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은 내가 나에게 주는 마지막 행복”

남은 가족 걱정하며 위로 
자신 죽음은 의외로 담담
젊은 사람들도 죽음에 의연

누군가 위한다는 사실 행복
종교도 장기기증 결정 영향
죽음 생각하며 삶 태도 변화

장기기증 서약을 한 사람들에게 유언장을 미리 쓰도록 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행복하게 여기며 죽음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사진은 생명나눔실천본부에서 장기기증을 홍보하는 자원봉사자들.

살아있는 동안 남에게 나의 신체 일부를 기증하는 생체 기증도 있지만, 대부분은 뇌사 즉 죽은 뒤 기증을 한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장기 기증을 서약 하는 것은 죽음이 전제되어 있다.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어느 장기기증 운동 단체가 장기기증 희망자에게 ‘미래 유서’를 작성토록 했다. 죽음과 장기기증, 남아있는 사람 그리고 장기를 받을 사람에 대한 생각 등이 잘 담겨 있었다.  

“내가 암이나 몹쓸 병에 걸리면 기증이 소용 없을텐데, 다행이네요,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신랑은 나를 너무 사랑해 마음을 내기 힘들 수 있을 터이고 남은 가족들도 저를 보내기 힘들겠지만, 태워져 재가 되는 것보다 누군가의 몸에 눈물겹게 다시 살아난다면 전 참 기쁠 거예요. 예전에 아빠가 희망 없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을 때 기증받을 수 없는 현실이 너무나 슬펐고 어떻게 해 줄 수 없다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 돌아가신 후 바로 장기기증 신청을 했어요. 이름 모를 소중한 그 분과 그 가족이 더 이상 눈물 흘리지 않고 행복하게 감사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제 기꺼이 제 모든 걸 드려요. 그 분들의 눈물이 더는 남의 눈물 같지 않고 가족의 눈물과 다름 없으니…. 모두가 더 이상 슬프지 않도록 세상에 빛과 숨과 따뜻함이 되도록 저를 나눠 주세요.”

부친이 장기기증을 받지 못해 숨을 거둔 아픈 경험을 장기기증 서약으로 실천한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남긴 글이다. 미리 ‘써보는’ 유서지만 진솔한 심정,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사람들은 비록 ‘연습’이지만 ‘실전’처럼 숙연하면서 진심을 담아 ‘유서’를 쓴다. 장기기증 서약은 카드 발급처럼 가벼운 마음이 아니라 마치 내일 이 생이 끝나는 것처럼 진지하고 엄숙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걱정했다. 남편 아내 자식 연인 부모 등 떠나는 이들의 마음을 부여잡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우리 같은 날 같이 떠나자고 약속해 놓고 먼저가게 되어 미안해요 남겨지는 아픔 겪게 해서 미안하고”로 시작한 유서를 쓴 여성은 사랑으로 자신을 안았던 남편과 아들에게 절절한 편지를 남겼다. “너무나 사랑하는 내 남편 00씨. 나 떠나는 날에 많이 울지 않기를 바래요. 따뜻한 햇살 받으며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래요. 무엇보다 외롭지 않길 바래요. 살다 살다가 나만큼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만나면 놓치지 말고 행복해 지길 바래요. 섭섭해 하지도 않고, 삐치지도 않고 당신의 행복만을 바랄께요”라고 적었다. “유서라는 단어는 무섭고 죽는다는 말도 싫지만 언젠가 세상에서 떠날 터이니 미리 작성해보았다”는 23살의 한 청년은 “잘한 것 하나 없는 아들이지만 마지막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으므로 엄마 아빠는 이 글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부모를 걱정했다. 그는 “이 세상에서 두 사람을 가장 사랑하고 제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며 아직 못 꺼낸 속내를 보였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큰 군 전역 예정자는 “내가 만약 죽게 된다면 내 재산의 반을 어머니를 드리고 반은 기부를 하겠다”며 “다시 태어나도 어머니의 아들로 태어나고 싶다. 사랑합니다. 어머니”라고 적었다. 시력이 좋지 않은 여인을 만난 30세의 청년은 죽는다면 각막을 그녀에게 기증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그는 홈페이지에 생년월일과 이름 주소를 남겨 “꼭 이 분에게 각막을 기증해 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참 즐거운 인생이었고 기쁨도 좌절도 겪었지만 행복한 시절도 있었답니다. 가끔은 서로가 의지가 될 수 있었던 내 가족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내 가족 내 친구들 모두들 덕분에 내 인생이 행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생각이 드는 것은 가족들 만났던 친구들 내가 잠시나마 같이 했던 시간들 이기적인 사람으로 자책하며 가겠습니다.” 

“그래도 정말 내 가족들 엄마 아빠 오빠 사랑하고 나보다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사랑하며 살았으면 좋겠고….”

