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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10.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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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기도도량순례] - 제19차 철원 도피안사 순례 (대광왕을 찾아서)화개산서 북녘 바라보며 큰 자비심 품다
‘53기도도량 순례’ 제19차 순례법회가 가을 초입인 지난 9월8일, 9일 양일간 강원도 철원 도피안사에서 봉행됐다. 회원들은 순례 첫째 날인 8일 도피안사 경내 법회 후 옛 노동당사 앞에서 이현종 철원군수 등과 함께 전몰장병 호국영령 위령제(아래 작은 사진) 등도 거행했다.

살아 숨 쉬는 대광왕과 함께 
‘깨달음의 세계’로 더 다가가 
군법당에 ‘평화의 불’ 밝히고
6ㆍ25호국영령 위령제 봉행

‘53기도도량 순례’ 제19차 순례법회가 지난 9월8일, 9일 양일간 강원도 철원군 동송읍 관우리 화개산 도피안사에서 여법하게 봉행됐다. 피안(彼岸)은 불가에서 흔히 쓰이는 단어이다. 이를 모르고서 불교의 가르침을 증득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과거 수많은 선지식들이 그랬고 근현대의 선지식들이 피안을 위해 수행을 해왔다. 그럼, 도대체 ‘피안’이란 어떤 뜻을 내포하고 있는 걸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차안(此岸)이다. ‘차안’의 ‘차(此)’는 지금 ‘이곳’이라는 의미이고 반대로 ‘피안’의 ‘피(彼)’는 ‘저쪽’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럼, ‘저쪽’이란 어떤 곳인가. 깨달음이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피안’은 궁극적인 깨달음 혹은 해탈에 이르는 곳을 의미한다. 

인간이란 존재는 늘 미혹과 번뇌로 인해 육도윤회를 거듭한다. 즉 죽고 나는 생사유전(生死流轉)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를 완전히 끊기 위해 해탈에 이르러 영원한 생명을 유지하는 게 바로 ‘피안의 길’이다. 고로 ‘차안’은 미혹과 번뇌가 있는 현재의 세상을 뜻하고 ‘피안’은 미혹과 번뇌를 넘어선 깨달음의 저쪽 세상을 뜻한다. 불교의 궁극적 수행은 ‘차안’에서 ‘피안’으로 도달하는 데 있는데 이를 산스크리트어로 ‘바라밀다(波羅密多)’라고도 한다. 우리 회원들이 강원도의 깊은 산골에 있는 도피안사를 찾아간 이유도 깨달음이 있는 ‘피안’의 세계를 찾아서 대광왕이라는 선지식을 친견하고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이다. 

시나브로 가을이 깊어가는 구월의 새벽, 우리 회원들은 전국 법등에서 일제히 도피안사로 향했다. 철원은 6ㆍ25한국전쟁 이전에는 북한 땅이었는데 치열한 전투 끝에 회복한 땅이다. 그러한 곳에 도피안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참으로 먼 길이었다. 부산, 경남 등 남쪽에서 출발한 버스들은 족히 대 일곱 시간은 걸릴 먼 거리였다. 

꽃이 만개한다는 화개산 도피안사에 들어서자 구월의 꽃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늘 가을은 위쪽에서 시작되므로 남쪽의 가을보다 빠르다. 나무들이 잎들을 붉게 스스로 물을 드린 까닭이 아닐는지. 일주문 앞에 들어서자 도피안사 주지 묘담스님과 대중들이 우리 회원들을 마중 나와 있었다. 

“안녕하세요, 이 멀고 먼 도피안사에 오신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스님과 대중들이 합장하면서 인사를 건네는 순간, 우리 회원들의 지친 몸도 다 풀려나갔다. 그들이 바로 오늘 우리 회원들이 맞이해야 할 <화엄경> 입법계품의 19번째 선지식인 대광왕이다. 

선묵혜자스님과 묘담스님은 일산(日傘)아래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평화의 불을 모시고 절 마당으로 들어섰다. 도피안사 그 이름만으로도 뭔가 깊은 내력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주변에는 병풍처럼 우거진 숲이 맑은 공기를 품어내고 그 속에 그림처럼 작은 절이 숨겨져 있었다. 이곳은 신라 때 도선국사가 1500여 명의 향도(鄕徒)들과 함께 철불(鐵佛)을 조성하고 이를 안치하기 위해 창건한 절이라고 한다. 6ㆍ25전쟁은 이 도피안사를 완전히 불태우고 말았다. 하지만 부처님의 위신력은 세다. 왜일까? 당시 사라진 철불이 다시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철원지역 사단장이었던 이명재 장군의 꿈에 불상이 나타났는데 그 철불이 “땅속에 묻혀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한다. 이상한 기운을 느낀 장군은 다음날 전방시찰을 나섰다가 꿈에 본 사람이 앞에 있는 것을 보고는 그의 안내를 받아 찾아간 곳이 바로 도피안사였고 이곳을 수색하다가 땅속에 묻혀 있던 철불을 발견했던 것이다. 참으로 신통한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도피안사라는 절 이름이 주는 의미는 더욱 깊다.

법회가 시작됐다. 육법공양, 천수경과 사경, 안심법문, 108참회기도를 했다. 그리고 선묵혜자스님의 법문을 들었다.

