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죽는다는 것’
래리 로젠버그 지음 / 나무를 심는 사람들

“우리는 종종 삶은 지금 일어나는 것이고 죽음은 아주 기나긴 길의 끝에나 일어날 어떤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태도에는 어떤 무의식 속의 오만이 있다. 남들은 늙고 병이 들고 죽거나 이미 죽었겠지만, 나는 살아 있고 멀쩡하고 (상대적으로) 젊으며 그런 문제들은 언젠가 때가 되면 잘 대처할 것이라는 무의식적 오만함 말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삶의 대척점에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를테면 침상에서 평온하게 누워 차분하게 맞이하는 육체적 죽음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죽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세계적 명상가 래리 로젠버그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서는 죽음을 먼저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가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마주하거나, 그 죽음과 정말로 직면하게되면 우리 삶을 고마워하고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선용하게 된다”고 말한다.

머리 염색하기, 주름살 펴는 시술, 젊은 사람처럼 옷 입기 등 늙는다는 신호가 조금만 느껴지면 사람들은 이를 피하려고 무엇이든 시작한다. 저자 또한 마찬가지. 젊음과 건강을 되찾기 위해 요가와 단식 수행에 빠져들었던 때가 그에게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티베트 불교 스승 트룽빠가 몸에 집착하는 저자의 등을 세게 치며 말한다. “영원히 살려고요?”

사람들은 자신의 육체가 곧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육체는 늙고 병들고 결국 죽는다. 살아있을 때 우리는 돈, 자동차, 좋아하는 음악, 직업, 사랑하는 사람 등 많은 것에 집착하지만 죽을 때 우리는 우리가 이룩해 놓은 모든 것들을 가져갈 수 없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지독한 집착은 ‘나’라고 하는 자아에 대한 집착이다. 저자는 죽음 뿐 아니라 물건에 대한 집착, 사람에 대한 집착, 생각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 혹은 견고하게 쌓아 놓은 자의식을 버리는 것 또한 ‘죽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버드 의과대 정신과, 시카고대, 브랜다이스대에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치며 오랜 세월 동안 ‘죽음 알아차림 수행’에 천착해 온 저자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 집착하고 있는 생각과 자의식에 죽을 수 있다면 내가 죽는다는 생각에 대한 두려움도 다룰 수 있다”고 말하며 ‘잘 죽는다는 것’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늙어감, 병듦, 그리고 죽음과 친밀해지는 것이 얼마나 우리를 자유롭게 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죽음에 대해 알아차림으로써 그 어느 것에도 매어 있지 않고 완전히 새롭고 자유로운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책이다. 

세계적 사상가 크리슈나무르티가 말한 “우리는 매일 죽어야 한다. 매순간 죽어야 한다. 지금 죽어야 한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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