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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경제] <37> 현대인은 왜 무소유에 열광할까?
  •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17.10.11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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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집과 차, 명품 옷과 가방 등
끊임없이 소유하려 불철주야 고민

삶은 피폐하고 추해지고 피곤해져

주변 모든 것 훌훌 털어버릴 때면
뜻밖의 해방감 경험할 수 있게 돼

법정스님이 돌아가셨을 때, 스님의 저서가 동이 났다. 스님이 절판하라고 유언하셨기에 사람들이 더 이상 구입할 수는 없었다. 기존 책은 모두 품절됐다. 내 친구가 전화를 해서 법정스님의 <무소유>라는 베스트셀러를 구할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오래전에 그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책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았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기에 친구한테 “도서관에서 빌려 줄까?”했더니 읽는 것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소장하고 싶다는 거다. 그것도 두 권이나 필요하다는 거다. 한권은 사돈한테 주고 한권은 자기가 갖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는 “읽으면 됐지 뭘 소유하려고 해? 그러면 무소유가 아니야. 법정스님의 책을 읽으면 무소유를 실천해야지”라고 농담을 하고 말았지만 현대인이 무소유에 열망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기억하는 ‘무소유’는 얇고 담담하게 쓰여 진 수필이었다. 특별히 강하게 무엇을 주장한다기보다 스님의 단순 소박한 삶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그게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현대인은 무소유의 근처에도 못갈 사람들인데 무소유에 열망하다니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사유재산이다. 사유재산은 우리에게 독점적 즐거움을 준다. 남이랑 같이 쓰면 내 마음대로 보관하기도 어렵다. 요즘은 과거와는 달리 사유가 아닌 공유가 경제에서 무서울 정도의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우버’라는 택시 서비스는 택시회사의 차가 아니라 개인이 소유한 차를 개인이 운전해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종이다. 따라서 자기의 차를 남과 공유하면서 돈을 버는 새로운 업종이 탄생한 것이다. 자신의 아파트나 주택에 남는 방이 있으면 남에게 빌려주고 돈을 받는 서비스도 확산 일로에 있다.

바야흐로 자본주의에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형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유재산은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볼 때 여전히 매력적인 제도이다. 어린아이도 어렸을 때부터 장난감을 자기 혼자 독점하고 싶어 하고 남이 갖고 놀려고 하면 뺏으려고 하고 안 주면 울고 저항한다. 인간이 욕망의 존재로 태어나는 한 독점은 본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자본주의가 사유재산제도에 기초하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할수록 우리가 소유하는 물건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물건이 많아질수록 삶은 복잡해지고 단순 소박한 삶과는 거리가 생긴다. 이사를 해본 사람은 우리가 얼마나 불필요한 물건을 떠안고 사는지 안다. 이사를 가기 위해서 짐을 싸며 우리는 불필요한 물건을 정리하고 이사를 간 뒤 짐을 풀면서 또 다시 불필요한 물건을 버린다. 이사는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정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인지도 모른다.

조사에 의하면 사람이 입는 옷은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옷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한다. 내 자신도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즐겨 입는 옷은 소수이다. 얼마 전부터 옷의 구입은 최소화함으로써 소유를 줄이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옷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옷이 너무 많으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옷을 기억도 못한다. 집이 넓어서 소유하고 있는 모든 옷을 옷걸이에 걸어 놓지 않는 한 자기가 가진 옷을 매번 모두 검토한 뒤에 옷을 입지는 않는다. 구입한지 몇 년이 지나고 옷장에 걸어 놓지 않은 옷은 선택에서 제외되기 십상이다. 옷뿐이 아니다.

우리에겐 신용카드가 너무 많다. 나는 몇 년 전부터 가능하면 신용카드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불필요한 신용카드는 번뇌의 원인이기도 하지만 매년 회비까지 나가기에 사실 낭비다. 물론 회비가 1만원 정도에 불과하므로 하나 가지고 있어도 크게 손실은 아니지만 삶은 그만큼 복잡해진다. 연회비 1만원을 내더라도 가끔 특정 카드 소유자에게 몇 만원의 할인이 제공되기에 많은 카드를 소유하는 이점은 분명히 있다. 결국 우리의 지갑에는 여러 장의 신용카드가 들어 있기 마련이다.

슈퍼마켓에 가면 수많은 브랜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연구에 의하면 4개 중에서 한 개를 선택할 때보다 10개 중에서 한 개를 선택할 때 후회가 더 크다고 한다. 경제가 풍요로워질수록 더 많은 선택이 주어지기에 후회가 더 크고 그 만큼 불만도 커진다. 삶이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어느 순간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모든 것을 털어버리면 뜻밖에도 해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것이 무소유의 위력이다. 현대인은 좋은 차, 좋은 집, 명품 옷, 명품 가방을 끊임없이 소유하고자 불철주야 일하고 잔머리를 굴리기에 삶은 피폐하고 추해지고 피곤해진다. 이럴 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훌훌 털어버리면 무소유가 주는 자유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현대인은 이런 무소유를 실천할 수 없기에 우리에겐 무소유가 금지된 것이나 다름없지만 금지된 것을 소망하는 것이야 말로 인간의 로망이 아닐까?

[불교신문3336호/2017년10월11일자]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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