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애불의 조형성

이성도 지음/ 진인진

미술교육자·조각가 활동하며
오랜 세월 마애불 연구 매진

형식 아닌 ‘조형성’ 초점 맞춘
논문 6편 모아 연구서 발간

국내 불상 연구 깊이 탐구할
길라잡이 ‘안내서’ 역할 기대

자연의 암벽에 부조, 선각 등으로 불상을 조성한 마애불(摩崖佛). 기원전 2세기 인도 아잔타 석굴사원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는 백제시대의 작품인 서산삼존불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 국보로 지정된 마애불만 30여 개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삼국시대 불교가 전래된 이래 우리나라 불교미술사에 있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마애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가 출간돼 주목된다. 조각가로 마애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를 이어온 이성도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교수가 최근 펴낸 <한국 마애불의 조형성>은 ‘양식’과 ‘형식’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미술사 연구 방식과는 다르게 ‘조형성’에 중점을 뒀다.

조형예술은 감각기관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예술영역으로 회화, 조각, 건축, 디자인, 공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책은 회화와 조각의 성격을 함께 지니고 있는 마애불을 평면적이면서 입체적으로 탐색했다. 특히 서울대 불교학생회장 출신으로 신심 깊은 불자이면서 오랜 세월 조각가로 활동해온 저자는 현장의 경험과 조형적 시각을 빌려 전통적인 석불인 마애불을 분석하고 기술했다. 기존 미술사에서 간과하기 쉬운 조형성을 재료와 기법은 물론 여러 조형요소인 선과 리듬, 형태, 비례, 불륨, 표정 등을 분석한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마애불에 대해 “토속적인 민속신앙과 습합된 미의식, 바위에 대한 믿음의 미의식 등의 자연주의 미학이 내재돼 있다”고 분석해 눈길을 끈다.

이성도 한국교원대 미술교육과 교수가 최근 마애불의 조형성을 재조명한 <한국 마애불의 조형성>을 펴냈다. 사진은 이 책에 수록된 ‘해남대흥사북미륵암마애불좌상(국보 제308호)’.

조각가의 의지로 자신의 이상적인 불상을 조성할 수도 있었지만, 주어진 바위의 장소와 형태에 맞춰 자연스러움을 화두로 삼아 작업했다는 것이다. “통일신라, 고려시대를 거쳐 후대로 올수록 개인적 기복과 민속적인 성격이 강화된 마애불은 자연과 밀착되면서 더욱 자연주의에 다가선 모습을 보인다”는 저자는 자연주의 미학은 우리 불상조각사 전시대를 관통하는 공통성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우리나라 마애불은 시대마다 예외적인 존재도 있지만, 자연주의 미학과 사실주의를 통한 절제되고 함축적인 표현 속에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의 부처를 추구했다고 전했다.

“미술품을 연구하는 데 있어 작품에 드러난 조형과 그 속에 조형의식에 주된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저자의 오랜 연구 활동의 정수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불교조각과 마애불의 이해 및 마애불 연구방법’ 등 모두 6편의 논문으로 구성돼 있다. 서론에서는 우리나라 미술사에 있어서 불교미술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대한 전반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불교와 불교조각의 관계 특히 마애불이라고 하는 독특한 형식이 가지는 의미에 대한 개론을 제시했다. 마애불의 ‘조형성’을 강조한 저자의 입장에 대한 설명과 문제의식의 범위와 한계도 명시했다. 본론 1편에서 4편까지는 우리나라 마애불의 조형성에 대해서 백제와 신라, 통일신라, 고려, 조선 4개의 시대별로 구분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저자는 여러 마애불 가운데 고려시대 조성된 ‘해남대흥사북미륵암마애불좌상(국보 제308호)’를 “바위의 석질이 거침에도 장중한 불신을 유연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어 이 상을 제작한 조각가의 조형역량이 뛰어나고 마애불의 조형성 또한 특별하다. 고려시대의 지방에서 드물게 보는 장중하면서 아름다운 거불”이라며 수작으로 꼽았다. 마지막 5편은 우리나라 마애불에 나타나고 있는 미의식에 대한 연구다. 또 부록 ‘불상조각의 이해-마애불을 중심으로’는 마애불을 중심으로 한 불상조각 전반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으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저자는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 그리고 근대에 이르는 1300여 년 동안 조성된 마애불을 추적하면서 그 양식적 정리를 넘어 조형성을 밝히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과제였다”면서 “비록 선행연구가 풍요롭지 않아 연구방법 등이 서툴고 성과도 가늠하기 어려울지라도 이론의 구두선(口頭禪)이 아닌, 행태를 다루는 제작적 경험을 바탕으로 조형적 접근을 시도한 활구선(活句禪)이 될지 모른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이 책이 한국의 불상을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는 좋은 길라잡이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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