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교정교화전법단 스님을 만나다

부처님께서는 살인자 앙굴리말라도 교화했다. 500명의 도둑도 부처님 법문을 듣고 깨달음을 얻어 아라한이 됐다. 부처님 가르침이 주는 교화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현대판 지옥이라 불려도 과언이 아닌 교도소 구치소에서 수용자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악전고투하는 지장보살들이 있다. 지난 1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결집대회를 개최한 조계종 교정교화전법단(단장 혜원스님) 스님들이다. 전국 교도소와 소년원을 찾아다니며 삶을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의지와 원력을 심어주는 스님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무원스님

교정교화활동을 안 해본 스님은 별로 없지만 수십 년을 해온 스님은 많지 않다. 우리에겐 청송교도소로 더 익숙한 경북북부제1교도소 교정위원 무원스님은 벌써 20년 째 교정기관에서 포교를 하고 있다. 수좌인 스님은 결제 때는 선방에서 정진한다. 공양물이나 공양금이 들어오는 족족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니 선방에서는 포대화상이라고도 불린다. 해제 때는 청송과 포항교도소 등을 열심히 찾아다니며 수용자들을 만난다. “선방에서 공양 받은 만큼 열심히 공부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해제 때 더 열심히 포교해야 하지 않겠냐”는 스님은 “시줏물 공짜로 받을 수 없다”는 생각으로 포교를 시작했다.

주변에서는 왜 힘들게 교정교화활동을 하냐고 하지만, 스님은 인연 있으니까 할 뿐이다. “옛날에 누명을 쓰고 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 다행히 범인이 3일 만에 잡혀 풀려났지만, 꼼짝없이 죄를 뒤집어쓸 뻔 했다. 나를 범인이라고 몬 사람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는데 한 생각 돌려 인연이라 생각하고 교정기관 포교를 시작했다.”

20년간 스님은 서울구치소, 서울남부구치소, 부산, 대구교도소 등에서 법회를 하고, 사형수도 만났다. “사형수라고 해서 특별히 다르지 않다. 인과법에 대해 얘기 많이 하는데, 죽인 사람을 위해 절하고 지장보살 주력을 하라고 권유한다. 한 달에 한 번 만나 마음과 몸 상태를 점검한다.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스님 말대로 열심히 절을 했으면 얼굴이 맑고, 걱정거리가 크면 어둡다. 밖에 있는 가족 때문에 고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위로해준다.” 스님은 수용자들이 한 소식 하면 부처될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만난다. 사회에 가서 부처님 좋은 말씀 떠올리며 잘 살길 바라는 마음도 크다.

스님이 지금 교정위원으로 있는 경북북부제1교도소는 특히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 가족들 지원이 없어서 영치금 ‘0원’인 수용자가 수두룩하다. 그들을 두루 챙기는 일은 쉽지 않다. 법회 때 떡을 해가는 것부터 영치금이나 모범수 자녀 장학금 지급까지 금전적 부담이 크다. 그래도 인연 있는 신도들이 이심전심 후원해주고, 사형들이 도와준 덕분에 지금까지 해왔다. 불국사에서도 이번에 큰 도움을 받았다. 오는 29일 예정된 경북북부제1교도소 수계법회에 500만원을 지원해줬다. 믿고 도와주는 이들이 있어 그저 고마울 다름이다.

무원스님은 “교정기관에서 포교하다보면 금방 지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럼에도 열심히 하는 스님들을 응원해줬으면 한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스님은 “포교하는 사람은 씨를 뿌리지 거두길 바라지 않는다”며 자신 역시 씨 뿌릴 준비는 돼 있지만 빨리 수확해야겠다는 조급함은 없다고 했다. 다만 “개인 원력으로 포교를 이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며 “각 본사에서 열심히 포교하는 포교사나 스님들에게 지원사격을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일스님

의정부교도소를 지원하는 지일스님도 벌써 10년이 넘게 수용자들을 만났다. 포교에 원력을 둔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기 만나기 가장 어려운 곳이 어딜까 고민하던 끝에 절에 오고 싶어도 못 오는 사람들을 찾아갔다. 의정부교도소에서 법회를 하고, 교정교화전법단 출범 후에는 봄, 가을 수계법회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힘들지 않은지 묻자 스님은 “교도소 포교는 아무리 해도 표가 안 난다. 그저 재범률을 낮추겠다는 마음으로 할 뿐”이라고 말했다.

지일스님은 수용자들을 늘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교도소에서 좀처럼 듣기 어려운 호칭이다. “교도소에 와보면 복 없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며 “그들에게 존대를 해주고 소중하나도 얘기해주는데, 매일 ‘나쁜 놈’이란 소리만 듣다가 소중한 사람으로 대접받으니까 수용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한다.

