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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12.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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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든 삶에 한줄기 바람같은 영화 ‘다시 태어나도 우리’국내 개봉 보름 만에 2만 돌파
‘다시 태어나도 우리’는 울림이 오래가는 영화다. 70이 넘는 노승 우르갼은 ‘가짜 린포체’라 손가락질 받는 앙뚜를 정성으로 키워낸다. 우르갼은 힘들어하는 앙뚜를 위해 험난한 여정을 시작하지만 그 끝엔 가슴 먹먹한 순간이 기다리고 있다.

9살 소년 앙뚜, 그를 모시는 우르갼
린포체 전생 찾아 나선 고된 여정

베를린영화제 제너레이션 대상
해외국제영화제서 뜨거운 호평

인도 북부 라다크 삭티.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어린 아이가 있다. 탯줄을 몸에 염주처럼 감고 태어난 사내아이 이름은 앙뚜. 라다크 밖 세상은 아직 구경도 못해 본 앙뚜의 입에서 어느 날 티베트 사원 ‘캄’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그가 전생에 캄의 고승으로 수많은 제자를 거느렸다는 것. 그가 바로 지난 생에 못 다한 업을 잇기 위해 몸을 바꿔 태어난 티베트 고승, ‘살아있는 부처’로 불리는 ‘린포체’다. 

마을에서 의사를 하며 살아가고 있는 수행자 우르갼은 어린 앙뚜를 ‘린포체’로 극진히 모신다. 때묻지 않은 자연에서 친구들과 뛰놀며 “린포체이긴 하지만, 키가 작아 부끄럽다”며 수줍게 웃고, 폭죽 소리에 놀라 여자아이 앞에서 바위 뒤에 숨어버리는 겁 많은 앙뚜를 우르갼은 헌신과 사랑으로 키워낸다. 세속의 나이로 따지면 자신보다 60살이나 어리지만 꿋꿋이 높임말을 쓰고, 학교에 가는 앙뚜의 신발을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낡은 헝겊으로 깨끗하게 닦아내는 우르갼의 정성 속에서 앙뚜는 어린아이에서 소년으로 그리고 린포체로 조금씩 성장해간다.

환생한 고승 ‘린포체’ 앙뚜가 스승 우르갼과 함께 전생에 머물렀던 티베트 사원 ‘캄’을 찾아 떠나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판타지적 요소에 가깝지만, 영화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충실히 따른다. 중국과의 분쟁으로 인도와 티베트 길목이 가로막힌 탓일까. 앙뚜가 사는 라다크까지 찾아오는 제자는 없다. 찾아오는 제자도, 전생에 머물렀던 사원을 찾아갈 수도 없는 앙뚜는 결국 라다크 사원에서 쫓겨나고 ‘가짜 린포체’ ‘먼지 속을 뒹구는 린포체’라는 세상의 멸시 속에서 살아간다.

영화는 두 사람의 처절한 삶을 덤덤히 담아낸다. 비싼 나무 값 때문에 반쪽 밖에 수리하지 못한 낡은 암자, 생계를 위해 그곳에 어린 앙뚜를 두고 마을로 내려가는 우르갼의 무거운 어깨를 카메라는 놓치지 않고 잡아낸다. “우리는 왜 큰 사원에서 살지 못하나요.”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르는 질문을 애써 삼키는 앙뚜를 지켜보던 우르갼은 마침내 앙뚜의 손을 잡고 티베트 사원 ‘캄’을 찾아 나선다.

제작기간만 9년, 인도와 티베트를 오가는 3000km 여정 속. 두 사람의 붉은 승복이 히말라야 산맥 순백의 설원, 티베트 고원의 푸른 풀밭을 물들인다. 길 없는 길을 걷고, 세찬 눈발을 맨 몸으로 받아내며 앞으로 나가는 어린 소년과 노승의 여정은 그야말로 고되지만, 꿋꿋이 서로를 다독이며 앞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경이롭다. 

얇은 승복 하나에 의지한 채 혹독한 설산을 건너며 수십 번 주저앉으면서도 늙은 스승에게 농담을 건네는 앙뚜의 천진함, 그런 앙뚜에게 주름 가득한 얼굴로 “나도 여전히 어려워요. 그래도 나중에는 걷기 쉬워지고 인내심이 생겨요”라고 말하는 우르갼 모습에서 그 어떤 단어로도 설명할 수 없는 순수를 본다. 스크린 위로 흐르는 대자연의 신비와 생명력은 형연할 수 없는 볼거리를 선사한다.

영화 후반, 앙뚜와 우르갼이 서로에게 말한다. “스승과 함께라 항상 좋았어요” “그렇다면 계속 모셔야겠네요. 훌륭한 린포체가 될 겁니다.” 이제는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삶을 함께하는 이들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것을 나눌 수 있는지, 그럴듯한 말로 포장돼 정작 소중한 것은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바람 같은 영화다.

참고로 영화에서 종교적 색채는 찾을 수 없다. 문창용 감독 스스로도 “불교라는 특별한 배경이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것 같다”고 언급한 것처럼 철저히 두 사람의 관계, 절대적 신뢰에 집중했다.

“사람 이야기를 하고 싶어 다큐멘터리를 시작했다”는 문창용 감독이 9년 동안 800시간을 촬영, 95분으로 압축했다.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K플러스 대상을 수상했으며 제43회 시애틀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국내 개봉 보름 만에 누적 관객 수 2만을 돌파했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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