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생을 편하게 해야 진짜 뛰어난 보살

고통 받는 중생 위해 황제가 돼
나라 안정시키고 본래자리 찾은
순치황제의 출가에 담긴 결단이…

“수보리가 부처님께 사뢰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이 복덕을 받지 않습니까? 수보리여, 보살은 지은 복덕을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으므로, 이런 까닭에 복덕을 받지 않는다고 하느니라.” 

제28분 후반부에서는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이룬 보살 즉 깨달음을 이룬 보살이 더 뛰어난 까닭을 밝혔다.

복덕과 공덕이란 말은 경전에서 혼용되고 있기 때문에 엄격하게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는 경우에는 대개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복덕은 자신의 선행에 대한 과보를 당연한 결과로 생각하여 즐겨 받아쓰는 경우를 말하고, 공덕은 그 과보를 다시 깨달음으로 회향하는 경우이다. 보시를 해도 그 보시한 것을 자신만 알고 기쁨으로 삼다가 점차 그것마저도 놓아버리는 무주상보시로(無住相布施)로 옮겨가면 그것이 공덕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일어나는 기쁨마저도 놓아버린 사람이 자기 마음에 좋지 않은 감정이나 관념이 머무르게 하겠는가. 이처럼 마음이 청정한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 공덕이며 곧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수행이 되는 것이다. 

제28분 전반부에서 계산이 불가능한 엄청난 보시를 한 사람보다 무생법인(無生法忍) 즉 깨달음을 이룬 보살의 공덕이 더 뛰어나다고 했다. 아무리 깨달음에 이를 준비를 많이 했어도 깨달은 이와는 비교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깨달음을 이룬 보살이 깨달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복덕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며, 복덕을 받지 않는 것은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라 했다. 다시 말해 어떤 관념에도 걸리지 않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한 이가 깨닫는다는 뜻이다.

업(業)의 입장에서 보자면 우리의 현재는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살아온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다. 여러 생(生)을 관통하는 입장에서 금생(今生)의 자기 모습은 많은 전생(前生)에서 행한 업(業)의 결과이다. 그렇다고 운명론자나 숙명론자가 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 이후의 삶은 자신이 방향을 잡고 행하기 나름이기 때문이다. 물론 쉬움과 어려움의 차이는 있다. 어릴 때부터 축구를 한 사람이 축구선수가 되려고 하면 남들보다 쉬울 것이다. 하지만 그가 축구를 그만 두고 다른 종목으로 바꾸면 선수가 되기까지가 훨씬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모든 업이 이와 같다. 선업에서 선업으로 진행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악업(惡業)에서 선업(善業)으로 방향을 전환하려면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

싯다르타태자는 수많은 전생에서 엄청난 선행을 했다고 자아따까(jtaka~자타카·本生·本生經)에 설명되어 있다. 그 결과로 가장 위대한 통치자인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거나 깨달아 부처가 될 수 있는 공덕을 성취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부터의 방향은 오직 싯다르타에게 선택권이 있었다. 싯다르타는 전륜성왕의 길이 아닌 부처의 길을 선택했고, 엄청난 수행을 한 후 이윽고 깨달아 부처님이 된 것이다. 만약 전륜성왕의 길로 나아갔다면 역사의 기록에는 남을지언정 우리와의 만남도 없었을 것이고,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 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누가 더 뛰어난지도 비교할 필요도 없다.

순치황제(順治皇帝, 청 3대 황제)는 24세에 출가하면서 출가시를 남겼다. 역사서에는 24세에 죽은 것으로 되어 있으나 오대산으로 출가하여 오래 수행하며 살았다고 한다. 손자인 건륭황제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중대사가 생기면 지혜로운 조언을 구하기 위해 북경에서 스님(순치황제)이 있는 오대산을 무수히 오갔다고 한다. 

시를 보면 수행 중에 잠깐 고통 받는 중생들을 위해 황제가 되어 그들을 편케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원인이 되어 그 다음 생에 중국의 황제가 되었는데, 그것이 부질없는 일이었음을 다시 깨닫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라를 안정시킨 다음에는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 전체적인 내용이다.

중생을 편케 하는 진짜 뛰어난 보살이 되려면 먼저 자신부터 깨달아야 한다는 것이 제28분의 요지이다.

[불교신문3346호/2017년11월18일자] 

송강스님 서울 개화사 주지 삽화 박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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