증, 미국 정신학회가 공식 인정한 한국인 고유의 문화병 ‘화병’, 갱년기와 노년기 우울증, 강박증과 애정망상, 도벽과 일중독까지 정신과 질환의 모든 것을 담았다. 여기에 서양의 심리치료와 함께 명상의 과학적 연구와 그 치료법까지 더했다.

“치유하지 못할 아픔은 없다”고 말하는 저자 역시 한 때는 방황하던 청소년 시절, 삶에 대한 회의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외환위기 때 세운 병원이 순식간에 빛 더미에 앉은 후에는 하루하루 피 말리는 날들을 보내야 했다. 죽음을 생각할 만큼 삶이 힘들었기에, 비관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스스로 먼저 자존심을 버리고 일어선 저자이기에 기꺼이 전할 수 있는 마음치유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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