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학연구회 ‘깨달음 논쟁’ 첫 연찬 학술대회

불교학연구회가 연말까지 매달 한차례 깨달음 논쟁을 주제로 진행하는 연찬 학술대회가 첫발을 내딛었다.

불교학연구회(회장 최종남, 중앙승가대 교수)는 10월 14일 동국대 신공학관 4층 대강당에서 ‘인도 중국 티벳불교의 깨달음 논쟁 Ⅰ’이란 제목으로 첫 번째 연찬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연찬회에는 불교학연구회원과 불교학자 외에도 고려대장경연구소 이사장 종림스님을 비롯해 동국대와 중앙승가대에 재학하고 있는 스님과 일반 신도 등 250여 명이 참석해 깨달음 논쟁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

기조강연하는 정승석 동국대 불교학술원장

정승석 동국대 불교학술원장은 ‘인도 사상에서 깨달음의 유형’이란 제목의 기조강연에서 “인도철학에서 지향하는 해탈은 학파마다 추구하는 진리에 대한 깨달음으로 가능하다”면서 “대부분의 경우 ‘진실에 대한 지식(=지혜)으로 해탈을 얻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깨달음의 유형은 크게 타력적인 것과 자력적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지적한 정승석 원장은 “불교는 자리(自利)에 치우치기 쉬운 자유의 폐단을 이타(利他)를 상쇄하여 자리와 이타가 함께 갖추어져 있는 깨달음을 추구한다”면서 “그러므로 불교에서 가장 이상적인 깨달음은 자기의 성불과 일체중생의 성불이 동시에 완성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3편의 연구결과가 선보였다. 김준호 울산대 연구교수는 ‘초기불교의 해오(解悟)’, 남수영 동국대 강사는 ‘중관학파에서 무상정등각의 성취 과정’, 조윤경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는 ‘삼론종에서의 깨달음, 궁극적 경지인가 점진적인 과정인가?’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김준호 울산대 연구교수는 “부처가 성취한 깨달음을 논의할 경우, ‘이해에 의거한 깨달음의 측면(영역)’을 먼저 설정할 필요가 생긴다”면서 “초기불교의 해오(解悟)를 주제로 ‘깨달음이란 무엇인가?’를 논할 경우 반드시 ‘이해’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라고 강조했다.

남수영 동국대 강사는 “중관학파는 무상정등각(無上正等覺)을 열반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지 않으며, 아라한과 불타를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깨달음과 열반에 대한 몇몇 학자들의 선행연구에서 발견되는 몇가지 부정확한 언급에 대해 지적했다.

남수영 강사는 “중관학파는 자비심과 보리심과 반야지를 무상정등각 성취를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면서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비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론에서 “인도 대승불교에 속하는 중관학파에게 수행의 최고 목적은 무상정등각의 성취”라면서 “그것은 본래 초기불교에서 불타가 성취한 ‘사성제에 대한 최고의 올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을 의미하는 말이었지만, 중관학파에서 그것은 초기불교와는 다소 다른 의미로 사용되어진다”고 밝혔다.

조윤경 동국대 불교학술원 연구교수는 “삼론종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깨달음의 점진(漸修)적인 측면만을 부각시켜 깨달음의 절대적이며 궁극적인 모습을 희석시킨다”면서 “삼론종에서 깨달음은 중도의 실상에 대한 궁극적인 체득으로, 중도는 현실과 동떨어진 초월적 경지는 아니며, 깨달은 자에게는 현실세계가 그대로 중도”라고 강조했다.

최종남 불교학연구회장이 인삿말을 하고 있다.

불교학연구회가 마련한 이번 학술연찬회는 1980~90년대 돈오점수(頓悟漸修) 돈오돈수(頓悟頓修) 논쟁과 지난해 해오(解悟) 증오(證悟) 논쟁에 이어 새롭게 ‘깨달음 논쟁’에 대한 교계 안팎의 관심을 집중 시킬 것으로 보인다.

최종남 불교학연구회장은 “조금 더 다양한 문헌을 토대로 개념과 수행의 방법, 그리고 깨달음 상태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오길 바란다”면서 “승속을 떠나서 많은 분들이 깨달음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있고, 직접 수행하는 분들이 참여해 좋은 세미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남 회장은 “세 차례의 연찬회와 겨울 워크숍 등 넉달 동안 진행하는 ‘깨달음 논쟁’이 좋은 결실을 맺을 것”이라면서 “불교학 전공자뿐 아니라 비전공자들도 많이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학연구회의 ‘깨달음 논쟁’ 연잔 학술대회는 우수 학술단체에 대한 한국연구재단 지원금을 근간으로 마련됐다.

'깨달음 논쟁' 향후 일정

제2차 연찬회는 11월11일 오전 9시 동국대 혜화관 고순청세미나실에서 문경 한산사 선원장 월암스님의 ‘선(禪)과 깨달음’ 이란 주제의 기조강연에 이어 △초기불교에서 본 재가자의 깨달음 - 순차적 공부와 차제설법을 중심으로(임승택 사회, 김한상 발표, 김준호, 이필원 논평) △유가행파의 해탈적 인식(정영근 사회, 김성철 발표, 남수영, 차상엽 논평) △천태종에서 바라보는 깨달음(김원명 사회, 이병욱 발표, 석길암, 조윤경 논평)에 대한 의견을 교환한다.

제3차 연찬회는 12월9일 오전 9시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의 ‘대승기신론에서의 깨달음’이란 주제의 기조강연에 이어 △초기불교 문헌에 나타나는 깨달음의 다원적 양상(임승택 사회, 이필원 발표, 김준호, 김한상 논평) △여래장에 대한 믿음과 깨달음의 긴장 관계(정영근 사회, 차상엽 발표, 남수영, 김성철 논평) △화엄종에서 바라보는 깨달음의 유형과 방식(김원명 사회, 석길암 발표, 이병욱, 조윤경 논평) △조사선에서 깨달음의 성격과 기능(김원명 사회, 김호귀 발표, 조명제, 정운스님 논평)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이어진다.

겨울워크숍은 12월23일부터 이틀간 경북 문경새재리조트에서 ‘인도, 중국, 티벳불교의 깨달음 논쟁’이란 주제로 종합토론회를 겸해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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