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은 허리로 
관세음보살님 앞에서 
절을 올리며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을 위한 기도보다는 
자식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어머님의 간절한 마음은 
이미 관세음보살이 되셨다

이번 추석 연휴를 모두들 ‘황금연휴’라고 불렀다. 10월2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최대 11일의 설레는 시간이 모두 앞에 놓였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각자의 계획을 세웠다. 추석차례도 지낼 겸 고향 부모님께 가는 사람, 모처럼 만난 긴 연휴에 가족끼리 해외여행 가는 사람, 힘든 부모님의 일손을 덜어드리기 위해 바쁘게 상점에서 일을 돕는 사람 등 각자의 이야기 속에 시간들이 흘러갔다.

사찰들은 합동차례를 지내러 오는 사람들로 분주했다. 다양한 사연에 의해 위패를 사찰에 모시고 명절 아침 법당에 정갈한 마음으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린 후 조상님 전에 합동차례를 지낸다. 지극한 마음으로 조상님 전에 잔을 올려 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더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도 한다. 그리고 경전도 읽어드리며 자신의 마음도 맑힌다. 명절은 조상님과 가족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인 것 같다. 캠프 때 아이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간을 생각해 보라고 하면 거의 모든 아이들이 가족여행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가족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무도 소중하기에 함께 좋은 추억을 만드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렇다면 스님인 나는 긴 연휴에 무엇을 할까? 이번에는 부모님께 못한 효도를 조금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물론 모든 스님들이 생각하는 최대의 효도는 열심히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스님이 됐더라도 자식 얼굴 한 번 더 보는 것을 더 좋아하신다.

얼마 전 낙산사를 다녀오며 연로하신 부모님 생각이 났다. 몸은 허약하지만 신심은 여전히 깊으신 어머니가 해수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하시면 참으로 좋아하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의 인생 속에서 가장 의지가 되셨던 분, 서러운 시집살이에 어머니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주셨던 분, 그러하기에 너무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는 관세음보살님! 기력이 조금이라도 있으실 때 너무도 아름다운 홍련암과 낙산사 그리고 그곳의 관세음보살님을 친견한다면 행복하실 것 같다는 생각에 모시고 가겠노라 말씀을 드리니 너무도 좋아하신다. 늙으신 노모는 개중 꽃무늬가 있는 가장 예쁜 옷을 입으시고 얼굴에 화장도 하신다. 스님 딸과 함께 사찰을 가신다니 기운이 펄펄 나는듯하다. 가족의 정을 끊고 출가를 결심한 우리 스님들. 혹자는 너무 냉정하다고도 한다. 어떻게 부모를 버리고 출가를 하냐고. 하지만 부모 자식 간의 정을 끊는 것은 더 큰 사랑과 자비 그리고 지혜를 얻기 위함이다. 이제는 나의 부모님을 애착의 마음이 아닌 연민의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가슴이 돼 두 분의 삶의 여정이 행복으로 마무리 될 수 있도록 함께 ‘꿈이 이루어 지는 길’을 걷는다. 

바다를 바라보며, 파란 하늘 속에 우뚝 선 관세음보살님! 그 앞에 엎드려 소원을 비는 수많은 사람들. 사람들은 소원을 빌고, 보살은 그 소원을 들어준다. 거기에는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의 분별이 없다. 그저 모두를 안타깝게 여기고 들어줄 뿐이다. 허공에 가득한 관음의 자비가 바람이 돼 모두의 얼굴을 스친다. 굽은 허리로 관세음보살님 앞에서 절을 올리며, 언제나 그러했던 것처럼 자신을 위한 기도보다는 자식들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또 바라는 어머님의 간절한 마음은 이미 관세음보살이 되셨다. 하늘 가득한 관음의 마음이 어느덧 내 속으로도 들어온다. ‘사람들의 소원 하나, 하나를 들어 주시는 관세음보살님처럼 저도 세상의 관음이 되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겠습니다. 분별없이 저들의 아픈 마음들을 보듬어 주고, 함께 지혜롭게 고난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꽉 막혔어도 차 속의 나의 부모님은 즐겁기만 하다.

[불교신문3336호/2017년10월11일자] 

자우스님 논설위원·비로자나국제선원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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