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산서 북녘 바라보며 큰 자비심 품다

‘53기도도량 순례’ 제19차 순례법회가 가을 초입인 지난 9월8일, 9일 양일간 강원도 철원 도피안사에서 봉행됐다. 회원들은 순례 첫째 날인 8일 도피안사 경내 법회 후 옛 노동당사 앞에서 이현종 철원군수 등과 함께 전몰장병 호국영령 위령제(아래 작은 사진) 등도 거행했다.

살아 숨 쉬는 대광왕과 함께 
‘깨달음의 세계’로 더 다가가 
군법당에 ‘평화의 불’ 밝히고
6ㆍ25호국영령 위령제 봉행

‘53기도도량 순례’ 제19차 순례법회가 지난 9월8일, 9일 양일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관우리 화개산 도피안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피안(彼岸)은 불가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이를 모르고서 불교의 가르침을 증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거 수많은 선지식들이 그랬고 근현대의 선지식들이 피안을 위해 수행을 해왔다. 그럼, 도대체 ‘피안’이란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 걸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차안(此岸)이다. ‘차안’의 ‘차(此)’는 지금 ‘이곳’이라는 의미이고 반대로 ‘피안’의 ‘피(彼)’는 ‘저쪽’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럼, ‘저쪽’이란 어떤 곳인가. 깨달음이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피안’은 궁극적인 깨달음 혹은 해탈에 이르는 곳을 의미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늘 미혹과 번뇌로 인해 육도윤회를 거듭한다. 즉 죽고 나는 생사유전(生死流轉)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를 완전히 끊기 위해 해탈에 이르러 영원한 생명을 유지하는 게 바로 ‘피안의 길’이다. 고로 ‘차안’은 미혹과 번뇌가 있는 현재의 세상을 뜻하고 ‘피안’은 미혹과 번뇌를 넘어선 깨달음의 저쪽 세상을 뜻한다. 불교의 궁극적 수행은 ‘차안’에서 ‘피안’으로 도달하는 데 있는데 이를 산스크리트어로 ‘바라밀다(波羅密多)’라고도 한다. 우리 회원들이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 있는 도피안사를 찾아간 이유도 깨달음이 있는 ‘피안’의 세계를 찾아서 대광왕이라는 선지식을 친견하고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이다. 

시나브로 가을이 깊어가는 구월의 새벽, 우리 회원들은 전국 법등에서 일제히 도피안사로 향했다. 철원은 6ㆍ25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 땅이었는데 치열한 전투 끝에 회복한 땅이다. 그러한 곳에 도피안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먼 길이었다. 부산, 경남 등 남쪽에서 출발한 버스들은 족히 대 일곱 시간은 걸릴 먼 거리였다. 

꽃이 만개한다는 화개산 도피안사에 들어서자 구월의 꽃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늘 가을은 위쪽에서 시작되므로 남쪽의 가을보다 빠르다. 나무들이 잎들을 붉게 스스로 물을 드린 까닭이 아닐는지. 일주문 앞에 들어서자 도피안사 주지 묘담스님과 대중들이 우리 회원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 멀고 먼 도피안사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스님과 대중들이 합장하면서 인사를 건네는 순간, 우리 회원들의 지친 몸도 다 풀려나갔다. 그들이 바로 오늘 우리 회원들이 맞이해야 할 <화엄경> 입법계품의 19번째 선지식인 대광왕이다. 

선묵혜자스님과 묘담스님은 일산(日傘)아래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모시고 절 마당으로 들어섰다. 도피안사 그 이름만으로도 뭔가 깊은 내력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주변에는 병풍처럼 우거진 숲이 맑은 공기를 품어내고 그 속에 그림처럼 작은 절이 숨겨져 있었다. 이곳은 신라 때 도선국사가 1500여 명의 향도(鄕徒)들과 함께 철불(鐵佛)을 조성하고 이를 안치하기 위해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6ㆍ25전쟁은 이 도피안사를 완전히 불태우고 말았다. 하지만 부처님의 위신력은 세다. 왜일까? 당시 사라진 철불이 다시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철원지역 사단장이었던 이명재 장군의 꿈에 불상이 나타났는데 그 철불이 “땅속에 묻혀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한다. 이상한 기운을 느낀 장군은 다음날 전방시찰을 나섰다가 꿈에 본 사람이 앞에 있는 것을 보고는 그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곳이 바로 도피안사였고 이곳을 수색하다가 땅속에 묻혀 있던 철불을 발견했던 것이다. 참으로 신통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도피안사라는 절 이름이 주는 의미는 더욱 깊다.

법회가 시작됐다. 육법공양,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108참회기도를 했다. 그리고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여러분들은 참으로 먼 길을 오셨습니다. 이곳 철원은 남한에서 보면 최북단이라 할 수 있지요. 여기서 10분만 더 가면 바로 북한 땅입니다. 늘 남북이 긴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실로 마음을 내지 않고서는 참으로 오기 힘든 먼 곳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피안이란 ‘바라밀다’ 즉 ‘깨달음이 있는, 해탈이 있는 저쪽’을 뜻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이곳에서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19번째 선지식인 대광왕을 이미 만났습니다. 그가 누구입니까. 돌아보세요. 비로 옆에 있죠. 옆에 있는 도반이 바로 대광왕이고 앞에 서 있는 선묵혜자스님과 묘담스님 입니다. 이를 잘 아셔야 합니다. 둘러보세요. 우거진 숲이 얼마나 마음을 설레게 합니까? 53기도도량 순례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죠. 기왕 이곳에 와셨으니 열심히 기도를 하시고 보다 큰마음으로 보시를 하세요.”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대광왕으로 부터 얻은 가르침은 무엇일까? 대승의 보살행은 어디까지나 중생을 위한 크나큰 자비심이 근본이기 때문에 이 자비심을 위해 발심하고 보리심을 닦게 되면 자신과 같은 대광왕이 되어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왕의 이름이 큰 대(大), 빛 광(光) 대광(大光)인 것은 항상 중생들을 크게 이롭게 해주고자 하는 삼매의 빛으로써 여러 중생들을 비추어 그들을 이롭게 하고 자유자재하게 교화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어 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열아홉 번 째 선지식인 대광왕의 가르침은 자비심을 가지고 중생들을 대하라는 것이다. 

도피안사 순례를 봉행한 뒤 우리 회원들은 첫째 날 옛 노동당사를 방문, 이현종 철원군수와 함께 전몰장병 호국영령 위령제를 봉행했다. 그리고 육군 6사단에 군법당인 호국청원사를 방문하였고 둘째 날에는 기도를 하다가 일원상이 나투었는데 그날 오후 육군 3사단을 방문하여 군법당인 호국삼불사에 평화의 불을 각각 분양, 점등했다. 그 모습을 보자 우리 회원들의 마음속에는 그지없는 신심과 환희심이 일었다. 아울러 우리 회원들은 기와불사와 직거래장터, 국군장병 초코파이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108약사여래 보시금 수여행사도 가졌다.  

묘담스님    철원 도피안사 주지

[불교신문3336호/2017년10월11일자] 

선묵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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