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코스모스가 한 가득 피어있는 마당 풍경이 아름다워서 스마트폰의 배경화면으로 바꾸었다. 꽃가게에서 국화 화분을 몇 개 사왔는데 벌써 꽃망울이 터질 듯 부풀어 있다. 산책길에서 마주한 구절초 꽃을 꺾어 와서 화병에 꽂았더니 방 안 풍경이 달라졌다. 명상음악 또한 피아노와 바이올린 선율로 선곡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차분해진다.

여러분들은 가을을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내 방식의 일상을 적어보았다. 가을은 이렇게 성큼 다가왔는데 아직까지 마중할 채비를 하지 못했다면 그것 또한 계절에 대한 예의는 아닐 것이다. 여름은 겸허하게 배웅하고, 가을은 친절하게 마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우리 삶의 과정이며 그때그때의 마무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계절의 변화와 마주하고 있으면 세상일에는 그 때가 있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그 때마다의 변화와 흐름을 통해 인생은 안으로 여물어지면서 더욱 단단해진다. 이러하므로 바쁘다는 이유로 계절의 변화에 둔감하다면 자신의 변화로 이끌 수 없을뿐더러 삶의 리듬도 팽팽히 살아날 수 없을 것이다.

가을과 마주하게 되는 이 때 쯤 이면 새삼 행복의 문제를 고민해본다. 플라톤이 말한 행복의 조건은 이렇다. ‘먹고 살고 입기에 조금 부족한 재산, 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외모, 자신이 생각하는 것의 반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명예, 남과 겨루어 한 사람에겐 이겨도 두 사람에겐 질 정도의 체력, 연설을 했을 때 듣는 사람의 반 정도만 박수를 치는 말솜씨.’

이렇게 따진다면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행복의 조건은, 거창하지 않다는 것을 알 게 되었기 때문이다. 행복의 요점은 조금 부족하고 조금 못나게 살면 된다는 것이다. 남보다 잘 나고 앞서가려고만 하는 삶은 늘 불안과 초조를 동반하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뒤처지게 걷는 인생도 필요하다. 좀, 천천히 느리게 걸어라. 이것이 가을이 주는 법문이다.

[불교신문3337호/2017년10월21일자] 

현진스님 청주 마야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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