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 이모션

대니얼 골먼 엮음·김선희 옮김/ 판미동

티베트 불교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세계석학 만나
대담한 내용 책으로 선보여

우리 마음과 몸, 감정과 건강
관련성 대해 집중적인 토론
“모두 하나 돼 서로 협력해야”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감정을 포함해 마음의 진정한 본질은 평정입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사랑과 용서의 가치를 대변하는 이 시대의 위대한 스승으로 꼽히는 달라이 라마.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이기도 한 그는 지난 1987년부터 현재까지 인도 다람살라에서 각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직접 만나 감정과 건강을 주제로 토론하는 모임인 ‘마음과 생명 대담’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음과 몸의 관계를 가장 실질적으로 다룬 1990년 진행한 제3차 대담을 책으로 엮은 <힐링 이모션>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선보였다.

달라이 라마와 세계적인 석학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마음과 몸의 관계를 주제로 대담한 내용을 모아 책으로 엮은 <힐링 이모션>이 최근 우리말로 번역돼 출간됐다. 사진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와 석학들이 대담을 하고 있는 모습.

이 대담에는 달라이 라마를 비롯해 감성지능(EQ)의 제창자인 심리학자 대니얼 골먼 박사를 비롯해 ‘마음과 생명학회’ 설립자이자 프랑스 파리 국립과학연구원 소장을 역임한 프란시스코 바렐라 박사, 마음챙김 명상법을 널리 알린 명상지도자 존 카밧진 박사, 리처드 데이비드슨 미국 위스콘신대학 감정신경과학 연구소 책임자, 클리퍼드 사론 미국 뉴욕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과대학 소속 심리학자, 대니얼 브라운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심리학과 임상 조교수, 리 이어리 미국 스탠포드대학 종교학과 교수, 샤론 잘츠버그 미국 매사추세츠 위파사나협회 명상 지도자가 참여했다.

신경과학, 생리학, 행동의학, 심리학, 철학 등 각 분야의 저명한 학자들은 달라이 라마와 함께 마음과 몸, 감정과 건강의 관계에 관해 집중적인 토론을 벌였다. 감정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스트레스나 트라우마 등 마음의 병은 다스릴 수 있는지, 우리가 느끼는 감정과 자아가 문화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는지 등이 폭넓게 다뤄져 주목된다. 이 대담을 책으로 엮은 대니얼 골먼 박사는 “마음과 건강의 관계가 과학적인 주제로 다루어지기 시작할 무렵 이루어진 이 대화가 여러 측면에서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들은 이후 과학의 미개척 분야였던 마음을 보다 깊이 연구해 과학적 기반을 튼튼히 하면서 세계적인 석학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불교는 마음이 몸은 물론 세상 모든 것들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본다. 실제 긍정적인 감정이 면역력을 강화시키고, 높은 자존감이 통증과 불안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기도 했다. 이 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역사·문화적인 이해와 과학적인 접근법을 동원해 마음과 몸의 상관관계를 탐구한다. ‘마음공부’의 전문가로 대담에 참여한 달라이 라마는 마음에 관한 과학을 판별하는 시금석 역할을 하면서도 동양적 사고방식과 불교적 관점을 적극 대변한다. 그러면서도 내면에서부터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상처받은 감정을 치유해 ‘마음의 치유력’을 높이는 것이 신체적·정신적 질병을 낫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섬세하게 밝혀낸다.

또한 달라이 라마가 서양 학자들에게는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 이야기를 던질 때 감정이나 마음을 바라보는 동서양의 관점이 대비되는 부분도 흥미롭다. 예를 들어 티베트어에는 영어의 ‘감정’에 해당하는 말이 없다는 것, ‘자존감’ 혹은 ‘자기혐오’라는 개념이 없다는 것, 정치적으로 박해받은 티베트 난민들은 캄보디아나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난민들과 달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등 감정과 마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보여 주며 독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긍정적인 감정이 마음의 치유력으로 이어져 심신의 건강을 지켜주듯, 이타적인 감정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깨닫게 된다. 여기에 “우리 모두 하나 되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대담의 결론은 타인에게 용서를 베푸는 일이 언제나 자신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베풂이라는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을 과학적으로 잘 보여 주는 대목이다. 지혜와 지성이 함께한 몸과 마음, 삶과 의식을 둘러싼 대화 속에서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과학과 종교가 한데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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