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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빛낸 장자 이야기] <40> 자식이 없는 보디 왕자번식 위해 낳은 새알까지 모두 먹은 과보는 …
  •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 승인 2017.11.06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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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청춘과 중년, 말년
어느 한 시기라도 
그대와 아내가
주의 깊은 삶을 살았다면
금생의 청춘과 중년, 말년
어느 시기에 아들이나
딸을 얻었을 것이다

왕자여, 자기 자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다른 존재 역시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해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목수를 죽이려고까지 했던
보디 왕자는 부처님께서
이 설법을 끝낸 순간
전생과 금생의 잘못을 뉘우쳤고…

부처님께서 위없는 깨달음을 성취하신 지 8년째 되던 해였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숭수마라기리 부근의 베라깔라 숲에 머물고 계셨다. 이곳은 우데나 왕의 아들 보디 왕자가 다스리는 지역이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궁전을 짓다

보디 왕자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웅장한 궁전을 갖고 싶었다. 왕자가 고용한 목수는 가진 재주를 모두 동원하여 마치 거대한 붉은 연꽃이 하늘에 떠 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궁전을 완성하였다. 궁전을 본 보디 왕자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목수에게 물었다.

“이런 궁전을 다른 곳에서도 지은 적이 있는가?

목수는 허리를 숙인 채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런 종류의 왕궁은 어디서도 지어본 적이 없습니다. 이 궁전이 저의 첫 작품입니다.”

목수의 대답을 들은 왕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원한 것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궁전이었다. 그런데 만약 다른 누군가가 목수를 고용한다면 자신의 궁전보다 훨씬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독특한 건물이 만들어질 수도 있었다. 이렇게 생각하자 만족스러운 감정은 사라지고 오직 경계의 마음만 남아 신경이 온통 곤두섰다. 고민하던 보디 왕자는 결국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인 산지까뿟따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다. 며칠 사이에 수척해진 보디 왕자의 얼굴을 본 산지까뿟따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보디 왕자여, 왜 그렇게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인가? 설마 이토록 경이롭고 아름다운 그대의 궁전이 마음에 들지 않기라도 한 것인가? 

“오, 나의 벗 산지까뿟따여! 안 그래도 궁전 때문에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라네. 아무래도 목수를 없애야 할 것 같네. 내가 원한 것은 세상에 하나 뿐인 걸작인데 만약 목수가 다른 이의 부탁을 받고 나의 소중한 궁전과 똑같은 궁전을 짓는다면 어찌한단 말인가? 목수를 죽이는 것이 힘들다면 팔 다리를 자르거나, 눈알이라도 뽑아버려 더 이상 목수 일을 할 수 없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해 질 것 같네. 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이 생각뿐이라네.”

그 목수는 목숨을 걸고 탈출하고 

보디 왕자의 이야기를 들은 산지까뿟따는 목수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일어났다. 세상에 없는 재주와 기술을 지녔다는 이유로 죽게 될 운명이라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궁전의 완공을 하루 앞둔 늦은 밤, 산지까뿟따는 은밀하게 목수를 찾아갔다. 

“이제 궁전은 다 지어진 것인가, 아니면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가?”

“제가 할 일을 다 마쳤습니다.”

목수의 대답을 들은 산지까뿟따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속삭였다.

“궁전이 완공된 것을 안 순간, 왕자는 그대를 죽일 것이라네. 부디 살 길을 찾으시게나.”

산지까뿟따의 말을 들은 목수는 머리털이 삐쭉 섰다. 그는 자신을 위해 위험을 무릎 써준 산지까뿟따를 향해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대인께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이 위험에서 벗어날 방법을 꼭 찾아보겠습니다.”

다음 날 아침, 보디 왕자가 궁전이 완공되었냐고 묻자 목수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직 손 볼 곳이 많이 남았습니다. 남은 공사를 마무리 하려면 수분이 없는, 바짝 마른 나무가 많이 필요합니다. 이 나무들로는 매우 정교한 작업을 해야 합니다. 정신이 흐트러지면 작업을 망칠지도 모르니 아무도 작업장에 오지 못하게 해주십시오. 아내와 아이들이 가져다 줄 것입니다.”

홀로 작업장에 틀어박힌 목수는 하늘을 날 수 있는, 커다란 새 모양의 기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사이 경비병들은 밖에서 목수를 삼엄하게 지키고 있었다. 이윽고 식사 시간이 되자 아내가 밥을 가져왔다. 식사를 하는 동안 목수는 아내에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집에 가거든 살림은 모두 버리고 황금만 챙긴 뒤 아이들을 데리고 오시오.”

