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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를 빛낸 장자 이야기] <37> 여덟 가지 큰 덕을 갖춘 욱가장자 ②“오늘부터 나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소”
  •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 승인 2017.09.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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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기녀들에게
폭탄선언을 한다 

“오늘부터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하는 일에 모든
재산과 시간을 쓸 것이다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나와 더불어 보시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주례사라도 된 듯 
첫째부인이 의지하던
다른 남자를 불러 쾌히 
혼인 승낙을 하는데 … 

어느 해 부처님께서는 안거를 마친 뒤 인도의 여러 곳을 다니시다가 왓지국 핫티가마 부근의 숲에 머무신 적이 있었다. 당시 핫티가마는 술을 마시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왓지연맹의 재정관이자 손꼽히는 거부였던 핫티가마의 욱가장자는 축제 기간 내내 술을 마시며 기녀들이 선사하는 온갖 쾌락을 실컷 누렸다. 축제의 마지막 날, 장자는 마음에 드는 기녀들만 데리고 한적한 숲에서 향기로운 술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같은 시간, 그와 같은 숲에 머물고 계신 부처님을 뵙게 되었다. 부처님을 뵌 순간, 욱가장자는 자신의 방탕한 행동에 커다란 부끄러움을 느꼈고 동시에 취기가 사라지면서 정신이 맑아졌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욱가장자를 위해 여러 방편으로 법문을 듣는 기쁨을 먼저 느끼게 하신 뒤, 적절한 비유를 들어 사성법을 설하셨다. 부처님의 법문을 들은 욱가장자는 곧바로 아나함과를 성취하였고, 기쁨에 넘쳐 죽는 날까지 우바새(출가하지 않은 남자 재가 불자)가 될 것을 선언하였다. 

부처님 앞에서 오계를 받고 

우바새가 될 것을 선언한 욱가장자는 부처님으로부터 직접 재가 제자가 지녀야 할 다섯 가지 계율, 즉 5계를 받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삼보에 귀의한 제자는 마땅히 이 다섯 가지를 계율을 받아 지키고 실천해야 한다. 첫째, 함부로 살생을 하지 말라. 이 세상에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음을 그대는 알아야 한다. 둘째, 남의 것을 탐하거나 훔치지 말라. 내가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은 모든 불행의 원인이 됨을 그대는 알아야 한다. 셋째, 삿된 음행을 하지 말라. 마음으로 짓는 음행 또한 육신으로 짓는 음행과 다를 바가 없다. 욕망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청정한 수행의 시작임을 그대는 알아야 한다. 넷째, 거짓말을 하지 말라. 모든 재앙은 입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그대는 알아야 한다. 다섯째, 술을 마시지 말라. 술은 올바른 정신을 흐트러지게 하고 육신을 제어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대는 알아야 한다.”

부처님께서 마지막 계율을 말씀하실 때 욱가장자의 얼굴은 잠시 붉어졌다. 술에 취한 상태로 부처님을 뵌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내 고요함을 찾았다. 오계를 받은 욱가장자는 부처님의 두 발에 이마를 대고 예배를 올렸다. 그리고 합장을 한 채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집으로 돌아갔다. 

재가불자 되었음을 선언하며

욱가장자가 기녀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자 대문을 지키던 하인이 대문을 활짝 열었다. 장자는 하인에게 부인들을 모두 불러오라고 명했다. 그동안 가문의 넉넉한 재산과 높은 지위를 마음껏 즐겨왔던 장자에게는 아름다운 네 명의 부인이 있었다. 오랜만에 장자의 부름을 받은 부인들은 각기 아름답게 치장을 하고 남편 앞에 섰다. 장자의 표정과 행동이 평소와 다른 것을 눈치 챈 하인들도 방 밖에서 주인이 무슨 이야기를 할까 싶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오늘 그대들을 이렇게 한 자리에 모이도록 한 것은 할 말이 있기 때문이오.”

평소 장자의 총애를 다투던 부인들은 무슨 일인가 싶어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의아해하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부인들을 향해 장자가 이어서 말했다.

