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만해대상의 실천부문을 수상한 제인 구달 박사의 별명은 ‘침팬지 할머니’이다. 아마도 어딜 가든 안고 다니는 침팬지 인형 덕에 붙여진 애칭이리라. 거기에 더해 저 아프리카에서 40년 넘게 야생 침팬지와 생활하는 동안 인류사에 획기적인 침팬지 연구자가 된 것을 일컬음일 것이다. 

구달이 23세의 나이로 아프리카 케냐에서 일할 때였다. 어느 날, 침팬지가 풀 이파리를 흰개미들이 사는 땅굴 입구에 깔아놓았다가 풀잎 위에 흰개미가 줄줄이 기어오르면 그걸 통째로 입에 쏟아 넣는 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초식동물로만 알려졌던 침팬지가 흰개미를 잡아먹는 것도 놀라웠지만 풀잎을 도구로 이용하고 있음이 더욱 경이로웠다. 이것은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용어가 생겼을 만큼 오직 인간만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당시 학계의 정설이 완전히 뒤집히는 혁명적인 발견이었다. 

구달의 관찰과 연구 덕분에 인류는 침팬지 및 다른 동물들도 인간처럼 연민과 동정심을 갖고 있으며 감정을 표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침팬지 행동에 대한 그녀의 탐구결과가 인정돼 구달은 캠브리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이후 구달 박사의 동물에 대한 사랑은 점차 환경에 대한 관심으로 넓어져서 이제 그녀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가 되었다.

구달 박사가 수상하기 위해 내한했을 때는 온 나라가 한창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들썩일 때였다. 구달 박사는 “사람에게는 동물들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지켜줄 의무가 있다”고 역설하며 “우리가 매일매일 먹고 입고 구입하는 것에서 부터 삶의 방식을 바꾼다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환경 메시지 전달을 위해 83세의 노구를 이끌고 1년 동안 300여일이나 지구촌을 누비고 다닌다. 

만해스님의 도전 정신과 생명 사랑의 큰 가르침을 인생 여행의 끝까지 이어 가겠다는 구달 박사의 원력과 보살행이 오래도록 참되게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불교신문3335호/2017년10월4일자] 

김숙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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