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표적인 불교국가인 미얀마의 정부군이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탄압하면서 무자비한 ‘인종청소’라는 비난을 받으며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더욱이 미얀마 정부를 이끌고 있는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를 묵인 방조하고 있다며 “노벨평화상 수상자답지 못한 행동으로 수상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국내 종교계에서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미얀마 정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하라”로 촉구하고 나섰다. 

국제적 비난여론이 갈수록 거세지지만 로힝야족 사태를 풀어갈 실마리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사실 미얀마의 다수민족인 버마족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의 유혈사태는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정책에서 비롯된 비극이다.

일부에서는 불교가 이슬람을 공격하는 ‘종교 갈등’으로 여기지만, 이는 단편적인 역사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 영국은 소수 민족 로힝야족을 미얀마로 이주시켜 식민지 지배도구로 사용했다. 심지어 로힝야족을 무장시켜 버마족을 집단 학살하기도 했다. 미얀마가 식민지에서 독립하게 되자 그동안 억압과 소외에 시달린 버마족의 분노는 로힝야족에게 향한 것이다. 어찌 보면 두 민족 모두 피해자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영국 언론은 자국이 저지른 역사에 대한 반성 없이 현재의 사태만을 언급하며 연일 비판기사만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또 수치 여사가 지난 2015년 53년 만에 미얀마 군부 독재를 끝낸 가운데 국제사회가 로힝야족 탄압에 초점을 맞출수록 이번 사태를 주도하며 재집권을 꿈꾸는 군부의 이익과 맞아떨어지는 정치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현재 미얀마에서 자행되고 있는 비인권적인 행위는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 출신 성분이 어떻든 그들의 생명은 존중돼야 한다. 하지만 현 사태를 제대로 살펴보는 대중의 안목도 필요해 보인다. 정확한 사실 확인 없는 여론몰이로는 복잡하게 얽혀 있는 로힝야족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불교계,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교신문3337호/2017년10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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