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절에 머물렀던 스님이나
작품 이름으로 해도 된다 
백일장을 통해 절, 불교가 
작품 속에 들어오기도 하고 
한글을 발전시키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만한 전법도 없을 것이다

지난 10월8일 울산한글문화예술제에 다녀왔다. 문인으로서, 시인으로서 한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시민에게 말해달라는 것이었다. 이런 연락을 받고야 올해가 571돌 한글날을 기념하는 해이고, 울산이 외솔 최현배 선생의 고향이라는 것을 알았다. 지자체에서는 ‘한글중심도시’ 울산을 알리기 위해 문화예술단체들과 여러 가지 행사를 마련하고 있었다. 

‘2017 한글문화예술제’는 3일 간에 걸쳐 외솔기념관과 문화의 거리, 옛 관사인 동헌, 그리고 젊음의 거리에서 열렸는데, 이 예술제에 13만 여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문화의 거리에 훈민정음과 독립신문에 보이는 옛 한글 대형 조형물에서부터 한글 서예 작품, 한글공모전 작품 등이 펼쳐져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는 후문이다. 외솔기념관에서는 ‘한글아, 놀자! 프로그램이 마련돼 엄마 아빠와 함께 아이들이 한글놀이를 하였으며, 동헌과 연계한 ‘한글 타요버스’는 올해에도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올해 처음으로 시도된 젊음의 거리에서는 ‘한글 보물을 찾아라’ 이벤트를 했는데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개인 일정으로 미리 올라오느라 울산시내 투어를 하는 ‘한글 타요버스’를 타지 못한 것이 내내 아쉽다.

내가 참가한 행사는 기와집과 뜰이 아름다운 동헌에서 있었다. 전등을 매단 감나무 그늘 아래 무대를 설치하고 저녁 음악회와 함께 열렸다. 나는 거기서 내 문학의 시작이 한글날기념 백일장이라고 고백하였다. 실제 내가 다닌 고등학교에서는 매년 백일장을 개최했다. 내 기억으로는 문학에 관심과 취미가 있는 학생뿐만 아니라 전교생이 교양으로 무조건 참가하는 형식이었다. 나는 거기서 장려상과 입선을 한 기억이 있다. 좋은 성적은 아니다. 이정도 가지고는 문학에 재능이 있다고도 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백일장 경험은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계에 부딪혔을 때 인생의 항로를 문학으로 바꾸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그러면서 이런 백일장을 전국의 각 사찰에서 시행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절 마당에서 부처님오신날 기념 백일장을 해도 되고 한글날기념 백일장을 해도 좋다. 신도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을 모아놓고 하면 더 좋다. 인근의 초·중·고등학교와 연계해도 된다. 큰 절의 경우 전국대회로 시행해도 된다. 그 절에 머물렀던 스님이나 그 절을 제재로 쓴 좋은 시가 있다면 스님의 이름이나 작품 이름으로 백일장을 해도 된다. 이것만한 사찰홍보와 전법행위도 없을 것이다. 이런 사찰 백일장 경험을 개인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찰이라는 장소에서 열리는 백일장을 통해 절이나 불교 제재가 작품 속에 들어오기도 하고 한글을 발전시키고 보전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언어는 존재다.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가 그 사람이라는 것이다. 문장이 곧 그 사람이라는 선현들의 말과 같다. 글이나 문자를 통해서만이 개인이나 집단의 정체성을 확인 할 수 있다. 전국에 편재한 사찰에서 백일장을 연다면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문화나 문학의 발전은 물론,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유지 발전시키고 전승을 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당연히 불교의 미래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불교신문3345호/2017년11월15일자] 

공광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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