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서 가장 오래된 노인대학, 봉은사 연화대학 현장

봉은사 연화대학은 법문 특강 외에 요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굳은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는 요가시간은 수강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100세에 저세상에서 또 데리러 오거든 극락왕생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얼마 전 유행한 ‘백세인생’이란 노래가사다. 80세도 저세상 가기엔 억울한 시대다.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한국인 기대수명은 83.1세, 반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행복수명은 이보다 한참 적은 74.6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70대 중반부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는 모두의 화두가 됐다. 행복수명을 훌쩍 넘어 기대수명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즐기는 불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난 11일 서울 봉은사 보우당에는 꽃분홍색 셔츠를 입은 할머니, 할아버지 불자들로 가득했다. 봉은사가 60세 이상 신도들을 위해 운영하는 연화대학 재학생들이다. 사찰에 신행활동을 하며 한 살 한 살 나이도 함께 먹은 도반들은 일주일에 한번 씩 이곳에서 각별한 시간을 갖는다.

“자 이번엔 굴렁쇠 자세를 할게요. 댁에서 연습 좀 하셨어요? 아프신 분은 절대 무리하지 마시고 할 수 있는 데까지 따라하세요.” 요가강사의 목소리에 따라 천천히 몸을 움직인다. 여기저기서 “시원하다”는 목소리와 웃음소리가 함께 들린다. 1시간 동안 진행된 요가시간에는 척추운동과 고관절운동을 하며 몸을 이완하는 동작이 이어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굳은 근육을 스트레칭을 통해 풀어주다 보면 통증도 완화된다. 때문에 요가시간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진지하게 강사의 가르침을 경청하고 따라하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났다.

불교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봉은사 연화대학은 1990년 처음 문을 열었다. 60세 이상 신도들을 위해 따로 법석을 마련해 법문도 듣고, 시대에 뒤처지지 않게 공부도 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봉은사 교육국장 지오스님은 “연화대학에 재학 중인 신도들 상당수는 젊을 때부터 봉은사에서 신행활동을 해온 불자들이기 때문에 도량의 든든한 버팀목이기도 하다”며 “사찰에 계시는 동안 즐겁고 행복하게 신행 활동할 수 있도록 마당을 마련해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돼 지금까지 이어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원 27년을 맞는 지금까지 연화대학에는 매년 100여 명의 불자들이 입학해 수업을 듣고 있다. 수업과정은 1년 2학기제로, 3월과 9월에 각각 개강을 한다. 1학기 16강 32시간, 2학기 11강 22시간, 총 27강 54시간 수업이 진행된다. 수업료는 상대적으로 저렴해 학기당 2만원이다. 경제활동에서 소외된 노년층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선에서 책정됐다. 수업은 매주 수요일 오후2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다. 1시간은 법문이나 특강을 듣는다. 봉은사에서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돌아가면서 법문을 하고, 외부강사를 초청한다. 특히 학기마다 두세 차례 열리는 건강특강은 수강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하루를 살더라도 건강하게 지내, 자식들에게 누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간절함까지 담아 수업을 듣는다고 한다. 지난 9월에는 김희진 한양대 의대 교수를 초청해 치매 예방법과 뇌 건강유지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지난 18일에는 김경현 선재한의원장이 생활 속에서 건강을 지키는 비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나머지 1시간 동안은 요가수업을 한다. 나이가 먹으면서 안 쓰는 근육이 늘어나면 몸이 굳는 것은 물론, 마음까지 경직되기 마련이다. 몸을 유연하게 하고 호흡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요가도 인기강의다. 또 철마다 성지순례도 빼놓지 않는다. 오는 25일에는 강화 보문사로 단풍구경을 갈 예정이다.

매 학기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덕분에 연화대학생들 재수강률은 70%에 육박한다. 한번 수업들 듣기 시작하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까지 꾸준히 나온다는 의미다. 학기당 평균 등록학생 수는 100명을 훌쩍 넘는다. 보시, 지계, 인욕, 성정, 정진 등 5개 반으로 나뉘어 20여 명이 한 그룹으로 움직인다. 반장을 중심으로 출석을 챙기고 서로서로 안부를 물으며 1년간 함께 생활한다.

출석률도 높다. 매 수업마다 80명 이상은 동참한다. 고령인 탓에 날씨가 궂은 날에는 결석률이 높아질 때도 있지만 부지런히 등교해서 수업을 챙긴다. 매년 수료식과 함께 4년마다 졸업식도 연다. 이 때는 명예학사 외에 꾸준히 활동해온 불자들에게는 석사, 박사학위를 수여한다.

수강자격은 60세부터지만, 실제 학생들은 70대와 80대가 주축이다. 평균나이는 78세 혹은 79세 정도다. 90세를 훌쩍 넘긴 어르신도 나이가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정정한 모습이다. 요즘 어르신들은 실제 나이보다 열 살은 더 젊어 보인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다. 고령이지만, 연화대학생들은 수업을 듣는 것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사중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자신의 역량을 확인하고 있다. 연화합창단을 구성해 사중 행사 때마다 음성공양을 하고, 임원들이 중심이 돼 시니어봉사단으로 활동하기도 한다.

연간 100명 참여 재수강률 70%
평균이 70대 후반, 70세면 막내
“도반과 함께 늙어가며 추억 쌓아
몸은 좀 힘들어도 마음은 늘 청춘”

8년째 연화대학을 다닌다는 김윤희(70)회장은 여기선 자신이 ‘막내’라고 소개했다. “우리 나이 정도 되면 이제 주변에 같이 어울릴 사람이 많지 않은게 현실”이라며 “1주일에 1번씩 연화대학에서 도반들 만나 공부하고 얘기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정말 즐겁다. 졸업이란 개념 없이 연화대학에서 꾸준히 신행활동을 하는 불자들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17년째 연화대학에 다니는 이지호(77)거사도 마찬가지다. “연화대학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져서 안 오면 서운할 정도”라고 한다. 소싯적에는 포교사로 활동하면서 군법당을 찾아다니며 법문도 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운전해서 전방부대를 찾아다니는 일이 어려워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제 부처님과 같이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연화대학 수업시간밖에 없다”며 “스님들이 부처님말씀을 한 시간씩 들려주고, 게다가 요가도 가르쳐줘 덕분에 몸도 유연해지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연화대학 신도들은 젊을 때는 사찰의 대소사를 챙기는 열성신도들이 대다수다. 세월이 흐르면서 눈도 침침해지고 귀도 어두워지면서 사중 일에는 한걸음 물러나 있지만, 젊을 때 열정은 그대로다. 마음은 그대로라, 노보살이란 호칭이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지오스님은 “젊어서 열심히 신행해온 불자들이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소외시킬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법석을 마련해줘 꾸준히 절에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며 “사찰에서는 불자들의 노년은 물론 더 나가 임종까지 챙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연화대학서 젊게 사는 불자들에게 “부처님도량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불교신문 3338호/ 2017년 10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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