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말연시 ‘필수 아이템’

올해 출시된 2018년 불교 달력들.

어느새 연말, 대형서점이나 문구점에는 벌써부터 새해를 알리는 달력과 다이어리가 가득하다. 스마트폰 ‘터치’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아직까진 아날로그 감성 물씬 풍기는 종이 달력과 다이어리를 찾는 사람이 많다. 벽걸이는 물론이고 손안에 쏙 들어오는 미니 달력부터 책상 위에 올려두고 일 년 내내 얼굴을 마주할 탁상 달력까지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으로 제작된 달력은 종교와 세대를 불문하고 여전히 연말 필수 아이템이다. 성큼 다가온 불기 2562년 2018년, 개성으로 단장한 무술년 불교 달력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자연 속 풍경’ ‘연의 노래’ ‘사찰, 그곳의 담장’ ‘발길 닿는 곳, 산사’ ‘꾸러기 동자승의 미소’ ‘님의 미소, 마애불’. 표지마다 제목도 다양하다. 도솔천에 비친 꽃무릇, 눈 내린 송광사, 단풍 가득한 내장사 풍경은 물론이고 전국 곳곳에 숨어있는 사찰 담장부터 마애불의 미소만 집어낸 사진들까지 달력 그림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계종 사업지주회사 도반HC가 올해 처음 선보인 ‘불이문’ 달력은 그림 같은 풍경 위에 문 모양을 합성해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치 자연 속에서 창밖을 보는듯한 모습을 연출해 냈다.

그림 달력 가운데 단연 최고 인기를 구사하는 것은 동자승 달력이다. 장난기 가득한 동자승들이 민들레 홀씨를 입으로 후 불어 날리며 봄을 맞이하고, 연꽃등을 달며 사월초파일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그림 달력들은 불교 달력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판매량을 차지한다. 맑고 밝은 동자승들의 미소를 보다보면 마음까지 절로 환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요즘에는 뭐니뭐니해도 예쁜 손 글씨로 직접 글귀를 적어 넣은 ‘캘리그래피’ 달력이 대세다. “잘 나갈 때일수록 조심하라. 화려한 비상 뒤에는 언제나 휴식과 침잠이 필요하다. 그러니 잠시 멈춰 서 보라” “남에게 듣기 싫은 성난 말을 하지 말라. 남도 그렇게 너에게 대답할 것이다.” 유명 스님의 전언부터 <법구경> <보왕삼매론> 등에 나온 경전 글귀는 이제 없으면 허전하고 아쉬울 정도. 바람처럼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잠시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아름다운 말들이 새겨진 달력들은 해가 갈수록 인기 상승세다. 

불자라면 음력이 뚜렷이 새겨진 불교 달력을 찾기 마련. 때문에 ‘음력’ 날짜가 달력 디자인 전체를 좌우하기도 한다. 해마다 30여 종 이상의 달력을 제작하며 100만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도반HC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달력을 만들어오고 있지만 이 ‘음력’ 날짜만큼을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크기와 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신도들이 많아서다.

위성의 도반HC 달력팀장은 “나이가 많이 든 보살님들은 아직까지도 음력 날짜 눈에 잘 띄는 달력을 찾곤 한다”며 “불교 행사가 음력에 맞춰 진행되는 만큼 조금은 촌스러워도 양력 날짜에 뒤지지 않게 파란글씨로 크게 새긴 음력일을 새겨 넣고 있다”고 했다.

모던과 심플함을 강조한 달력도 눈에 띈다. 불광은 ‘마음풍경’ ‘우리벽화’ 등 단 2종의 달력만 내놨다. 기존의 불교 달력과 달리 음력 날짜를 드물게 회색 작은 글씨로 찍어냈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디자인을 더해 인테리어 소품으로 손색이 없게 만들었다. <틱낫한 기도의 힘>에 나온 글귀를 한글뿐 아니라 영문으로 새겨 넣은 점도 눈에 띈다. 최배문 사진작가가 전국을 직접 돌아다니며 찍은 그림 같은 사진도 일품이다.

올해만 총 60여 종의 달력을 내놓은 감로기획은 ‘우리말 반야심경’ ‘부모은중경’ 등 다양한 경전을 달력화 했다. 달마다 계절에 맞는 사찰음식 레시피를 적어 놓은 ‘보약보다 좋은 사찰음식’ 달력도 흥미롭다. 남정숙 감로기획 실장은 “크게 위화감을 갖기 않도록 사찰 사진이나 스님, 경전 구절이나 음력 날짜를 빼놓지 않는 선에서 디자인 개발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며 “동자승 사진과 경전 구절이 들어간 달력은 유행과 상관없이 가장 잘 팔리는 아이템이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텍스트가 들어가지 않은 달력이 없을 정도로 좋은 글귀를 소개하는 달력이 인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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