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삼화사 국행수륙대재 설행

10월20일 오전 동해 삼화사 경내 일원에서 설행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25호 삼화사 국행수륙대재(國行水陸大齋). 사진은 괘불이운 의식.

불교예술의 정수로 꼽히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25호 동해 삼화사 국행수륙대재(國行水陸大齋)가 의궤에 따라 여법하게 설행(設行)됐다.

두타산 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존회(회장 효림스님, 삼화사 주지)는 오늘(10월20일) 오전9시 제4교구본사 월정사 부주지 원행스님,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 심규언 동해시장, 사부대중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화사 적광전 앞마당 특설무대에서 국행수륙대재의 첫날 의식을 설행했다.

삼화사 국행수륙대재는 조선 태조 이성계가 건국과정에서 희생된 고려 공양왕 등 많은 영혼을 위로하고 친(親)고려 성향의 세력들을 포용해 백성들과 소통,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태조 4년에 설행한 것이 시초다. 예로부터 동해 삼척 지역은 임진왜란, 의병운동, 한국전쟁 등 수많은 전란을 겪은 곳으로 삼화사는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고 민심을 달래는 역할을 해왔다. 근대에 이르러 명맥이 끊어졌다 2001년 보존회를 결성하고 2004년부터 다시 설행하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수륙대재의 의미와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25호로 지정돼 계승해 나가고 있다.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 등이 산중작법 의식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륙대재는 무형문화재 지정 당시 범패 작법을 맡았던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이 의식을 주관한 가운데 의례서인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天地冥陽水陸齋儀纂要)>(강원도 유형문화재 160호)를 근거로 상단과 중단, 하단 등 16개 단(壇)과 시련소와 방생소, 간경소 등 9개 소(所)를 설치한 뒤 오늘부터 오는 22일까지 3일 동안 전통의례대로 설행된다.

수륙대재 첫째 날인 오늘 오전 사물시연을 시작으로 산중작법, 괘불이운, 법요식, 시련(侍輦) 및 대령(待靈), 조전점안(造錢點眼), 쇄수결계(灑水結界), 사자단(使者壇) 의식 등으로 진행됐다. 이어 둘째 날인 21일에는 오로단(五路壇)과 상단(上壇), 설법, 108 헌다례(獻茶禮), 중단(中壇)이, 마지막 22일에는 방생과 하단(下壇), 금강경 독송, 봉송회향 순으로 열린다.

괘불 앞에 모인 스님들.

이에 앞서 지난 9월16일 삼화사 인근 무릉계곡 일원에서 임금의 명을 받아 삼화사 수륙도량에 향과 수륙재에 소요되는 물목을 내렸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향행사(香行使)’를 통해 수륙재의 시작을 알렸다. 향행사는 수륙재가 시작되기 1개월 전 국가지원으로 봉행되는 수륙대재에 중앙 정부를 대신해 동해시장이 향과 축문을 삼화사에 내려주는 의식이다. 즉, 왕이 사자를 통해 향과 축문을 내린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의례를 행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동해 삼화사 주지 효림스님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화사국행수륙대재보존회장 효림스님은 오늘 법요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수륙대재는 나눔과 화합, 그리고 치유의 지혜로 온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축제의 장”이라며 “삼화사 소장 의궤의 의례절차에 따라 3일 동안 진행되는 수륙대재는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전통문화유산으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더욱이 내년 강원도 평창에서 이뤄지는 동계올림픽 기간 중에 강원도 대표행사로 삼화사 수륙대재가 소개될 것”이라며 “전 세계에서 참가하는 선수단들의 나눔과 화합의 장이 되도록 수륙재의 정신을 후세에 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서원했다.

심규언 동해시장도 축사에서 “삼화사 수륙대재는 우리민족의 소중한 전통문화유산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할 가치가 크다”면서 “다양한 가치의 창조적 활용으로 미래 문화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함은 물론 문화융성을 실현하는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괘불이운 이후 진행된 작법의식.

수륙대재 법요식에 참석한 사부대중이 삼귀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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