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계속되는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에 맞서 미국이 한반도 주변에서 무력 시위를 펼치는 상황이 몇 달 째 지속되면서 전쟁 발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우리 정부는 ‘전쟁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할 뿐, 당사자인 미국과 북한을 자제시킬 방안을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어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평화와 협력을 내세우는 한편 한미동맹을 강조하며 대북강경책에 발을 디디는 모순된 정책을 펼 수 밖에 없는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전쟁 위기로 치닫는 국면을 전환시키지 못하는 무능함은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과 북한의 ‘말싸움’을 지켜보며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데는 우리 내부의 국론분열이라는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북의 핵 위협에 다수의 국민여론은 한미동맹을 통한 강경대응을 주문한다. 이러한 여론을 등에 업고 야당과 보수 언론은 정부의 평화정책을 비난한다. 그렇다고 미국의 무력시위에 마냥 동조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칫 전쟁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도 현 정부는 여소야대의 불리한 처지에 놓여 평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지 못하다. 군사 외교 등에서는 여야 없이 하나로 힘을 합치는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우리는 북을 대하는 입장이 정파와 이념에 따른 차이가 커 국론통일이 더 힘들다. 정부가 평화와 군사적 강경 대응이라는 모순된 정책을 쓸 수 밖에 없는 것은 이처럼 국론이 나눠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정치적 소수이다 보니 두 가지 방책을 다 들고 있으면서도 전혀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론이 하나로 모이지 못하면 우리 운명이 외부에 의해 결정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따라서 현 국면에서 우리 국민들이 취해야할 태도를 누군가 하나로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정파와 이념을 초월한 민간단체, 그 중에서도 종교계가 나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마침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오는 27일 보수 중도 진보 인사들이 한데 모여 현 한반도 상황을 점검하고 평화 해법을 찾는다. 여야의 씽크탱크가 모두 참여한다고 하니 이 자리에서 나온 의견은 정치권에도 전달될 것으로 기대된다. 

진보든 보수든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그 해법은 남북교류와 압도적 무력 행사라는 하늘과 땅 만큼이나 큰 차이가 있다. 이 차이를 극복하고 평화해법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자세와 양자를 조절할 중재자의 강력한 권위가 동시에 발휘되어야 한다. 화쟁위는 지난 8년간 사대강, 노동문제 등 우리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중재하고 해법을 내놓은 경험이 쌓여 있으며 이 과정에서 확보한 사회적 권위가 있다. 이같은 경험과 권위를 살려 안개 속에 가려진 한반도에 평화의 길을 보여주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불교신문3339호/2017년10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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