“항상 말 안 듣고 불효자인 아들 사랑해줘서 고맙고 동생이 떼를 써도 받아주던 누나 고마워 먼저 세상을 떠나지만 부모님이랑 누나는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친척과 친구들 일일이 나열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 모두를 너무너무 사랑하지만 그 중에서도 엄마 아버지 할머니를 세상 누구보다 많이 많이 사랑해.”

이처럼 이들은 모두 떠나는 순간 가족 연인 친구 등 사랑하는 사람들을 염려하고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남아있는 사람을 염려하는 반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의외로 담담하고 의연했다. 아직 학생인 듯 보이는 한 네티즌은 “내가 죽어도 나는 그래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행복하게 살고 가니까 너무 슬퍼하지 말고 나도 슬프지 않아 ㅎㅎ”라고 익살스럽게 쓰면서도 “더 살 수 있으면 소중한 사람들과 더 좋은 추억 더 많은 것을 같이 하겠지만 내가 지금 죽는다해도 나는 이 정도로 후회하지 않고 만족하는 삶 할래”라고 짧지만 후회없이 살았다고 자부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고 그냥 나는 행복하게 잘 살다 간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썼다. 이 글을 쓴 네티즌은 이제 31세라고 했다. 다른 한 여성은 “이 생은 내게 선물과 같았다. 한번 뿐인 생명이었지만 나름 후회 없이 살았다고 자부한다”며 “이제 나는 바람이 되어 햇볕이 되어 비가 되어 떠나려한다”고 적었다. 이 여성은 “너무 슬퍼 마시고 나를 잊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 이생을 즐기다 오시라”며 남을 사람들을 위로했다. “내가 없는 세상도 분명 잘 돌아가니까 장례식 같은 건 하지 말아줘. 돈 많이 들잖아. 그냥 기증하고 남은 나를 화장시켜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뿌려줘. 그래야 덜 외로울 것 같아” 어릴 적부터 남을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한 젊은 여성은 유언을 쓰면서도 장례비 걱정을 했다.

유서는 현재 삶을 긍정하고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삶을 반성하고 잘 살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들이 다짐하는 잘 사는 삶이란 이웃을 위해, 베풀면서 사는 삶이었다. 지금까지 상처 주며 살아왔다는 한 네티즌은 “ 제 몸으로 새 삶을 얻게 될 사람들을 위해 죽는 날 까지 베풀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고 다짐했다. 한 학생은 “통장에 있는 돈 사회에 기부하셔도 되고 아니면 부모님이 쓰셔도 되는데 저 개인적인 생각은 사회에 기부해서 어려운 사람 도와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했다. 한 중년 남성은 장기기증 서명 후 건강한 장기를 물려주기 위해 술 담배를 멀리하고 운동을 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내 몸의 일부가 언젠가 누구에게 전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건강하게 전해질 수 있도록 나를 관리하겠다”고 다짐했다. 

유서를 남긴 이들이 가장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것은 자신의 몸 일부가 누군가에게 남아 생명을 살리고 자신도 이생에서 계속 남는다는 사실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살아 숨쉰다는 사실을 자랑스러워 했으며 그래서 죽음을 슬퍼하지 않았다. 이 생의 삶이 그리 만족하지 못했다는 한 남성은 “ 이 한 몸 바쳐 다른 이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게 없나니”라고 적었다. 한 여성은 “사후에 꼭 필요한 사람에게 기증하고 싶다”며 “그것만이 최후에 내가 해줄 수 있는 행복의 길이라는 생각한다”고 적었다. 그는 남에게 무언가를 남겨줄 수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라고 했다. 

한 남성은 “사는 동안 한 일이 많아도 돌아갈 때 무언가를 남겨줄 수 있다는 것은 약간 기분 좋은 일”이라고 했다. “정말 제가 죽은 후에 저의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면 기증 받는 분과 함께 기도해달라”는 사람도 있고, “나로인해 누군가가 진실을 보고 추억을 맡고 희망을 말하고 사랑을 만지고 꿈 위를 걸을 수 있다면 그것은 내가 성공한 삶을 살았음을 의미한다”며 만족해 하는 여성도 있다. 종교가 이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한 불교신자는 “사후 세계를 믿는 불교신자인 엄마가 저승길 앞도 안 보이면 어떡하나 걱정할 것 같아서 눈만 빼고 생명에 도움되는 것은 다 기증한다”고 썼다. 

이들은 비록 가짜 유서, 미리 써보는 유서지만 실제 닥친 것처럼 진지했다. 한 네티즌은 “현실도 아닌데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편지를 쓰려니 그냥 눈물만 나고 사랑한다는 말 밖에는 다른 생각이 안난다”며 울먹였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이사장 일면스님은 “장기기증은 남을 위해 베푸는데서 나아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한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346호/2017년1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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