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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11.19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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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대 총무원장 설정스님 취임사 전문

취 임 사

존경하는 진제법원眞際法源 종정 예하와 원로회의 의장 종하 스님을 비롯한 여러 대덕 스님, 그리고 상구보리하화중생上求菩提下化衆生의 대승보살도를 실천하고자 수행정진과 불법홍포에 진력하고 계신 종도 여러분께 머리 숙여 존경의 예를 올립니다.

아울러 이 자리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해주신 정세균 국회의장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과 사부대중 여러분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존경하는 원로대덕스님과 사부대중 여러분!

오늘은 제35대 총무원을 출범시키는 날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제35대 총무원장 소임을 맡게 되니 개인의 영광보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 대한불교조계종은 한국불교 1700년의 역사 동안 쌓아온 사상과 문화 전통을 온전하게 계승하고 있는 청정수행 종단입니다.

사부대중 여러분께서 잘 아시듯이, 불교는 이 땅에 전래된 이래 우리 민족과 운명을 함께 하며 백성들의 귀의처가 되었습니다.

불화와 분열로 고통을 겪게 될 때에는 화쟁和諍의 통합 원리를 제공하였고, 외침을 받아 국가와 민족이 위태롭게 되면 떨치고 일어나 지켜냈습니다.

불교 전래 이래로 우리 민족은 이 땅을 불국정토로 만들기 위해 온 마음을 기울였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물론이고 산천초목山川草木 하나하나에도 모두 부처님이 될 수 있는 씨앗인 불성佛性이 담겨 있다고 믿었기에 자연 생태를 함부로 망가뜨리는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근대화의 물결 앞에서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과 정신이 손상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 우리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불교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갖되, 우리의 잘못과 실수를 자성自省하여 우리 민족과 인류가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희망의 등불을

밝혀야 합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 국민은 국내외의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멋진 모습을 온 세계에 증명해주었습니다.

대통령 탄핵과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서도 흔들림 없이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평화롭게 새 정권이 탄생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 심각한 남북 관계 변화에도 동요하지 않았고,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과 세계 질서 재편 과정의 혼란에도 잘 대처해 왔습니다.

물론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갈등과 분쟁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런 것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화쟁의 운동이 필요하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중도사상中道思想만이 가능하다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45년 전법 과정에서 보여주셨듯이,

사부대중 여러분이 앞장서 상생과 화합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이웃에 전하면 그 가르침이 넓고 깊이 퍼져나가서 온 세상이 평화롭고 인류가 행복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불교인의 자존심은 불교인구 1,000만 명이나 2,000만 명의 숫자가 아니라 바로 이런 역할을 하는 데에서 구현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 종단과 한국 불교는 많은 과제를 앞에 두고 있습니다. 신도숫자 감소라는 통계 숫자는 오히려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는 종도들이, 불교인들이 종도로서 그리고 불제자로서 자부심을 갖지 못하여 방황하며 서로에게 책임을 돌리며 독화살을 쏘아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일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이 독화살의 공방을 멈추고 다 같은 '일불제자一佛弟子'로서 긍지를 가꾸어야 합니다.

지난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저는 '불교를 불교답게' 만들기 위해

첫째 수행가풍과 승풍僧風 진작,

둘째 교구 중심제 강화,

셋째 대중공사에 기초한 종단 쇄신,

넷째 종무행정 시스템 개선 및 종단재정 안정화, 다섯째 불교·전통문화에 대한 획기적 국가정책 수립, 여섯째 승려복지시스템 확대 및 내실화,

일곱째 승려교육 체계화 및 전문 인재 양성,

여덟째 포교정책의 다각화·내실화,

아홉째 한국불교의 세계화와

열 번째 종단의 사회적 역량 강화 및 대국민 신뢰 제고 등

열 가지 정책 기조를 밝힌 바 있습니다.

제35대 총무원은 전임 원장 스님들이 이룩한 종단의 안정과 발전의 성과를 바탕으로 안정을 기하면서 앞에서 말씀드린 10대 기조를 중심으로 종단 행정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 열 가지 중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겠습니다만, 무엇보다도 수행가풍과 승풍을 진작하여 '불교를 불교답게' 만들고, 종단의 사회적 역량을 강화하여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에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종교 환경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스님들의 자질을 향상시키고, 전국의 사찰은 이웃 주민들이 행복한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들과 함께 지역의 문화 ‧ 예술을 가꾸는 공동체의 중심으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50여 년 전 통합종단 출범 당시 만들어진 종단 재정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일도 새 집행부가 해결해야 할 어려운 과제입니다.

