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대각사 ‘이주민과 함께 하는 문화제’

지난 21일 용인 대각사에서 열린 남사문화제에서 중국 고산족 전통춤을 선보이고 있는 이주여성들

“지난해 한국에 왔어요. 한국 가을하늘이 참 이뻐요. 절에 오면 너무 편안하고 옛날 생각도 많이 나고 그래요.” 지난해 베트남에서 이주해 온 칭티빠리(25세) 씨는 아직 서툴지만 또박또박 한국말로 소감을 전했다. 무용 의상을 차려입은 그녀는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다소 긴장이 되는 듯 물을 한모금 마셨다.

이날 공연장은 용인 대각사(회주 정호스님) 앞 작은 무대. 베트남 이주여성들이 모여 만든 예그리나 공연팀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그동안 오산과 화성 여러 곳에서 연꽃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베트남 전통무용을 선보였다.

베트남 이주여성들의 베트남 전통춤 공연

지난 21일 용인 대각사에서 ‘이주민과 함께 하는 남사 문화제’가 열렸다. 오산시다문화지원센터를 비롯해 다문화지역아동센터 등을 운영하며 꾸준하게 이주민 포교를 하고 있는 대각사에서 가을을 맞아 2015년부터 열고 있는 문화제다. 이날 행사에는 오산, 용인지역에서 온 이주민과 신도 등 200여 명이 함께 했다.

경서도창악회가 우리나라 전통국악으로 문을 연 문화행사는 중국 가온누리팀의 공연으로 이어졌다. 중국내 소수민족인 고산족 여성들이 펼친 공연은 아름다운 경치속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공연을 선보인 위상쉬엔(34) 씨는 2009년에 한국에 왔다. 처음에는 가정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중국 이주민들의 모임을 다니면서 무용단 활동을 하고 있다. 위상쉬엔 씨는 “중국에서는 부모님, 친구들과 종종 절에 갔다. 특히 명절이면 절에서 기도를 올렸는데, 한국에 와서 절에 갈 기회가 없었다”고 말했다. 혼자서 낮선 절을 찾기도 어려운 일. 그러다가 이주민 봉사 단체를 통해 대각사를 알게 됐고, 종종 기회가 닿는대로 절을 찾는다고 전했다.

다문화가정 어린이들로 구성된 합창단 공연

이날 행사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은 봉사단 조끼를 입은 남성들. 다문화가정의 아버지들이 주축이 된 다문화봉사단으로 행사 진행을 돕고 있었다. 지난해 발족한 이들은 “받기만 하던 데서 나아가, 봉사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공연은 다문화가정의 무대로 채워졌다. 다문화가정 청소년들로 구성된 라온제나앙상블의 현악4중주 공연이 이어졌다. 다문화가정 중고생으로 구성된 라온제나앙상블은 사회복지시설을 찾아 음악을 통해 봉사를 하고 있는 단체. 이어 지역아동센터 아동 30여 명이 무대에 올랐다. 흑인 아이도, 백인 아이도 있었다. 준비한 합창을 공연하자 무대 곳곳에서 핸드폰으로 사진 촬영과 박수 갈채가 이어졌다. 아이들은 ‘Time To go' '꿈을 향해’를 공연하며 “모든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노래했다.

가수 박희진 씨의 공연으로 이날 무대공연이 마무리 됐다. 공연을 마친 아이들은 무대 한편에 마련된 체험행사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솜사탕을 만들어 먹고, 연등과 합장주를 만들면서 문화제에 참가한 아이들과 부모들은 깊어가는 한국의 가을을, 사찰의 멋을 만끽했다. 대만에서 2005년 한국에 왔다는 단지엔화 씨는 “아직도 한국말로 소통하는게 제일 어렵다”며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는데, 지역아동센터와 청소년 법회를 다니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 학교 생활도 잘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화제를 관람하고 사찰을 내려오는데 들녘에 코스모스가 가득 피었다. 코스모스는 여러 색깔의 꽃이 어우러질 때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문화, 다양한 민족의 색깔이 조화를 만들어내는 포교를 지향하는 대각사다. 일주문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차별이 없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있는 문화제 현장이었다.

용인=안직수 기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