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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절] <35> 서울 성림사‘따뜻한 말 한 마디’로 삭막한 도심 치유하는 도량

‘마음의 병’ 앓고 있는 현대인
지친 심신 달래주는 편안한 절
사찰 본연의 역할 충실하면서
지역사회 연계방안도 모색 

성림사에서는 다른 사찰에서 느낄 수 없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살아있다. 사진은 영국 심리학자 데이비드 브레이저 박사를 초청해 선 상담치료 강의를 듣고 있는 성림사 사부대중의 모습.

현재 우리 사회는 삭막하다. 세계에서 가장 마음이 아픈 사람이 많은 나라 중 하나이다. 2003년부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아픈 성적표를 13년 째 받고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경제상황, 소득 불평등, 청년실업, 고령화로 인한 노인빈곤 등 어려운 사회 환경 역시 마음 아픈 사람이 늘어나는데 한몫 하고 있다. 

이런 삭막한 사회 속에서 따뜻한 위로로 사람들의 마음을 보듬는 도량이 있다. 지난 10월23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성림사를 찾았다. 성림사는 회주 광용스님과 주지 현담스님의 남다른 원력으로 지난 2010년 창건됐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치료하기 어렵다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자 도량을 세운 것이다. 성림사는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문화재를 보유한 전통사찰도 아니고 도심권에 위치한 대형사찰도 아니다. 오히려 아파트, 빌라 등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에 위치해있다. 그래서 회주 스님과 주지 스님은 창건 전부터 ‘어떻게 신도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포교는 어떻게 할까’ 등 고민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이제 절에서 염불 하고 기도만 한다고 해서 신도들이 찾지 않는 것 같더라고요. 무언가 특별한 걸 신도들에게 주고 싶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마음의 편안함입니다.” 이렇게 회주 스님과 주지 스님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도량을 만들 것을 마음먹는다. 또한 이런 판단에는 주지 스님의 경험도 녹아 있었다. 

서울 성림사는 지역 주민과 소통을 통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은 어린이 한문학당 수업 이후 성림사 앞마당에서 주지 스님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아이들 모습.

10여 년 전. 주지 스님은 김포 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과에서 수학하면서 고려대 안암병원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1년간 하게 된다. 삶의 끝에 잠시 머물며 이별을 준비하는 그곳에서 주지 스님은 그 사람들에게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 한다. “처음엔 수줍음이 많아 친절하게 다가서질 못했어요. ‘다음 주에 와서 꼭 염주 갖다드릴께요’라고 말한 뒤 다음 주 봉사활동 와보니 이미 이승을 떠나신 보살님에게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드네요.” 그 때 주지 스님은 마음에 안정을 줄 수 있는 상담공부에 매진하기로 결정하고, 언젠가는 상담이 특성화된 도량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이후 회주 스님과 함께 정식으로 상담공부에 매달린 끝에,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에서 발급하는 불교상담심리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래서 성림사에는 다른 사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상담실이 마련돼 있다. 상담실은 불사를 시작할 때부터 먼저 설계도에서 그려 넣었다고 한다. 그만큼 상담실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성림사는 정신적으로 허덕이는 누구나에게 열려있는 도량이다. 주지 스님과의 상담도 미리 연락을 통해 예약하면 언제나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정기적인 상담보다 비정기적인 상담이 더 자주 이뤄진다고 한다. “어느 누가 와서 ‘저 자살할게요’라고 말하겠어요? 그냥 마음이 아파보이면 차 한 잔 마시고 가라고만 말합니다.” 

지금까지 셀 수 없는 많은 사람들이 주지 스님과 대화를 하고 마음을 치유했다고 한다. 특히 며칠 전 “많이 힘드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펑펑 울면서 이야기하고 간 보살님이 떠오른다고 했다. 이제 멀리 지방에서도 스님과 대화를 하기 위해 성림사를 찾는 불자들이 많아졌다.