“여러분들은 참으로 먼 길을 오셨습니다. 이곳 철원은 남한에서 보면 최북단이라 할 수 있지요. 여기서 10분만 더 가면 바로 북한 땅입니다. 늘 남북이 긴장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실로 마음을 내지 않고서는 참으로 오기 힘든 먼 곳입니다. 하지만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피안이란 ‘바라밀다’ 즉 ‘깨달음이 있는, 해탈이 있는 저쪽’을 뜻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이곳에서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19번째 선지식인 대광왕을 이미 만났습니다. 그가 누구입니까. 돌아보세요. 비로 옆에 있죠. 옆에 있는 도반이 바로 대광왕이고 앞에 서 있는 선묵혜자스님과 묘담스님 입니다. 이를 잘 아셔야 합니다. 둘러보세요. 우거진 숲이 얼마나 마음을 설레게 합니까? 53기도도량 순례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죠. 기왕 이곳에 와셨으니 열심히 기도를 하시고 보다 큰마음으로 보시를 하세요.” 

화엄경에서 선재동자가 대광왕으로 부터 얻은 가르침은 무엇일까? 대승의 보살행은 어디까지나 중생을 위한 크나큰 자비심이 근본이기 때문에 이 자비심을 위해 발심하고 보리심을 닦게 되면 자신과 같은 대광왕이 되어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왕의 이름이 큰 대(大), 빛 광(光) 대광(大光)인 것은 항상 중생들을 크게 이롭게 해주고자 하는 삼매의 빛으로써 여러 중생들을 비추어 그들을 이롭게 하고 자유자재하게 교화하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지어 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말하자면 열아홉 번 째 선지식인 대광왕의 가르침은 자비심을 가지고 중생들을 대하라는 것이다. 

도피안사 순례를 봉행한 뒤 우리 회원들은 첫째 날 옛 노동당사를 방문, 이현종 철원군수와 함께 전몰장병 호국영령 위령제를 봉행했다. 그리고 육군 6사단에 군법당인 호국청원사를 방문하였고 둘째 날에는 기도를 하다가 일원상이 나투었는데 그날 오후 육군 3사단을 방문하여 군법당인 호국삼불사에 평화의 불을 각각 분양, 점등했다. 그 모습을 보자 우리 회원들의 마음속에는 그지없는 신심과 환희심이 일었다. 아울러 우리 회원들은 기와불사와 직거래장터, 국군장병 초코파이보시,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108약사여래 보시금 수여행사도 가졌다.  

■ 53기도도량 순례를 맞이하며…

“일심으로 정진해  깨달음 이루시길”   

묘담스님    철원 도피안사 주지

53순례기도회 회원 여러분, 우리 도피안사는 신라시대의 고승이자 풍수지리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대중 1500여명과 함께 철불을 조성하고 삼층석탑을 세우면서 창건한 유서 깊은 고찰입니다. 도선국사가 도피안사를 창건한 배경에는 기묘한 전설이 있습니다. 당시, 철원 안양사(安養寺)에 봉안하려 했던 불상이 운반 도중 없어졌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금의 도피안사 자리에 안좌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도선국사는 불상의 뜻을 짐작하고 불상이 앉았던 자리에 도피안사를 창건하고 철불을 모셨으며, 도피안사가 자리한 화개산(花開山)이 물 위에 떠 있는 연약한 연꽃의 모습이어서 철불과 석탑으로 산세의 허약함을 보충하고, 외세의 침략에 대비했다고 합니다. 이런 면에서 도피안사는 참으로 의미가 깊은 사찰입니다.

또, 도피안사는 한국전쟁 때 전화(戰禍)로 완전히 폐허가 됐었는데 이렇게 재건된 배경에도 영험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1959년 어느 날, 육군 제15사단장 이명재 장군이 땅속에 묻힌 불상이 답답하다는 내용의 꿈을 꾼 후, 이튿날 전방 시찰을 나갔습니다. 장군은 갑자기 갈증을 느껴 부근의 한 민가에 들어갔다가 간밤 꿈에서 땅속에 묻힌 불상과 함께 보였던 안주인을 만나고는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장군은 그 여인의 안내를 받아 불타 없어진 도피안사 터를 찾아가 땅속에 묻혀 있던 철불을 발견해 도피안사를 재건하게 된 것입니다. 

도피안사는 어떤 뜻이 담긴 이름일까요? ‘사바세계(此岸)를 넘어 깨달음의 세계(彼岸)에 도달한 사찰’이라는 말로 풀이됩니다. 지금 여러분들은 사바세계가 아닌 깨달음의 세계에 서 계신 것입니다. 대적광전 오른쪽 뒷산에 올라 이름처럼 고즈넉한 마을 월하리를 내려다보면 이곳 철원이 남북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에, 우리 민족에겐 하루 빨리 통일이 되는 것이 피안의 세계임을 보여주려고 도피안사가 창건된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창건설화부터 재건 배경까지 이토록 영험 가득한 도피안사에 오셨으니, 선묵 혜자스님과 함께 여러분도 일심으로 기도 정진하시어 개개인의 소구소원이 이뤄지길 기원합니다. 

[불교신문3336호/2017년10월11일자] 

선묵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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