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사 대웅전.

보문사 대웅전이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법당임을 증명하는 상량문이 발견됐다.

보문종 총본산 서울 보문사(주지 인태스님)는 지난 17일 전통사찰 보수·정비 사업으로 대웅전 지붕 수리 공사 도중 건물 제일 높은 부분에 위치한 종도리(마룻대)에서 건축 내력 등이 적힌 상량문 3종과 조선시대 화폐인 상평통보 등 다수의 상량복장물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발견된 상량문은 건륭 12년(1747), 도광 4년(1824), 동치 4년(1865)이 각각 적힌 총 3종이다. 관심을 끄는 것은 시기가 가장 이른 건륭 12년 상량문으로 1747년 대웅전이 중창된 이래 계속해서 유지 및 보수되며 현재 모습을 간직해 왔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홍병화 불교건축학박사는 “상량문 기록에 따르면 보문사 대웅전은 서울 흥천사 극락전이나 봉은사 판전보다 빠른 시기 세워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도성 내 대부분의 사찰이나 법당이 19세기 초반 축조된 것에 비하면 굉장히 이른 시기 만들어 졌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고 했다.

홍 박사는 이를 근거로 “보문사 대웅전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불교 건축물로 볼 수 있다”며 “발견된 상량문과 상량 복장물의 상태 또한 원형에 가깝게 유지돼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건륭 12년(1747) 상량문.

상량문에는 불사에 동참한 시주자 기록도 적혀 있는데 이는 보문사가 오랫동안 비구니 사찰로 자리잡아 왔음을 짐작케한다. 건륭 12년 상량문에 이름을 올린 이는 모두 여성으로 궁인(宮人)이었을 가능성이 크며, 도광 4년 상량문에는 사찰 소임을 맡은 스님과 대중이 모두 비구니로 기록돼 있다. 가장 최근 것인 동치 4년 상량문에는 영의정을 지낸 조선 후기 문신 김좌근(1797~1869) 이름이 적혀 있으며 이와 별도로 주상(主上)과 대왕대비(大王大妃), 왕대비(王大妃), 비(妃)의 축원을 적은 종이도 발견됐다.

이와 함께 황초폭자(黃綃幅子, 후령통을 싸는 보자기)로 감싸진 후령통과 축원의 의미를 담은 오색실과 오보(五寶), 오락(五藥), 복장다라니 등도 함께 확인됐다. 대웅전 이름이 극락보전이었다는 점도 기록돼 있었다. 홍 박사는 “보문사 대웅전은 건물 현상도 거의 원형에 가깝게 유지됐지만 동시에 기록도 잘 보존된 건축물”이라며 “확인된 상량문을 토대로 건물 가치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관리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함께 발견된 상량복장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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