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성직자를 
직접 찾아가 만나는 인연
그리고 민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정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이니 
정말 생산적인 일이 아닌가

최근에 절에 잘 나오지 않는 
신도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서 
작은 불심(佛心)이라도 
귀담아 듣는 주지가 돼야겠다

며칠 전, 관할 시(市)로부터 공문 한 통이 배달돼 열어봤다. ‘성직자와 소통하는 날’을 운영하니 사찰 방문 시 협조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곳 시민으로 거주한지가 벌써 30년 가까이 됐는데 관할 시에서 이런 정책으로 종교인을 만난다고 하니, 처음 있는 일이고 참으로 신선한 정책이라 느껴져 꼼꼼히 공문을 읽어 보았다.

방문 대상은 사찰, 성당, 구세군 등 38개소를 지정하고 방문 시 구성인원은 4〜5명이다. 부서별 분담 1개 종교단체 방문, 소통의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주요 방문 내용은 인구증가 당위성 홍보와 바른 주소 갖기, 미 전입 신도 가족에게 전입 협조, 시정에 바라는 사항을 적극 수렴해 시정반영 조치 검토 한다는 내용이다.

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공무원하면 참으로 권위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임하는 분들이 아닌가. 이런 분들이 청사에 머물러 있지 않고 자동적으로 발로 뛰는 큰 이유는 인구 늘리기 정책이다. 대도시를 제외한 각 시·군은 저마다 살기 좋은 도시라 홍보하고 자기 도시로 인구를 유입하고자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는 나홀로 족이 많고 결혼은 하되 아이 낳는 것을 미루고 있는 이 현실에서 인구를 늘려간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상황이다. 살고 있는 시민조차도 자녀 교육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점점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市)가 형성되려면 적어도 인구 15만명이 돼야 하고 5만명 이상의 읍(邑)이 있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축소도시는 20곳이다. 경북 7곳, 전북 4곳, 충남 3곳, 강원 3곳, 전남 2곳이라 한다. 충남 3곳 중 한 곳이 바로 내가 살고 있는 보령이다. 물론 도시가 축소돼도 도시 지위를 박탈하는 규정은 없지만 인구가 많아야 공동체 기반이 강화되고 지역경제가 살기 때문에 이런 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단순한 시 정책에 머물지 않고 공무원 스스로가 체감을 하면서 발로 뛰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이런 정책으로 인해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관할 공무원들이 성직자를 직접 찾아가 만나는 인연, 그리고 민생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시정을 논의할 수 있는 자리이니 정말 생산적인 일이 아닌가.

인구 유입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 공무원이 있는데 우리 절집은 어떠한가. 10년 만에 불자가 300만명 감소했다고 자책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지만 감소된 인원을 어떻게 유입시킬 것인가 하는 불교 종책의 확실한 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벽돌도 한 장만 있을 때는 그냥 벽돌일 뿐 담장이나 성벽이 될 수가 없다. 장인의 손길로 한장 한장 쌓아야만 담벼락이 되고 거대한 성벽이 된다. 또한 쌓아 둔 성벽에 벽돌 하나가 이탈이 생기면 당장은 아니더라도 서서히 그 성벽은 무너지고 말 것이다.

각 지역에 있는 모든 사찰들은 불교를 이끌고 만들어 가는 실핏줄 같은 존재다. 그래서 종단 집행부는 그 끈을 무시하거나 방임해서는 안 된다. 그 끈을 놓게 되면 언젠가는 이탈이 생겨 무너지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종단 집행부를 향한 요구 상황이 많다. 물론 시대에 걸맞은 행정도 중요하지만 각 지역 불교를 책임지는 수행자들이 부지런히 행복한 불교를 만들어 탈종교현상을 막아야 한다.

‘성직자와 소통하는 날’ 공문을 보면서 나는 최근에 절에 잘 나오지 않는 신도의 집을 가가호호 방문해서 작은 불심(佛心)이라도 귀담아 듣는 주지가 돼야겠다는 야심찬 다짐을 해본다.

[불교신문3345호/2017년11월15일자] 

정운스님 논설위원·보령 세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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