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사단 서울지역단 신도림역 2번출구 무료급식소 현장

지난 9월25일 서울지역단이 신도림역 2번출구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는 어르신 30여 명이 방문했다. 사진은 어르신에게 나눠줄 음식을 식판에 담는 포교사들의 모습.

막 지은 고슬고슬한 밥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짜장이 그릇에 담긴다. 방금 부친 부추전에 무생채, 가지나물까지 더해져 푸짐해진 식판을 나르는 손길이 분주하다. 따끈한 밥상을 기대하며 일찌감치 무료급식소를 찾은 고령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며 숟가락을 들었다. 음식준비로 오전 내내 땀을 쏟은 게 힘들지 않은 순간이다.

포교사단 서울지역단(단장 이주영)이 신도림역 2번 출구 무료급식소에서 매주 월수토요일 3일간 혼자 사는 어르신들에게 점심공양을 대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9월25일 찾아갔다. 서부지역봉사팀 소속 포교사 10여 명이 이른 아침부터 공양 준비로 분주했다.

신도림역 무료급식소는 20여 년간 ‘사랑의 집’이 운영하던 곳이다. 서울지역단이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된 때는 2016년 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부지역봉사팀은 당시 영등포역에서 불교계가 진행하는 공익사업 행복바라미 모금운동을 하다가 민원 때문에 쫓겨나다시피 그곳을 떠났다. 매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구세군이 지하철 역사 내에서 종을 치며 모금하는 것과 달리 행복바라미운동은 푸대접을 받는 현실이라 마땅한 장소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구청에서 근무하는 포교사의 도움을 받아 신도림역 2번 출구에 겨우 모금함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 때 사랑의 집에서 행복바라미 모금함과 탁자 등 물품을 보관할 수 있게 창고 한 켠을 내줬다. 작은 도움이 고마웠던 서부지역봉사팀은 매월 한 번씩 사랑의집에서 봉사를 시작했다. 김덕중 서부지역봉사팀장은 “국수라도 삶아서 대접하자는 심정으로 지난해 7월부터 한 달에 한 번 무료급식을 했다. 올 초부터는 월2회로 늘어난 게 계기가 돼 지난 7월부터 서울지역단이 위탁운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무료급식소를 위탁한 배경에 대해 이주영 단장은 찾아가는 포교를 위해서라고 말했다. 복지관 등 정부지원을 받아 운영하는 무료급식시설 말고 한 걸음 더 나가 포교영역을 확장해보자는 생각으로 선택했다. “이웃종교는 거리로 나와 전도를 하는데, 우리라고 언제까지 절에서 기다릴 수만 없지 않겠냐”며 “포교사들이 십시일반 정성을 모아 밥을 나누며 부처님 법을 전하는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단 힘만으로 운영할 수 있겠냐는 주변우려와 걱정도 있었지만, 일단 판을 벌였다.

취지에 동참한 포교사들 몇몇은 지난여름 이곳서 비지땀을 쏟았다. 20여 년 가까이 사용해 낡고 노후된 시설을 교체하기 위해서다. 1층 무료급식소와 2층 휴게실 내부 인테리어를 새롭게 단장하고, 주방 살림도 모두 교체했다. 인테리어에 일가견이 있는 김덕중, 김상복, 신창림 포교사가 직접 나서 공사를 주도했다. 

덕분에 1000만 원 가량 시공비를 아꼈지만, 포교사들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일흔셋 김상복 동부지역봉사팀장은 40도가 넘는 컨테이너 안에서 작업하다가 두 번이나 쓰러지기까지 했다. 그런 열정들이 모여 무료급식소는 번듯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다.

무료급식소 개소 소식을 듣고 포교사들은 자신의 일처럼 봉사에 나섰다. 서울지역단 동서남북부 지역봉사팀과 무소유팀이 중심이 돼 운영하며 구로경찰서법우회, 서울교통공사법우회, 구로지역 불자모임인 불이회 등 불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정부지원을 받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식비는 당일 봉사하는 팀에서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식비를 십시일반 하고 노력봉사까지 해야 하는 일임에도 봉사에 동참하겠다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다. 