교구본사 주지스님들과 중앙종회, 대중공사를 통해 전근대적인 분담금 제도 ‧ 정부 예산 지원 의존 ‧ 문화재 관람료 문제 등 종단 안팎으로 갈등의 소지가 있는 문제들에 대해 사부대중의 지혜를 모으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한 단계 진전된 대안을 마련하도록 할 것입니다.

성보聖寶가 아니라 단순한 문화재로 취급하는 국가의 불교 전통문화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능한 정부 각 기관과 대화하고 설득하며 협력하겠지만, 원칙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승려 교육과 전법 포교를 책임지고 있는 교육원과 포교원이 자기 역할을 편안하게 수행할 수 있게 적극 지원할 것이며, 각 교구의 지역 환경과 특성에 맞추어 수행과 전법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구의 자율권을 확대할 것이고, 전임 집행부에서 큰 진전을 보인 승려노후복지 시스템을 한층 발전시킬 것이며, 갈수록 역할이 커지고 있는 비구니 스님들이 자질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종도 여러분!

앞에서 말씀드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저와 35대 총무원 집행부는 혼신의 노력을 바칠 것입니다. 바쁜 행정 일정을 핑계로 출가 수행자의 본분을 망각하거나 방기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종단은, 나아가 한국 불교는 저와 총무원 집행부만의 힘으로 지켜내고 발전시킬 수 없습니다.

종도 여러분께서 잘 지켜보시고 혹 잘못하는 일이 있을 때에는 경책해 주시면 그것을 바로잡을 것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종단이 '자비와 지혜'를 세상에 펼치며 안정과 발전을 기할 수 있도록 종도 여러분께서 동참과 협조를 아끼지 말아주십시오.

존경하는 종도 여러분!

저는 오랜 동안 '신심 ‧ 원력과 공심'을 출가 생활의 원칙으로 삼고 이것을 강조해왔습니다.

신심과 원력 없는 불자는 진정한 부처님 제자라고하기 어려울 것이며, 수행자들이 공심을 잃으면 시비와 갈등의 원인이 됩니다.

앞으로 저를 포함한 종단의 스님들은 무엇보다도 공심을 회복하여 갈등의 원인을 없앨 것입니다.

"능력과 지식만 갖춘 이기주의자는 세상을 망친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우리 조계종도 여러분들은 무엇보다도 이기심을 없애고 남을 사랑 ‧ 존중하는 마음을 가꾸는 데에 솔선수범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 화합 ‧ 단결하지 않는 집안은 '힘'을 잃게 됩니다.

지난 선거 과정에서 저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그래서 종도 여러분과 국민들에게 불안과 걱정을 끼쳐드렸습니다. 저는 이 모든 것이 저의 부덕과 불찰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따라서 선거 과정뿐 아니라 다른 여러 문제로 갈등했던 분들과 대화합을 이룩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여 실행에 옮길 것입니다. 이를 위하여 선거의 폐단, 즉 비승가적이고 반불교적인 선거문화를 개선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탕평大蕩平 정책을 펼쳐서 종도들이 환희작약歡喜雀躍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종도 여러분들의 이해와 협조를 간곡히 당부 드립니다.

존경하는 사부대중 여러분!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 '나와 다름'을 '틀림'으로 여기고 무시하고 혐오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께서 잘 알고 계시듯, '다름'은 결코 '틀림'의 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의 안정과 화합을 위해서도 당연한 일이지만, 불제자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나와 다른 생각과 신앙을 가진 이들을 무시 ‧ 경시하지 않고 좋은 이웃으로 존중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선 종단 내부에서부터 '다름'을 서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이웃 종교계와 화합하며 우정을 다지는 일에 제가 앞장 설 것임을 이 자리에서 약속드립니다.

앞에서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만 오늘 출범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은 무엇보다도 수행가풍을 회복하고 화합을 이룩하여 종도와 국민들의 신뢰를 다시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여러분, 우리 함께 조계종과 한국 불교의 희망을 만들어갑시다.

쌀쌀한 날씨와 바쁜 일정 마다하고 이 자리에 참석해 축하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거듭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불기 2561(2017)년 11월 1일

대한불교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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