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

최영도 지음/ 기파랑

인권위원장 역임한 원로법조인
30년 동안 50여 개국 유적답사
그 동안 여정 담아 책으로 발간

실크로드 훑고 중국, 일본 거쳐
서산, 경주 석불사에서 마침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완벽”

한국전쟁으로 친척집에 피난을 가게 된 한 소년은 세계지도책을 처음으로 접하고 한 순간에 세계지리에 매료된다. 이후 손으로 직접 지도를 그려보고 여행기를 읽으며 어른이 되면 지도의 나라를 모두 가보겠다고 결심한다. 시간이 흘러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의 길을 걷다가 석불사(석굴암) 관련 책을 읽고 어린 시절 잠자고 있던 꿈이 되살아났다.

그리고 해외여행이 아직 자유롭지 않던 1985년, 소속 단체의 국제회의 참석 차 여권을 발급받아 여정에 우겨 넣은 인도네시아 불교유적 보로부두르를 시작으로 최근까지 30년 동안 무려 40여 회에 걸쳐 6개 대륙 52개국, 310곳의 문화유적을 답사하게 이른다. 이는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원로 법조인 최영도 변호사(80)의 이야기다. 답사를 통해 수집한 토기 3000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해 ‘최영도 기증실’이 마련된 여행전문가다. 그 동안의 경험을 강연과 기고를 통해 소개하던 그가 일흔여덟 나이에 다시 펜을 들고 그 동안의 여정을 2년에 걸쳐 정리해 펴낸 아시아 고대문화유산 답사기 <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를 최근 선보여 주목된다.

우리나라 1세대 인권변호사고 꼽히는 최영도 변호사가 30년 넘게 아시아 고대문화유산을 답사한 기록을 책으로 엮은 <아잔타에서 석불사까지>를 최근 펴냈다. 사진은 파키스탄 간다라, 탁트이 바히 승원을 남쪽 언덕 위에서 내려다 본 전경.

큰제목만으로 단 두 쪽에 펼친 목차부터 보는 이를 주눅 들게 한다. 인도네시아, 인도, 캄보디아와 미얀마(버마), 티베트, 다시 파키스탄부터 실크로드를 훑어 중국 신장 둔황 시안 뤄양, 바다 건너 일본 교토와 나라 찍고, 돌아와 충남 서산 거쳐 경주 석불사까지 16편의 여정과 부록으로 일본에 남아 있는 고려시대 수월관음도 걸작선을 소개한다. 불자들에게도 친숙한 석굴암(石窟庵)을 ‘석불사(石佛寺)’로 표현한 것은 창건 당시 원래 이름을 살려 암자가 아닌 사찰 원형을 유지한 도량으로서 가치를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조정래 소설가도 추천사를 통해 “최영도 변호사는 인간의 삶을 얼마나 의미 깊게, 폭넓게, 멋지게, 겹겹이 살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진지하게 보여 준다”면서 “‘인생은 한번 살아 볼만한 것’이라는 말을 실증하는 존재다. 모두의 사표(師表)다”라고 극찬했다.

저자는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참여연대 공동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낸 1세대 인권변호사다. 앞서 유럽 미술관 답사기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느낀다>를 낸 적 있는 저자답게, “공부하지 않고 가는 문화유산 답사는 헛걸음”이라는 것이 평소 지론이다. 공부를 거의 하지 않고 떠난 1997년 8월 나의 제1차 둔황 답사가 실패로 끝났다고 털어놓은 저자는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중국 시안까지 실크로드를 횡단하며 다시 둔황을 가게 됐을 때도 꼭 공부한 만큼만 보여 줬다. 그냥 관광 삼아 둘러볼 곳은 아닌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 지역의 거의 8할은 불교미술유적이었고, 그곳의 답사는 바로 불교미술 순례나 다름없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이 여정의 유적 대부분은 종교유적이면서, 아시아 고대 건축과 미술의 보고(寶庫)다. 700년 걸쳐 조영된 인도 아잔타 유적에서 900년 걸린 둔황 막고굴을 제대로 전하기 위해 불교미술사에 관한 기본지식은 물론 해당 지역의 왕조사와 문화사까지 담고 있다. 앙코르 와트와 앙코르 톰, 둔황, 티베트의 서론들은 캄보디아와 중국 서역과 티베트의 역사도 간추렸다. 또 해양의 소승불교, 대륙의 대승불교, 그 큰 갈래인 티베트 불교도 소개한다.

이와 더불어 저자는 중국 용문에서 훌쩍 건너뛰어 일본을 먼저 찍고, 한국으로 되돌아 와 서산과 경주 남산으로 에두른 뒤에야 비로소 석불사에 다다른다.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 없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완벽한 석굴사원을 만들었으니, 이에 견줄 만한 것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저자는 결국 석불사에서 마침표를 찍은 것이다. 실제 이 책은 석불사에서 시작해 석불사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표지를 도배한 큼직한 사진 4장 가운데 하나가 석불사 본존이다.

그러면서 종단과 문화재청에 “석불사 석굴을 유리벽으로 막아 버린 지 46년이 지났다”면서 “석불사가 세계유수의 위대한 유산이라고 자랑만 하지 말고 보존 상 공개가 어렵다면 토함산 적당한 곳에 모형관을 만들어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 누가, 석불사가 왜 어떤 점이 어째서 좋으냐고 물어 오면, 낙제점은 면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가장 하고 싶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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