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대상 강대식 씨

계엄군의 군화발은 법이 없었다.

 

제국의 왕들조차 감히 범하지 못한 신성한 불전을

신군부는 자신들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

거짓과 위선의 가면을 쓰고 짓밟는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질렀다

 

종교적 존엄과 명예는 지옥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수행에 정진하던 승려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대공분실에 끌려가 주리가 틀리고,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얼마나 많은 승려들의 고통이 산천에 메아리 쳤던가?

또 얼마나 많은 불자들이 치욕을 맛보아야 했는가?

 

억겁의 세월이 흘러도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백주대낮 이 땅을 수호해야할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벌어졌다는 것이 가슴 아프다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으고

백만 번 용서와 화해를 독송해 봐도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노여움은 자비심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말살하고 자신의 사익을 위하여 대의를 찬탈했기 때문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부처님 전에 향을 지펴라

그대들 가슴속에 숨어든 죄업을 스스로 털고

머리 숙여 참회하는 글을 올려

부처님의 자비로우신 은혜에 귀의하라.

■ 시 부문 심사평

올해 처음 개최한 10·27 법난 문예공모전에 많은 분들이 시 작품들 보내왔습니다. 10·27 법난 문예공모전의 개최는 1980년 10월 신군부에 의해 자행된 불교계 탄압 사건의 아픔을 되새기고, 이러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며, 우리의 미래 사회에 상생과 평화의 가치가 확산되기를 서원하는 취지가 담겨 있습니다. 특히 문학은 역사적 사건을 형상화하고 재구성함으로써 사람들의 가슴과 기억 속에 영구히 기록되게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시 부문 작품들의 심사에서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작품들은 구상균님의 시 ‘참된 용서’와 강대식 님의 시 ‘참회의 서’였습니다. ‘참된 용서’라는 제목의 작품은 부처님께 위해(危害)를 가하려고 한 데바닷타의 행동을 10·27 법난에 빗댄 작품으로 법난을 화해와 용서로 승화시키되 우리의 도량을 청정하게 유지하고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방일하지 않고 더욱 정진해야 한다고 말하는 작품입니다. 반면에 ‘참회의 서’라는 제목의 작품은 10·27 법난의 역사적 교훈을 기술하면서 법난을 자행한 권력이 스스로 깊이 참회하라고 촉구합니다. 특히 “참회하는 글을 올려/ 부처님의 자비로우신 은혜에 귀의하라.”라고 써서 법난을 자행한 권력이 잘못을 깊이 뉘우쳐 부처님의 무량한 자비심에 돌아와 의지하라고 말함으로써 부처님께서 이르신 가장 불교적인 혜안과 해법으로 10·27 법난이 극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잘 드러내내고 있습니다.

고심 끝에 불교 사상과 가치를 보다 더 시적으로 표현한 강대식 님의 시 ‘참회의 서’를 대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수상자 모든 분들께 축하를 드립니다.

문태준 시인

강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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