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서구에 특수학교 신설을 두고 믿기 어려운 장면이 연출됐다. 특수학교 건립을 찬성해달라며 장애인 학부모들이 주민토론회장에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러나 ‘혐오시설’ 건립으로 집값하락과 자신의 자녀의 교육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하는 주민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 장면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분노하고 부끄러워했다. 

특수학교를 두고 님비현상이 벌어지면서 강남구에 설립된 발달장애아들을 위한 특수학교인 밀알학교가 주목을 받았다. 20여 년 전 한 목사가 설립한 밀알학교는 지역과 상생한 성공사례로 꼽히며 연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특수학교 문제에 대해서 불교계도 꿀 먹은 것마냥 입을 떼기 어려운 형편이다. 장애인복지관이나 요양시설을 운영하긴 하지만 교육기관은 전무하다. 불자였지만 발달장애인 아들을 교육시키기 위해 개종할 수밖에 없었던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의 사연은 불교계 현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타깝게도 불교는 ‘장애인 감수성’이 둔감하다. 장애인들을 위한 배려가 걸음마수준이다. 전생의 업을 운운하며 부모가슴에 못 박는 얘기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장애인 포교에 앞장서 온 한 스님은 장애인들은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하거나 성지순례도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거동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 휠체어를 구비해 놓은 곳도 없고, 심지어 시각장애인 안내견 출입을 막는 사찰도 있다고 한다. 대규모 법회 때도 수화통역을 하는 경우도 흔치 않다. 사찰순례나 신행활동도 어려운 상황인데, 특수학교는 언감생심이다.

최근 만난 김호성 전 서울교대 총장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능력 있는 부자나 권력자의 편을 들어주는 건 종교가 아니라며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보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불교도 예외는 아니다. 불자가 감소했다고 걱정하기에 앞서, 종교의 사회적 역할을 다 하기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돌아볼 때다. 

[불교신문3345호/2017년11월1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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