“그대들은 이제 분명히 알아야 하오. 오늘부터 나는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소. 오늘부터 나는 죽을 때까지 부처님의 다섯 가지 계율을 받아 지니고 실천하는 것을 제일로 삼을 것이오. 지금 이 순간부터 나는 그대들을 아내로 여기지 않을 것이며 누이동생처럼 보살펴주겠소. 만약 그대들이 나의 뜻을 받아들여서 앞으로도 이 집에서 계속 나와 함께 살고자 한다면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보시를 하면서 복을 지어야 할 것이오. 하지만 만약 나의 뜻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친정으로 돌아가도 좋소. 만약 친정으로 돌아가고자 한다면 지참금을 돌려줄 것이며, 친정으로 돌아가지 않고 다른 이와 혼인을 하고자 한다면 시집을 보내주겠소.” 

기녀들을 모두 내보내고 

욱가장자의 말을 들은 부인들과 하인들은 기절할 것처럼 놀랐다. 하지만 장자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그의 집에 머물게 했던 기녀들까지 모두 돌려보냈다. 그 중에는 장자가 무척이나 아꼈던, 재주와 미모가 뛰어난 기녀들도 많았다. 하지만 장자는 한 치의 아쉬움도 없는 얼굴로 기녀들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이제 분명히 알도록 하라. 나는 오늘부터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하는 일에 내 모든 재산과 시간을 쓸 것이다. 이 집에서 그대들이 해야 할 일은 더 이상 없다. 나를 위해 화장을 하고,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 일은 앞으로 영원히 없을 것이다. 나와 더불어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면 그대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라.”
 장자가 말을 마치자 기녀들 대부분이 한숨을 쉬면서 짐을 꾸렸다. 안락한 삶에 익숙해져있던 기녀들은 안타깝게도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하는 복을 지을 기회가 왔음을 알아보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가무에 대해 무척이나 까다롭고 눈이 높았던 욱가장자의 집에서 머물며 갈고 닦은 기예라면 어느 곳에서든 환영을 받을 것임을 그녀들은 잘 알았다. 게다가 쾌락을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았던 장자 덕분에 알뜰한 기녀들은 적지 않은 돈을 모을 수 있었다. 다만 이토록 좋은 주인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수십 명의 기녀들이 한꺼번에 집을 나서자 그 동안 집안에 가득했던 진한 화장품 향이며 교태 가득한 웃음소리도 사라졌다. 

장자의 부인들은 갑자기 조용해진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때였다. 내내 침묵을 지키던 장자의 첫째부인이 입을 열었다. 

“지금 하신 말씀이 모두 진정이십니까?”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정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첫째부인의 소원도 들어주다 

“무엇이든 말하라.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것이라면 마땅히 그대를 위해 들어줄 것이다.”

“그대가 날마다 기녀들과 또 다른 부인들과 어울리시느라 저를 찾지 않은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대가 오지 않는 밤이면, 저는 그대를 향한 그리움과 외로움을 벗 삼아 밤을 보내곤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를 찾지 않는 그대보다 나를 바라봐주는 다른 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 사람과 남은 생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그대는 오늘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해 살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또한 아내가 필요치 않으며 우리를 누이동생처럼 생각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그대의 아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아내가 되고 싶습니다. 그것이 저의 소원입니다.”

첫째부인의 고백을 듣는 동안 욱가장자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마음에도 전혀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첫째부인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이여, 그대의 소원을 내가 들어주겠소.”

이어서 욱가장자는 첫째부인이 말한 남자를 데려오도록 하였다. 자초지종을 들은 남자는 창백한 얼굴로 끌려오듯 장자 앞에 섰다. 장자는 남자가 오는 동안 이미 하인들을 시켜 집에서 가장 큰 방에 혼인을 치러줄 준비를 모두 마쳐놓은 상태였다. 혼례복을 입은 장자의 첫째부인을 본 남자는 식은땀을 흘렸다. 장자는 마치 주례를 서는 것처럼 왼손으로는 자신의 첫째부인의 팔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준비한 금주전자를 들었다. 그리고 선언했다.

“나는 이제 나의 첫째부인을 그대의 아내로 줄 것을 선언한다.”

욱가장자의 선언을 들은 남자는 충격과 공포로 인해 온 몸에 있는 털이란 털이 모두 곤두서는 것 같았다. 그동안 남몰래 첫째부인을 흠모해왔던 것을 드디어 장자가 마침내 알아챈 것인가 싶어 다리가 후들거렸다. 한참동안 넋을 놓고 있던 남자는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장자에게 물었다.

“장자여, 얼마나 분노가 크면 이런 무서운 농담을 하십니까? 그대가 오늘 나를 부른 것은 나를 죽이기 위함이 분명합니다.” 

[불교신문3335호/2017년10월4일자] 

글 조민기  삽화 견동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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