다음 날, 아내는 아침식사가 담긴 바구니 안에 황금을 넣은 뒤 아이들과 함께 작업장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목수는 새 모양의 기구에 아내와 아이들을 차례대로 태웠다. 목수가 조종을 시작하자 커다란 날개가 움직이면서 새 모양의 기구가 지붕을 날아올랐다. 가족과 함께 새 모양의 기구를 탄 목수는 하늘을 날아 탈출에 성공했다. 그 후 목수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 보디 왕자의 궁전은 이 세상에 하나 뿐인 귀한 보물로 남게 되었다. 

 보디 왕자는 욕심이 많았고 원하는 것은 꼭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렸다. 하지만 그가 좀처럼 갖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자식이었다. 결혼을 한 지 수년이 지났으나 왕자비가 아이를 잉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부처님께서 베라깔라 숲에 머물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은 보디 왕자는 문득 생각했다.

‘궁전 입구에 붉은 비단을 깔고 부처님을 초대하여 공양을 올려야겠다. 만약 부처님께서 붉은 비단을 밟고 나의 궁전에 들어오신다면, 그 공덕으로 아들이나 딸을 얻을 것이다.’

왕자는 자식 얻기를 소원하지만…

보디 왕자는 화려한 궁전 낙성식을 준비하였고, 이를 기회 삼아 부처님을 초대하였다. 부처님께서 궁전 앞에 도착하시자 보디 왕자는 두 무릎과 두 손과 머리를 땅에 댄 채 예를 올리며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이 붉은 비단에 오르십시오. 부처님께서 이 비단을 밟고 걸으시면 저에게 오랫동안 이익과 행복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보디 왕자가 오체투지의 자세로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처님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으신 채 아난존자를 바라보셨다. 그러자 아난존자가 보디 왕자에게 말했다. 

“왕자여, 이 붉은 비단을 걷어내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 붉은 비단을 결코 밟지 않으실 것입니다.”

보디 왕자가 비단을 걷어내자 부처님께서는 궁전 안으로 들어가셨다. 보디 왕자는 의아한 마음을 꾹 참은 채 준비한 음식을 올리고 부처님의 시중을 들었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마치자 왕자는 손 씻을 물과 수건, 후식을 올렸다. 부처님께서 후식을 드시고 손을 씻으신 뒤 편안하게 앉으시자 그때서야 보디 왕자는 참고 참아온 질문을 드렸다. 

“부처님이시여, 왜 붉은 비단에 오르시지 않으셨습니까?”

“보디 왕자여, 그대는 저 붉은 비단을 궁전 입구에 깔면서 무슨 생각을 하였는가?”

“만약 부처님께서 이 붉은 비단을 밟고 걸어오신다면, 아들이나 딸을 얻을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르지 않은 것이다.”

“제가 끝내 자식을 얻지 못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단호하다 못해 냉정하기까지 한 부처님의 대답에 보디 왕자가 탄식하며 소리쳤다.

“어찌하여 저에게 이토록 불행한 일이 일어난단 말입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보디 왕자의 과거생에 대하여 말씀해주셨다. 

왕자 부부의 전생이야기 

전생에도 보디 왕자는 지금의 아내와 부부였다. 그들 부부는 여러 사람과 함께 커다란 배를 타고 여행을 하던 중 풍랑을 만났다. 거센 폭풍과 파도에 배는 부서져 가라앉았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으나 다행히 그들 부부는 널빤지에 의지하여 죽음을 면했다. 하지만 이들이 도착한 곳은 바닷새들만 살고 있는 작고 외딴 섬이었다. 바다를 떠도는 동안 여러 날을 굶주렸던 부부는 섬을 샅샅이 뒤지며 먹을 것을 찾아보았으나 아무 것도 없었다. 결국 이들은 새들의 둥지에서 알을 꺼내 먹고 기운을 회복했다. 그 후 부부는 배가 고프면 새알을 먹고, 알을 다 먹은 후에는 아기 새들을 잡아먹었다. 이들은 무인도에서 늙어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았다. 금생에 이들 부부에게 자식은 없는 것은 전생에 새들이 번식을 위해 낳은 알을 모두 먹고, 아기 새까지 남김없이 잡아먹은 과보 때문인 것이었다. 부처님의 말씀이 끝나자 보디 왕자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그를 보며 말씀하셨다. 

“왕자여, 과거 청춘과 중년, 말년 어느 한 시기라도 그대와 아내가 주의 깊은 삶을 살았다면 금생의 청춘과 중년, 말년 어느 시기에 아들이나 딸을 얻었을 것이다. 왕자여, 자기 자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삶을 소중히 살아야 하고 주의 깊게 보호해야 한다. 또한 다른 존재 역시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보호해야 하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생명을 해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목수를 죽이려고까지 했던 보디 왕자는 부처님께서 이 설법을 끝낸 순간, 자신의 전생과 금생의 잘못을 완전히 뉘우쳤고 그 자리에서 수다원과를 성취하였다.

[불교신문3343호/2017년11월8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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