사실 교도소 불교법회에 나오는 수용자들은 불교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한다. 참회하고 싶어서 나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을 보내려고 나오는 경우도 있다. 요새는 교도소 매점에 좋은 물건이 많아 공양물보다 영치금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교도소는 상대적 결핍이 도드라진 곳이기도 하다. 무기수 중에는 가족도 포기해 면회 오는 사람이 아예 없는 사람도 있다. 우표 값이 없어 편지 한 통 쓰지 못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치금으로 수백만원을 넣고 쓰기도 한다. 교도소에서조차 소외된 사람들을 돕는 게 스님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청송교도소 뿐만 아니라 다른 교정기관도 마찬가지겠지만, 수용자들 중에 일생을 교도소에서 살 사람도 있다. 그들이 언제 한번 행복을 느껴봤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도 그만둘 수가 없다”고 지일스님은 토로했다.

그러나 교정교화활동이 몇 몇 스님의 원력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경찰서에서 법회를 하는 경승은 서로 하려고 하는데 교정기관 지도 법사를 하려는 스님은 없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하며 보다 많은 스님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선문스님

총무원 사업부 사업국장 선문스님은 1년 전부터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구 안양소년원) 법회에 나간다. 10대부터 20대 초반까지 여자 청소년들이 생활하는데 스님은 불교반 학생들을 볼 때마다 순수함을 느낀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청소년들의 사회적 범죄가 심각하다고 나오는데 막상 아이들을 만나면 정말 범죄에 노출된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그 때마다 환경과 교육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 법회 때도 청소년 인성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하려고 늘 고심한다. 무엇보다 스님은 학생들에게 마음으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자기 안에 있는 고민이나 화가 나오기도 하는데, 때론 분노조절장애로 화를 참지 못하기도 한다. 그럴 때 스스로를 다스리도록 명상을 가르쳐준다. 명상을 하며 좋아지는 아이들도 많이 있다.”

엄마 같고 이모 같고 언니 같은 스님에게 학생들은 늘 편지를 쓴다.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사랑한다”는 말이다. 아이들 마음을 오롯이 받을 때마다 스님은 벅차기도 하고 또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한다. 아이들 상당수는 편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에서 자랐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수를 했지만, 항상 밝고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애쓴다. 스님은 아이들이 불교반 활동으로 불자가 되기 이전에 좋은 에너지를 받아 생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밝고 건강한 기운을 쌓으면서 자신만의 힘을 길러 사회에 나가서도 좋은 어른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스님은 “청소년 문제를 들여다보면 어른이 문제인 경우가 많다. 인성교육을 소홀히 한 탓에 청소년들이 그릇된 가치관으로 잘못된 행동을 한다”며 결국 이를 바로잡아야 할 사람들도 어른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들을 보살펴줄 손은 항상 부족하다. 스님은 “심리적 물질적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며 “선입견 없이 아이들에게 다가가 눈높이에 맞춰 상담해주고 얘기 나눠주는 스님이 좀 더 많다면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혜원스님

교정교화전법단장 혜원스님도 스님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교정기관에서 법회를 하려고 해도 법사 스님 찾기가 어렵다. 법문하는 게 어려워서가 아니라 공양비 마련하기 힘들어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법회 한 번 하면 떡값만 40~50만원이 든다. 과일에 음료수까지 챙겨가고, 영치금까지 후원하려면 부담이 적지 않다. 자매법회나 교리수업도 챙겨야 한다. 스님 혼자 재정적 부담을 져야 하니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교정교화전법단이 출범한지 올해로 6년째지만, 각 교정기관에서 활동 중인 스님이나 재가자들 네트워크가 완벽하지 못한 것도 한계다. 포교원 산하 신도단체 활동은 어느 정도 공유가 되지만, 지역 사찰에서 스님과 신도들 활동은 알 길이 없다. 혜원스님은 “전법단 활동을 해봤자 재정적 지원이나 도움이 없으니까 회의 참석하러 오가는 것도 번거로워 하는 것 같다”며 “애써 나오라 권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종단차원의 관심도 촉구했다. “종단이 교정기관에서 포교하는 스님들을 위촉해 격려도 해주고 책임감을 부여하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전했다. 또 스님은 교구본사별로 지역에 있는 교정시설을 책임져주면 교정교화 포교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고 피력했다. 또 수용자 교화를 통해 전국에 교정기관이 53개인데, 24개 교구본사가 2~3개 정도만 맡아줘도 교정교화활동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바람에 불과하다.

스님은 “절에서만 지장보살을 찾을 게 아니라 스스로 지장보살이 돼 현대판 지옥에 있는 중생을 구제해 줘야 한다”며 스님과 신도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우리가 포교한다고 하면 불교를 모르고 생각도 못했던 사람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교도소에 가보면 부처님 가르침을 배우길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마저도 우리가 포용하고 수용하지 못하면 불교를 자비의 종교라 할 수 있겠나. 적어도 놓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정교화전법단과 대한불자가수회는 지난 11일 결집대회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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