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는 오랜 역사 속에서 고승대덕 스님들과 사부대중이 형성하고 지켜온 많은 재화들을 보유하고 있다. 전국의 국립공원을 비롯하여 명산대천을 끼고 있는 지역에는 고찰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이들 사찰들은 일반인들의 눈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유형무형의 자산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불교계는 기존의 보유하고 있는 재화와 문화유산들조차도 지켜내지도 못하고 잘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앙굿따라니까야>에서 부처님은 어떠한 가문이건 많은 재화를 오래 지키려면 “잃어버린 것을 회복하는 것, 낡은 것을 수선하는 것, 절제 있게 먹고 마시는 것, 계행이 있는 여자나 남자를 중용하는 것” 등의 네 가지를 갖추어야 한다고 설하신 바 있다. 

사찰과 종단을 지키는 소임자들은 어떤 재화든 잃어버리면 반드시 회복하고 복원하기 위해 노력할 때 그것을 지켜내고 후세에 전해줄 수 있다. 또한 전각이 오래되어 낡고 무너질 수 있으면 전문가들이 수선하고 중수하는 불사를 통해 사격을 유지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최소의 소비와 사리사욕을 버릴 줄 아는 절제 있는 대중들이 사찰에서 거주할 때 삼보정재가 유지되고 필요한 곳에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계행을 지키고 윤리적 도덕적 삶을 영위하는 불자들이 사찰을 지킬 때 불교는 사회적 지지기반을 구축하며 전법교화에 앞장설 수 있다. 

최근까지도 사찰의 많은 토지들이 도로, 공원, 주택, 공장 등의 부지로 수용됐다. 토지가 수용되면 대토를 받거나 보상금을 받지만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삼보정재는 결국 사라진다. 또한 불교계는 수많은 유형, 무형의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고 그것들은 향후 문화와 수행포교의 자산이다. 그렇지만 많은 문화자산들이 계승 발전되지 못하고 사장되거나 소멸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계는 많은 유산을 가지고 있음을 자랑만 할 것이 아니라 사라지는 것을 회복하고, 부서져 가는 것은 수선하고, 절제와 계행을 갖춘 대중들이 사찰의 문화자원을 지키고 발전시켜야만 다음 세대들이 이 땅에서 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다.

[불교신문3332호/2017년9월23일자] 

김응철 논설위원·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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