이밖에도 성림사는 상담이란 특성화된 영역 이외에 사찰 본연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매년 불교교리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5기 졸업생까지 배출했다. 지금까지는 부처님 말씀을 교육했지만 앞으로는 상담교육과 연계한 신도교육도 염두하고 있다. 어린이 불자들을 위한 한문학당 수업도 진행했다. 또한 1년에 한 번씩 신도들과 성지순례 역시 꾸준히 챙긴다. 지금까지 라오스, 캄보디아 등 불교 성지가 있는 곳이면 신도들을 데리고 가 부처님의 발자취를 느끼게 해준다. 성지순례를 하면서 인연을 맺은 지역 아동들을 위한 물품도 지원하고 있다. 지난번 성지순례에는 캄보디아 씨엠립지역 내 수상학교 아이들을 위한 물품을 보시했다고 한다. 

성림사 전경.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멀리 지방에서도 오는 신도들 때문에 주지 스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나 이제 성림사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 주택가가 밀집한 곳에 도량이 위치하다 보니 지역 주민과 함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지역 공동체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 중이다. 어려운 지역 주민들을 위해 연말연시에 기부활동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흡사 ‘비밀의 정원’을 떠올리게 만드는 성림사 앞 마당을 배경으로 마포구에서 ‘찾아가는 마포사진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교육 공간도 꾸밀 예정이다. 4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다용도 교육관에서 지역주민들에게 꽃꽂이, 다도 수업 등을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이웃 사회와 소통하며 따뜻한 정까지 담고 있는 성림사의 내일이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성림사를 둘러보고 나오면서 종무소 입구에 놓여있는 ‘나도 한 글귀 남기겠습니다’ 공책이 눈길을 끈다. 그간 성림사에서 상담을 통해 또는 기도를 통해 얼었던 마음을 푼 사람들이 쓰고 난 흔적이다. ‘조금이나마 마음과 편안함을 되찾고 갑니다’, ‘편안한 안식처 같은 느낌입니다’ 등이 적혀있다. 성림사에서 마음을 치료하고 간 사람들의 글귀를 통해 우리 사회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왜 중요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불교적 상담기법 개발에 진력하겠다”

■ 성림사 주지  현담스님  

 

“지금까지 많은 신도들과 상담을 진행하다보니 느낀 점이 있습니다. 대부분 힘든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그러나 정작 상담을 해보면 왜 문제가 생겼는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본인이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과 답까지 알고 있다는 뜻이죠. 다만 지금까지 본인의 힘든 상황을 어느 누구도 들어주지 않아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른다고 착각할 뿐입니다.”

주지 현담스님<사진>은 10년 간 꾸준히 상담학을 공부했다. 그만큼 상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스님은 지금 우리나라에 무수히 많은 커피숍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이유가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스님은 이 세상 최초의 상담가로 ‘부처님’을 뽑으면서 부처님 법을 공부하는 스님들이 기본교육 때부터 상담에 대한 소양을 배웠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사찰 안에서 스님과 신도의 관계는 대부분 상담으로 진행됩니다. 때문에 꼭 스님들은 필수적으로 상담공부를 배워야 합니다.” 이와 함께 스님은 상담기법의 대부분이 서양철학에서 유입된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앞으로 현대 사회에 흐름에 맞는 불교철학 상담기법 개발에 진력할 것을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지금까지 “밥값은 꼭 해야겠다”는 자세로 수행자의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부처님에게, 신도들에게 창피하지 않고 매일 먹는 ‘밥’의 값어치에 떳떳하게 어제를 살았고, 오늘도 살고 있으며, 내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현담스님은 광용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93년 통도사에서 사미니계를 1998년 통도사에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중앙승가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으며 실천불교학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성림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으며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이사, 마포경찰서 경승위원도 역임하고 있다.

 

[불교신문3344호/2017년11월11일자] 

 

이성진 기자  sj0478@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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