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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이익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라
  •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7.11.09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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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미나 절을 지키는 일반인도 
일하면 돈 지불하라고 했지만
축출비구 외도와 거래는 ‘불허’
잘못된 경제관계 차단엔 엄격 

괴테의 <파우스트>의 맨 마지막 구절은 “여성적인 것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라는 유명한 구절이다. 못된 짓을 하는 사람의 대부분이 남자이고 중범죄의 대부분은 남자에 의해 저질러진다. 여자도 나쁜 짓을 하지만 악랄한 인간은 대부분 남자다. 불교계에서는 비구 사찰은 부정이 많은데 비구니 사찰은 상대적으로 부정도 적고 깨끗하다고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인지 한 번 조사해볼만한 일이다. 즉, 돈에 있어서 비구니 사찰이 더 투명하고 정직하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어떻게 보면 남자가 훨씬 못된 인간 같다. 오랜 기간 동안 남자는 강자였고 여자는 약자였기에 남녀관계는 평등하지 않았다. 심지어 남자는 여자를 착취한다는 관점에서 남녀관계를 파악하기도 한다. 최근 남녀관계의 변화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여성이 경제력을 갖게 된 것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인간관계 중에서 경제관계는 가장 첨예하게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관계다. 아무리 좋던 사이도 돈 문제가 얽히면 본성이 드러난다. 나는 “참 좋은 사람이에요”라는 말과 함께 사람을 소개 받으면 속으로 ‘돈으로 겪어보지 않고 좋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생각한다. 차마 이런 말을 겉으로 내뱉을 수 없기에 “겪어봤습니까?”라고 묻는 게 일반적이지만 진짜 묻고 싶은 것은 “돈 문제로 겪어봤습니까?”이다. 돈이 얽히면 부모 형제자매 사이도 험악해진다. 돈 앞에는 뭐든지 무너진다. 온통 세상은 ‘돈의, 돈에 의한, 돈을 위한 세상’이 됐다.

불교에서는 바람직한 경제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서로 정당한 대가를 교환하는 경제관계가 답이다. 즉 남으로부터 재물과 이익을 받으면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하며 마음으로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가시적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 <별역잡아함경>은 “남에게 좋은 음식 받았으며, 또는 재물과 이익을 받았으면서, 그이가 자기의 집에 오면, 보답할 마음이 전혀 없고, 내지 그에게 음식을 주지 아니하면, 그를 업신여김 받는 첫머리라고 말하네”라고 설한다. <잡아함경>은 “풍족하고 맛 나는 남의 음식 받으면서, 자기는 스스로 그 재물 아껴, 남의 것 먹고도 갚지 않는 것, 그것 곧 지는 문에 떨어짐이다”고 설한다.

어떤 부자가 내가 잘 아는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는데 워낙 신뢰, 원칙 등을 운운하다보니 그 변호사가 구두 계약으로 사건을 수임했다. 나는 옆에서 그 사람 믿을 수 있을까 하고 걱정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사건에 이기자 “네가 한 일이 뭐냐”라고 따지면서 약속한 돈을 주지 않았다. 대가를 받았음에도 안면 몰수하고 공짜로 변호사를 부려 먹은 것이다. 법을 다루는 변호사마저도 이런 식으로 속여 먹으니 평범한 사람은 힘 있는 사람에게 판판히 당한다. 언젠가 은사 선생님이 은퇴하기 직전에 나에게 흥미 있는 조언을 했다. “내가 살아보니 애국심, 신뢰, 원칙 등을 강조하는 사람치고 제대로 된 사람이 없더라고.” 최순실이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한 단어가 ‘믿음’과 ‘신뢰’였다는 것이 녹취를 통해 드러났다. 은사 선생님 말이 맞았다.

가장 첨예한 경제관계의 하나가 노사관계이다. <중아함경>은 “상전은 다섯까지 일로써 종이나 하인을 가엾이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 구제하여야 하나니…첫째는 그 힘을 따라 일을 시킨다. 둘째는 때를 따라 먹인다. 셋째는 그 힘을 따라 마시게 한다. 넷째는 날마다 쉬게 한다. 다섯째는 병이 나면 약을 주는 것이다…만일 사람이 종이나 하인을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면 반드시 흥하고 쇠하지 않느니라”고 설한다. 부처님은 노동자에게 적정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라고 지시하면서 사미에게도, 절을 지키는 사람에게도 그들이 일을 하면 돈을 지불하라고 설하고 있다. 이것은 사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노동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전은 아랫사람의 능력에 따라 일을 시키되 음식, 휴식, 의료복지 등을 제공해야 함은 물론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고 설하고 있다. 아랫사람도 윗사람에 대해서 열심히 일하고 존경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가 성실과 상호 사랑으로 맺어져야 한다.

비록 출가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규정이지만 부처님은 교단에서 축출된 비구는 물론이고 외도, 속인과도 경제적 관계를 맺지 말라고 했으며 심지어 음식도 주지 말라고 하신다. 그러나 병자, 어린이, 임산부 등 약자에게는 예외를 허용하고 외도, 속인이 다쳐서 죽어갈 때에는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지만 그 이외의 경우에는 외도, 속인과 경제적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비의 종교라는 불교답지 않게 들릴 수 있지만 잘못된 경제관계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우리는 잘못된 인간과는 절대 관계를 맺어서는 안 되고 관계를 맺게 된다면 거래가 공정하게 성사될 수 있도록 반드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

[불교신문3344호/2017년11월11일자]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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