구로구에 거주한다는 박용문 포교사는 서울지역단에서 무료급식소를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역불자모임 불이회를 조직해 봉사자와 후원자를 모집했다. 뜻을 같이 하는 불자 25명과 함께 월2회 봉사에 동참하는 그는 “포교사들이 지역주민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데 구로에 40년을 산 불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면서 “봉사자와 후원자를 확대해 서울지역단 활동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짜장과 무생채, 가지무침을 준비하는 포교사들.

9월부터 본격 운영을 시작한 급식소에는 하루 30명에서 50명이 찾아온다. 아흔이 넘은 한 할아버지는 점심공양을 먹기 위해 온양에서 지하철을 타고 오기도 한다. 포교사들이 정성을 다해 차려낸 한 끼 밥상에 반해 영등포역으로 가지 않고 신도림역으로 온다는 어르신도 있다. 공양을 마친 어르신들은 빈 식판을 내놓으며 “맛있다” “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공양주 소임을 맡아 주3회 봉사에 참여하는 김월자 포교사는 잔반이 없는 식판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사찰 후원에서 10년 이상 봉사하고, 지난 5년간 안암동에서 어르신 반찬나누기 봉사에 동참해온 노하우를 십분 활용해 어르신들의 입맛을 책임지고 있다. 

김월자 포교사는 “주방에서 인욕 수행한다는 마음으로 지내는데, 매일 아침 3시간씩 기도해온 힘이 없었다면 일찌감치 지쳤을 것”이라며 “위생과 건강까지 고민해 어르신들이 맛있는 공양을 대접한다는 마음으로 즐겁게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기 돈과 시간, 노력을 들여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포교사들은 단순히 한 끼 밥상을 차려내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이를 매개로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는 게 포교사들이 세운 원력이다. 김상복 팀장은 “급식소에 붙여놓은 공양게를 보고 할아버지 한 분이 ‘공양’은 뭐고, ‘보리’는 무슨 뜻인지 물어와 설명한 적이 있다”며 “불교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불교를 전하는 좋은 매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뿐만 아니라 불교를 알리는 다양한 행사도 구상하고 있다. 무료급식소 인근 공원에서 불교음악회나 노인잔치를 열어 지역 주민들에게 불교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김덕중 팀장은 “포교사들 중 재능기부를 받아서 월1회 이발봉사 및 분기별 영정사진 촬영도 계획 중”이라며 “단순히 공양 한 끼를 대접한다는 개념을 넘어 급식소를 매개로 자비활동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서울지역단 활동이 입소문이 나면서 봉사에 동참하고 싶다는 연락도 늘고 있다. 또 다른 포교의 장이 마련된 것을 계기로 신심을 내는 포교사들이 많아진 것이다. 지역단 활동이 군포교와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통일팀 중심이라 상대적으로 위축됐던 봉사팀이 무료급식소 봉사를 하며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끼며 활기를 띠게 됐다고 한다. 

서울지역단은 봉사자와 후원자가 늘어나면 주3일이 아니라 1주일 내내 점심공양을 대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주영 단장은 “서울지역단 재정이 넉넉지 않아 지금은 포교사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내 운영하지만 급식소 운영이 안정되면 후원회 조직도 구성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후배 포교사들이 잘 이어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나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신도림역 무료급식소를 불교를 대표하는 보시행으로 알린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 단장은 “청량리역에서 ‘밥퍼’로 유명한 최일도 목사가 노숙인들에게 밥을 퍼준다. 영등포역에는 토마스의 집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가 있다. 서울역에서는 기독교대한감리회가 서울시 지원을 받아 무료급식을 한다. 무료급식으로 봉사와 선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처럼, 불교도 자비와 보시행으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피력했다.

어르신에게 공양할 부추전 간을 보는 포교사들

[불교신문 3336호/ 2017년 10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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