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불교유신론

만해스님 지음·정은주 옮김/ 풀빛

민족 암흑기, 일제강점기 불교정책으로 망가져가던 한국불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했던 만해스님의 따끔한 충고와 질책이 담긴 <조선불교유신론>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춰 풀어낸 해설서가 나왔다. 자칫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생소한 불교 용어와 고전 문구는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석과 배경지식을 더했고, 만해스님이 저술한 다른 논설과 시 등을 다각도로 참고해 병기했다. 원서는 서론부터 결론까지 17장으로 나눠 있지만 이 책은 보다 이해하기 쉽도록 6장으로 재구성해 주제별로 묶은 것이 특징이다.

<조선불교유신론>은 시인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만해스님이 불과 서른 두 살이던 1910년, 설악산 백담사에서 완성한 불교 개혁론. 200자 원고지 1만 매가 넘는 방대한 양에 달한다. 조선시대부터 억불숭유 정책으로 쌓여온 무기력과 무질서, 각종 인습과 폐단으로 얼룩진 당시 불교의 타락상과 나태함을 하나하나 파헤쳐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고 있어 한국 역사상 큰 영향을 미친 명저로 꼽힌다.

유신론은 당시로서는 쉽게 수용하기 어려운 파격 그 자체였다.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는 수행자들의 합법적 결혼을 비롯해 주지가 개인이익을 추구할 수 없도록 모든 사찰과 재산을 통괄하는 기구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 시험을 통해 선발된 자만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쓸데없는 불교 의식은 폐지해야 한다는 것, 기독교 포교 활동을 본받아 불교도 대중 포교에 나서야 한다는 것 등이다. 책은 당대의 파격적 불교 개혁론을 시대적 배경과 그 이면에 담겨진 내용을 섞어 알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만해스님은 무엇보다 당시의 조선불교가 ‘유신(維新)’을 외면하고 있다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낡은 제도와 관습을 고쳐 새롭게 바꾸어 나가는 시대적 흐름에 불교가 뒤쳐진 데는 그 책임과 원인이 종단과 사찰이 아닌 바로 ‘나’에 있음을 강조하며 수행자들의 각성을 주장했다. 무엇보다 시대에 뒤쳐진 구습이나 인습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괴가 이뤄져야 한다고 과감히 외쳤다.

이 책은 “유신론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당시 불교의 타락성과 안일함을 낱낱이 파헤친 비판 정신이며, 승가 교육이나 수행, 의례나 포교방식의 혁신 등 불교계 당면 문제에 대해 파격적이고 과감한 대안을 모색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교적 열정을 바탕으로 불교 전반에 걸친 예리한 관찰과 비판, 시대에 뒤떨어진 불교를 개혁할 새로운 방향과 대안을 제시하는 만해스님의 유신론을 통해 오늘날의 종교계와 사회상까지 돌아보게 만드는 대중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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