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가지 사이를 헤집고 들어오는 햇살에 단풍이 더욱 눈부시다. 가을이 되니 마음결에 여백이 생기는지 곱게 물들어 가는 산언저리에도 눈이 머물고 어디선가 들리는 노래에도 귀 기울여진다. 우연히 TV에서 어떤 가수의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혼신을 다해 부르는 그의 노래에는 간절함이 들어 있었고 그것은 객석에도 오롯이 전달되어 환호로 화답해주었다. 별 감흥 없이 흔히 듣던 곡이어도 누가 어떤 심정으로 노래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울림을 주는 것 같다. 

문득 우리 스님네가 행하는 염불도 자칫 엄숙하고 일방적인 의식으로만 집전하기보다는 불자들과 소통의 법석(法席)이 되고 신심이 우러나 함께 공감하는 법의 무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부인의 49재를 지내고자 오게 된 가족이 생각난다. 평소 절에 올 기회가 없었다는 그들은 낯설고 생소한 분위기에 안절부절 어려워하는 기색이 역력하였다. 돌아가신 분의 재(齋)도 중요하지만 유가족의 마음을 열어 주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좌복에 편안하게 앉게 하여 49재 의미와 절차에 대하여 자분자분 이야기 한 후 잠시 명상을 하고서 기도를 시작하였다. 다 같이 함께 읽을 수 있도록 한글로 된 기도문을 독송하며 의식에 대한 설명을 곁들여 이해를 도와주었다. 재 막바지에 가족들이 영가님을 향해 고별문을 읽어 드리게 하고 봉송절차를 마무리했다.

기도를 마치고 그들은 차분하고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우두커니 앉아서 우는 것 외에는 별 도리 없는 줄 알았는데, 우선 뜻을 알고서 기도하니 더욱 정성스러워지고 불안한 마음이 평온해졌다”며 고마워했다. 물론 짧은 시간동안 진리의 참뜻을 다 헤아리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염불을 알아듣고 이해할 수 있기에 감응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이 되었다. 

심리치유, 음악, 미술, 화초, 동물치유 등 상처받은 마음에 대한 힐링과 위로가 이 시대의 화두가 된 듯하다. 그 가운데 정성을 다하는 염불로서 영가를 깨달음으로 인도하고 막혔던 마음이 풀리고 슬픔을 위로받을 수 있다면 그 어떤 것보다 여법한 치유 도구가 아니겠는가.

위로는 지극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감동케 하고 아래로는 중생의 아픔을 어루만지고 치유해 주는 염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새삼 새겨진다.

[불교신문3346호/2017년11월18일자] 

일광스님 거창 죽림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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