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 선해

성일스님 지음 ·서재홍 옮김/ 담앤북스

근대 중국불교 4대 고승으로 존경받는 성일(聖一)스님이 <반야심경>을 선(禪)으로 해석한 책이 나왔다. 1992년 5월 홍콩 구룡문화센터 강의 내용을 제자 연륜 법사가 기록해 2년 후 중국 소주 한산사에서 간체자로 펴낸 것을 우리말로 옮겼다.

1부에서는 <반야심경>과 마음 전반에 대해 강설하고, 2부와 3부에서는 경전 구절을 하나씩 분석해 설명했다. 불교용어가 낯선 이들을 위해 역주를 달아 이해를 도왔다. 성일스님은 <반야심경>의 핵심을 ‘오온을 비추어 보니 모두 텅 비었다’는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구절로 요약했다. 이 구절은 ‘조(照)’라는 한 글자로 줄일 수 있고, 다시 ‘되돌아 비추어 본다(照顧)’라는 것이다. 성일스님은 “사람들은 모두 자기를 되돌아 비춰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모두 이와 같이 ‘조견오온개공’을 꼭 잡고 가야 합니다.…선정에 한번 들어가면 이 사바세계는 텅 비워지니 생사의 이 현상계에서 열반의 저 세계로 이르게 되고, 사바세계의 예토에서 비로자나불의 큰 바다에 이르게 됩니다.”

성일스님은 참선 수행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참선은 자기 자신을 더욱 깊이 살펴보는 것”이라고 강조한 스님은 “시시각각 화두를 되새겨 보아야 하지만, 되새겨 보는 화두를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바로 그 ‘이해하지 못하는 그것’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고 가르침을 전했다.

또한 <반야심경>을 봉독하고 공부하면 깨달음의 길에 접어들 수 있다고 했다. 성일스님은 “반야바라밀다에 의지하여 수행하면 부처는 보리를 증득하고, 보살은 대열반을 증득하게 된다”면서 “진실로 허망하지 않은 마음이 바로 부처이므로, 결단코 헛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설했다. 2006년 동서문차문화연구소를 개설해 차문화 관련 고문을 강독하며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서재홍 씨는 “반야심경의 요지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우리시대 선지식이었던 성일 종사의 <반야심경 선해>로 나와 국가 사회, 그리고 시간과 공간에서 ‘안심입명(安心立命)’의 자유인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성일스님은 1922년 중국 광동에서 태어나 19세에 연화산 서축림에서 출가했다. 22세에 소관 남화사에서 허운스님에게 구족계를 받았다. 1958년 운거사에서 허운스님에게 자의가사(紫衣袈裟)를 전수 받은 이후 평생 선풍진작과 도제양성에 진력했다. 특히 중국과 홍콩이 30년 냉각기를 깨고 사회 전반에 걸쳐 교류하는데 공헌해 ‘호법금강(護法金剛)’이라 존경받았다. 스님은 2010년 8월3일 세수 89세, 법랍 67세로 열반했다. <선칠개시> 등의 강론집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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