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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1 (2017).12.1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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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들이 포효한 깨침의 언어를 풀다

깨침의 순간

박영규 지음 / 열림원

한중불교 1500년 속 ‘깨달음’
달마대사부터 혜가·마조스님
나옹·경허·만공·성철스님까지
44명 고승 오도송 의미 밝혀

‘한권으로 읽는…’ 시리즈 저자
꼼꼼하고 깊이있는 해석 돋보여

찰나는 산스크리트어인 ‘크샤나(ksana)’를 중국어로 음역한 불교용어다. ‘아주 짧은 순간’을 일컫는다. 일설에 의하면 사람이 손가락을 한번 튕기는 시간을 65찰나로 보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1찰나를 현대 시간개념으로 환산하면 75분의 1초에 해당한다. 불교적 관점으로 보면 모든 것은 찰나의 시간 동안 생겼다가 멸하고, 멸했다가 다시 생겨난다. 이러한 찰나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우리 인생이다. 사람의 생애는 찰나의 집합이자 동시에 찰나 그 자체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그렇듯, 깨달음과 깨우침은 한순간에 찾아온다. 물론 이 대오각성(大悟覺醒)의 찰나는 이전에 쌓아오고 축적해온 것들의 결과물이다. 진리를 찾아 뼈를 깎는 수행을 하던 선승이 불현듯 ‘깨침의 순간’을 맞이한다. 그리고 그는 그 찰나를 통해 영겁(永劫)으로 들어선다.” <깨침의 순간>을 출간한 박영규 작가의 말이다.

저자는 <한 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시작으로 ‘한 권으로 읽은 실록’ 시리즈를 연이어 발표하며 역사의 대중화를 이끈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번 책에서는 달마대사로부터 1990년대 한국의 성철스님에 이르는 한국과 중국의 1500년 불교역사 속에서 큰 족적을 남긴 44명의 고승들이 깨달음을 얻었던 순간과 그들의 깨달음이 갖는 의미를 밝혔다. 역사를 맛깔스럽게 엮어온 작가답게 특유의 꼼꼼한 기록과 깊이 있는 해석이 돋보이는 책이다. “깨침의 순간은 찰나, 즉 75분의 1초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번개가 치듯 깨달음의 순간은 우리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 찰나의 깨침이 사람을 바꿔놓고 우주를 다르게 보게 만든다. 아니 전혀 다른 우주를 만들어 낸다.” 저자는 “깨침의 본질은 모두 하나”라고 강조하면서도 “물론 깨침의 길과 소리, 언어는 수 만 가지다. 이 같은 길과 소리와 언어는 수만의 붓다를 탄생시켰다. 책은 그들 붓다들의 길과 소리와 언어에 대한 글”이라고 설명했다.

박영규 작가의 신간 <깨침의 순간>에서는 깨침의 순간은 찰나, 즉 75분의 1초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야말로 번개가 치듯 깨달음의 순간은 우리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하지만 그 찰나의 깨침이 사람을 바꿔놓고 우주를 다르게 보게 만든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중국 당나라 때 선승 회양선사가 좌선을 하고 있는 제자에게 다가갔다. “왜 매일같이 좌선을 하느냐?” 제자는 주저 없이 부처가 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회양이 제자 곁에서 벽돌을 돌에 갈기 시작했다. 제자가 무엇을 하는 거냐고 묻자 “거울을 만드는 중”이라고 답했다. 제자가 다시 묻는다. “벽돌을 간다고 거울이 됩니까?” 그러자 회양이 일침을 놓았다. “좌선만 한다고 부처가 되느냐?”

선불교는 참선과 참구를 통해 자기에게 내재해 있는 불성(佛性)을 깨닫는 것을 본질로 한다. 때문에 선승들은 화두에 매달리고 좌선을 하면서 부처에 이르는 길을 찾는다. 하지만 회양은 그 오래된 전통과 관습을 따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제자에게 일침을 가한 것이다. 앞서간 사람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기존 상식과 지식에 얽매여 오히려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대부분의 깨우친 얻은 선승들은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 깨달음에 이르렀다. 달마는 9년간 면벽수행을 했고 혜가는 자신의 팔을 잘라내면서까지 깨달음을 갈구했다. 책에 등장하는 고승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부처의 깨달음은 부처의 것! 네 안의 부처를 먼저 발견하라.”

인류의 역사가 계승과 전복을 반복하면서 발전해온 것처럼, 깨달음의 역사 역시 받아들이고 거부하는 과정을 거치며 이어져 왔다. 선대의 어록과 경전을 공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부정함으로써 선승들은 자신만의 길을 열었다. 탐하는 자는 더욱 탐하고, 무너지는 자는 속절없이 계속 무너지는 삶의 관성에 굴복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얻을 수 없다. 새로운 세상은 결코 열리지 않는다. ‘깨치는 것은 곧 깨지는 것. 나를 깨뜨리지 않으면 참다운 나를 볼 수 없다’는 저자의 말이 가슴을 울리는 이유다.

1996년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을 펴내면서 200만 베스트셀러를 기록, 역사서 대중화에 한 획을 그은 저자는 한국외국어대학에서 독일어를 전공했고 1998년 중편소설 <식물도감 만드는 시간>으로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소설가로 등단하는 등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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