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가봐야할 산사축제 선운문화제로 자리 잡아

선운문화제 참가자들이 석씨원류 경판 이운의식에 직접 참여해 경판을 머리에 이고 법계도를 따라 돌고 있다.

검단선사-보은염 이야기 소재 주목
옛 추억 떠올리며 손편지 쓰기 눈길
가수 웅산 “선운사 아룸다움에 흠뻑”

붉은 꽃무릇이 절정을 이룬 지난 23일 고창 선운사 도량에서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상생을 위해 마련한 제10회 선운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선운사 주지 경우스님은 “가을바람 따라 지장보살의 중생구제의 서원과 미륵의 꿈이 살아 숨쉬는 선운사에서 꽃무릇 가득한 산사의 여유로움과 평화로운 기쁨을 만끽하시길 바란다”며 축제의 문을 열었다.

선운사를 찾은 관람객들은 입구부터 드넓게 펼쳐진 꽃무릇을 보며 탄성을 자아냈다. 고창문학협회가 참여하는 꽃무릇 시화전도 함께 열려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도량 곳곳에도 페이스페인팅, 전통문양 그리기, 한지 바람개비, 전통 매듭 등 체험부스가 마련돼 관람객을 맞았다.

엄마는 아이를 위해 전통문양을 만들고, 아이는 엄마가 만들어준 노리개가 신기한 듯 만지작 거렸다.

올해 처음으로 설치된 가을편지 쓰기 부스는 손편지가 사라진 요즘 옛 추억을 떠올리며 참여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북지방우정청의 협조로 이곳에서 손편지를 써서 보낸 편지를 무료로 발송해주는 부스였다. 경기도 안산에서 선운사를 찾은 김미영(46) 씨는 “여고시절 쓴 뒤 한번도 써보지 못했던 편지를 친구에게 3통을 썼다”며 “가을 산사에서 오랜 친구들에게 편지를 다시 쓰는 경험은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선운사 개산조 검단선사와 보은염에 얽힌 이야기도 스토리텔링과 인형극으로 재현돼 마음을 울렸다. 천연 자염인 보은염은 선운사에만 전해오는 독특한 소재다. 검단선사가 도적들을 설득해 양민으로 교화시키며 소금 만드는 법을 가르쳐 생계를 잇게 한데서 유래했다. ‘은혜 갚는 소금’ 의미의 보은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것이다. 지금도 염전이 있는 사등마을은 검단선사에서 따온 검단리라 불리게 됐다. 인형극을 통해 보은염 이야기를 접한 어린이들은 푹 빠져들었다.

선운사 도량 곳곳에 만개한 꽃무릇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잡는다.

석씨원류 경판 이운의식도 새롭게 재현됐다. <석씨원류>는 부처님 일대기를 그림과 글로 표현한 교본으로 선운사와 남양주 불암사에만 전한다. 참가자들의 접수를 받아 직접 경판을 머리에 이고 경내와 법계도를 따라 도는 의식이다.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도 선운사를 찾았다. 산사음악회 출연진으로 함께 한 웅산은 꽃무릇으로 붉게 물든 선운사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며 30여분 동안 무대를 뜨겁게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리랑심포니오케스트라와 사물놀이패 울림의 콜라보 무대도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아리랑심포니오케스트라는 선운사의 1500년 역사와 미래를 여는 선운사를 음악으로 엮었다.

꼭 가봐야할 산사축제로 꼽히는 선운문화제는 개산 이후 1500년간 이어져온 ‘지역민과 함께 하는 선운사’의 맥을 잇는 문화축제로 24일까지 진행됐다.

선운사와 도솔산을 배경으로 펼쳐진 산사음악회.
선운사 도량 곳곳에는 다양한 체험부스가 마련됐다.
재즈보컬리스트 웅산이 무대에서 열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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