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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미산정] 평화를 이야기하자
  • 정웅기 논설위원·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
  • 승인 2017.09.28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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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간에 주고받는
말폭탄이 언제 현실로 
옮겨질까 불안하기 그지없다

한걸음 한걸음 청년들의 
정성어린 발걸음이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되고
따뜻한 한 줌 햇살이 되어 
한반도를 휘감은 
전쟁의 어두운 기운을 
걷어내기를
참된 평화의 씨앗으로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나라 밖 지인들에게 걱정을 많이 듣는다. 3자의 시선으로 보면 한반도는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전쟁 위기가 높은 곳이다. 북·미간에 주고받는 말폭탄이 언제 현실로 옮겨질까 불안하기 그지없다. 그런데 정작 우리사회 안에는 평화이야기가 너무 미약하기만 하다.

백번 천번 생각해도 전쟁은 끔찍하고 두려운 일이다. 전쟁은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파괴한다. 가족과의 단란한 식사, 친구들과의 놀이, 취미와 여행 등 일상은 옛 기억이 되고, 피땀 흘려 이룩한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는 것이 전쟁이다. 전쟁의 심각성을 못 느끼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오늘 우리가 맞고 있는 전쟁위기의 본질일지 모른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섞여있는 한국사회는 전쟁이나, 한반도 위기를 인식하는 태도에도 세대간의 차이가 크다. 남한의 국력이 북한을 압도하던 시절 태어나고 자란 청년층에게는 남북이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성이 옅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적대국 북한을 응징해야 한다는 여론이 의외로 높은 세대다. 장년층들은 부모로부터 전쟁의 경험을 전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경험을 과신하기 때문에 태도가 이중적이다. 전쟁의 공포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노년 세대는 평화란 순진한 이상이며, 힘에 의지해야만 평화가 지켜진다고 믿는다. 기회만 된다면 북이라는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대간 경험과 인식차가 이렇게 크다보니, 60여 년 전 참혹한 전쟁을 겪은 나라였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의 평화여론은 작고 잘 모이지 않는다.

남북한 위정자들의 영향도 크다. 북한은 현재의 정전협정을 북미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맞서 남한은 사드배치를 통해 한미군사동맹을 강화해 평화를 보장받겠다고 말하고 있다. 평화를 위해 무기를 개발하고, 평화를 위해 전쟁을 불사한다니 심각한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핵미사일을 앞세워 미국과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다고 진짜 생각하는 것일까? 설혹 그렇게 평화협정을 맺은들 그것이 오래갈 수 있을까? 사드를 배치하면서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면 남한은 과연 평화를 얻을 수 있는가? 그렇게 북한을 압박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주도할 수 있을까?

붓다는 종종 “다툼은 다툼으로 그쳐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쟁은 무기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에 대한 염원으로 막아진다. 북한이 저렇게 날뛰는 데 우리도 별수 없지 않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상대를 탓할 만큼 상황이 한가하지 않다. 평화에는 더없는 인내와 관용이 필요하다. 사소한 개인의 다툼도 그러할진대 증오와 두려움이 켜켜이 쌓여있는 남북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우리 안에 평화를 지키고자하는 염원이 먼저 생겨나고 자라나야 한다. 내가 먼저 평화를 간절히 바라고, 내가 먼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먼저 상대에게 평화롭게 말 걸어야 한다. 순진한 생각이라 할지 모르지만, 이 순진한 생각이 하나둘 모일 때 평화는 우리 곁에 온다. 이것이 붓다가 온 삶을 던져 걸어간 평화의 길이었다.

‘전쟁의 폐허위에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고 싶지 않다’는 평화의 염원을 담아 생명평화대학 청년들이 54일간 인천에서 팽목항까지 4·16순례길을 걸을 예정이다. 세월호가 갔던 뱃길을 따라 걷는 세 번째 순례길이다.

한걸음 한걸음 청년들의 정성어린 발걸음이 시원한 한줄기 바람이 되고, 따뜻한 한 줌 햇살이 되어 한반도를 휘감은 전쟁의 어두운 기운을 걷어내기를, 참된 평화의 씨앗으로 뿌리내리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불교신문3335호/2017년10월4일자]

정웅기 논설위원·생명평화대학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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