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불교음악원 ‘박범훈과 함께하는 불교음악여행’

'박범훈과 함께하는 불교음악여행'이 지난 20일 서울 국립극장서 열렸다.

“스님들이 ‘지심귀명례~’하는 예불 소리 들어보셨죠? 작곡가인 제가 들어도 그게 참 명곡입디다. 그런데 창작 연대와 창작자를 알아보려고 해도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어요. 해방 후 해인사에서 처음 불려 졌다고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잘 들어보면 사찰마다, 또 스님마다 소리가 달라요. 그게 또 묘민데, 제가 이 예불을 악보로 기록해 편곡을 했거든요. 오늘은 좀 더 색다른 예불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거예요. 젊은 성악 전공자들이 악보만 보고 불러 깊은 맛은 좀 부족할 수 있지만 불교 의식 곡을 악보를 통해 부를 수 있다는 데 큰 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범훈 조계종 불교음악원장의 해설이 끝나자 웅장한 예불 곡이 흘렀다. 심금을 울리는 해금 선율 위로 목탁 소리가 ‘또르르’ 얹히자 바리톤과 소프라노의 힘 있는 목소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

지난 20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 ‘박범훈과 함께하는 불교음악여행’은 불교음악원이 작심하고 연 무대다. 박범훈 불교음악원장이 취임 후 여는 첫 공연이기도 하다.

불교음악원은 불교 음악의 정체성 확립과 연구 등을 위해 조계종이 설립한 전문 기관. 불교 의례의식에 쓰이는 장엄한 범패부터 시대 변화에 따른 창작찬불가까지 그 가치를 규명하고 발전시켜나가고자 2015년 설립됐지만 그간 이렇다할만한 움직임은 없었다. 지난 7월 임명된 박범훈 원장은 “불교 음악이 고유의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고, 감동을 주며, 우리네 삶에 스며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박범훈 원장은 이날 해설과 지휘를 총괄하는 집박(執拍)으로 무대에 섰다. 공연 내내 무대 위를 지키면서도 그가 평생을 바쳐온 국악과 불교 음악의 절묘한 만남을 선보이이며, 억겁의 세월을 흐르며 끊임없이 변화되고 있는 불교 음악의 역사를 하나 하나 되짚었다.

영산회상 중 대풍류에 맞춰 진유림 선생이 '승무'를 추고 있다.
박범훈 조계종 불교음악원장.

“범패는 인도에서 불교와 함께 중국으로 전래됐습니다. 그러나 언어가 달라 곡과 가사가 맞지 않았어요. 때문에 새로운 중국 범패가 탄생하게 됩니다. 이것이 그 유명한 진시왕 조식이 어산에서 범천의 소리를 듣고 지었다는 범패의 탄생입니다.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는 범패는 안채비소리로 ‘염불’, 바깥채비소리로 ‘홋소리’ ‘짓소리’ ‘작법반주소리’로 구분하는데, 오늘은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스님이 ‘영산회상불보살’을 '짓소리'로 불러 주실 겁니다. 한국 춤 대가 진유림 선생님의 ‘승무’도 함께 즐겨주세요.”

인묵스님이 천년의 소리로 화답하자, 객석은 고요로 가득했다. 무대 뒤 대형화면에서는 사찰과 자연의 모습이 흐르며 마치 산사를 고스란히 옮겨온 듯 했다. 국내 내로라하는 명창 선정스님, 안숙선, 오복녀 등 살아있는 인간 문화재들의 목소리를 타고 불보살을 청하는 ‘화정’, 대승 불교 경전 ‘반야심경’ 등도 이어서 울려 퍼졌다. 공연자들은 ‘비나리’ ‘산염불’ ‘탑돌이’ 등 서도소리와 경기 민요를 비롯해 ‘무상계’ ‘연꽃향기 누리 가득히’ 등 창착 찬불가까지 낭창낭창 실어 보냈다.

서양악기로 연주되며 점차 그 색을 잃어버린, 그저 국악의 한 장르로서만 소홀히 다뤄져왔던, 혹은 불교에 뿌리를 두고 있었는지 조차 몰랐던 불교 음악의 정체성을 증명한 무대였다. 박범훈 원장은 “이번 무대를 시작으로 10월부터 조계종 교육원과 함께 전국 사찰을 순회할 것”이라며 “불교 음악의 전통을 기반으로 법당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가정에서도 부를 수 있는 찬불가, 그리고 어린이도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찬불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인묵스님의 '짓소리'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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