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 알면 알수록 불사도 쉬워져요”
“건축 알면 알수록 불사도 쉬워져요”
  • 이경민 기자
  • 승인 2017.11.02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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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남경 한옥협동조합 대표 
사회적기업 한옥협동조합 대표.

건축기사 활동하며 문화재 관심
“사찰 대충, 아무나 지어선 안돼”

건축 불사하며 한계 느껴
사회적 기업 필요성 실감

“건축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기길 바랍니다. 법당이나 전각은 부처님을 모시는 신성한 곳이기도 하지만 스님들이 직접 생활하는 공간이기도 하잖아요. 매일매일 그 곳을 쓰는 분들이 공간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있어야 생활하기도 편하고 또 그 안에 여러 가지 불교적 의미를 녹여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19일 서울 전법회관에서 만난 정남경 한옥협동조합 대표 얼굴에 안타까움이 서렸다. 정남경 대표는 “스님들이 마음 편하게 건축에 대해 기초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며 “특히 사찰 건축은 제각기 다른 의미와 뜻을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아 하나라도 정확히 알아야 문화재 보수 유지도 제대로 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한옥협동조합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통 방식을 고수하면서 한옥의 아름다움이 명맥이 끊이지 않고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주로 한옥을 짓거나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지만 한옥과 밀접히 관련 있는 전통 사찰과 문화재 보수도 빼놓을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스님만을 위한 건축 교육 강좌를 기획하기도 한다.

정 대표는 “한옥과 전통 사찰은 규격화 되지 않고 제각각 개성을 뽐내는 데서 공통된 매력이 있다”며 “두 공간 모두 단순히 오래된 건축물이 아닌 살아있는 문화 공간으로 숨 쉴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한옥에 평생을 바쳐온 그가 사찰 건축에 빠지게 된 때는 18년 전. 건축 기사로 현장을 누비던 때였다. 우연히 한 스님으로부터 불사 의뢰를 받으며 사찰 건축과 관련된 일을 처음 시작했지만 세련된 현대식 건물이나 전통미를 살린 한옥과 달리 사찰은 종교적 공간으로서 특유의 까다로움이 있었다고 했다.

“다른 건축도 마찬가지지만 사찰 건축은 보다 공부할게 많더라구요. 방향이나 색을 정할 때도 각기 의미를 갖고 있어 늘 조심스러웠어요. 그때부터 3년 동안 잠도 안자고 문화재 공부만 했던 것 같아요. 사찰에서 먹고 자고 하면서 바닥부터 이론을 배웠고 현장에서 부딪히며 기술을 쌓았죠.”

노력이 빛을 발했는지 사찰에서 꾸준히 일이 들어왔다. 충청도 지역에서 1년에 9개 사찰 불사를 함께 진행했던 적도 있었다. 번번한 자격증 하나 없었지만 그의 경험과 실력을 믿어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는 그 보답으로 인맥을 살려 전문가를 모으고 도편수로 실력을 하나하나 쌓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이 “내가 원했던 모습은 이런 것이 아니다”는 이야기를 어렵사리 꺼냈다.

“충격이었죠. 스님이 원하는 모습을 최대한 반영해 정성으로 지었는데 그런 말을 들었으니. 게다가 사찰 불사는 일반 건물이나 한옥과는 또 다른 면이 많거든요. 단청에 무늬를 하나 새기는 데도 의미를 알아야 하고 부처님이 계신 법당이라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면이 많잖아요. 나름 신경을 썼는데 그 말을 듣고 나서 아 변화를 좀 줘야겠다 생각했죠.”

구두로 주고받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기란 불가능했다. 스님과 재가자 간 의견이 맞지 않아 생기는 오해도 있었다. 정 대표는 “건축주와 시공업자 간 오해를 줄일 수 있고 옛날부터 머리가 아닌 몸으로 건축 기술을 익혀온 장인들이 자격증이 없어도 제대로 대접받을 수 있는 고용 환경을 만들어 주자 생각했다”며 “그 결과가 지금의 한옥협동조합”이라고 했다.

그가 대표로 있는 한옥협동조합은 이윤 보다는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일자를 창출해내는 사회적기업이다. 한옥을 설계하고 시공을 책임지는 각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는데 가입된 조합원만 80여 명에 가깝다. 대부분 대목, 소목, 석장, 와장, 단청 등 각 분야에서 평생을 바친 장인들이다. 

정 대표는 “80세에 가까운 분도 계시다”며 “다른 어떤 사람보다 믿을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건축 장인들”이라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는 “예전에야 스님들이 직접 사찰을 짓고 살았다지만 요즘에는 제 각기 전문 분야로 나눠져 처음부터 끝까지 건축 과정을 지켜볼 수도 없다”며 “절에서 제대로 된 불사를 하기 위해서는 스님부터 건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 대표는 그 일환으로 오는 11월1일부터 스님만을 대상으로 한 전통사찰 디지털 불사 교육을 진행한다. ‘모형으로 배우는 전통건축’, ‘디지털로 만나는 전통건축’ 등으로 설계부터 건축 자재, 장엄까지 다양한 분야를 교육한다. 대학교수부터 연구소 소장까지 강사진도 이름있는 이론과 실무 전문가들로 꾸렸다. 

정 대표는 “3D로 미리 불사가 완성된 모습을 확인하고 그 전에 사찰이라는 특별한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알리는 방법을 통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일들을 해나갈 것”이라며 “사찰 건축은 특히나 신성성이 담긴 만큼 아무나 지어서도 대충 지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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