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할아버지, 저 번에 절에 갔을 때 새로 오신 주지 스님이 “누리는 시절인연을 잘 만나서 부처님과 일찍 가까워져서 좋겠구나” 하셨어요. 언니한테 시절인연이 뭐냐고 물었더니 때가 되어 만나는 것이라면서 연기법과 비슷하다고 했어요. 연기법과 인연법은 어떻게 다른가요?

‘인’과 ‘연’은 곧 씨앗과 환경이니 
어울려 살아간다는 같은 의미야…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 들어봤지 

A 연기는 인연생기(因緣生起)라는 한자말을 줄인 말이야. 인과 연은 씨앗과 환경을 가리키는데 ‘씨앗과 환경으로 말미암아 일어난다’나 ‘씨앗과 환경이 어울려 살아간다’는 말로 풀이할 수 있어. 그러니까 연기법과 인연법은 다를 바 없어요. 그런데 쭉정이를 심어놓고 알곡이 달리기를 바란다면 이루어질 수 있을까? 씨앗이 옹글어야 알곡이 주렁주렁 달리기 마련이지. 그러나 아무리 좋은 씨앗이라도 땅이 메마르거나 물이 모자라고 햇살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단다. 

누리도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 알지?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인데, 만약 시험이 코앞에 닥칠 때까지 탱탱 놀고 나서 시험점수가 낮게 나왔다고 볼멘소리를 해댄다면 얼마나 우습겠어? 또 몸이 튼튼하려면 음식을 골고루 알맞게 먹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잖아. 그런데 음식을 가려먹거나 운동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학년이 바뀌어 동무들과 서먹서먹할 때 누가 먼저 웃는 낯으로 다가와 부드러운 말씨로 얘기를 나눠주면 금세 마음이 편안해지지 않겠어. 그래서 ‘웃는 낯에 침 뱉으랴?’나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는 속담이 나온 거란다. 여기서 웃는 낯과 고운 말씨는 좋은 벗을 이루는 씨앗이며 환경이라 할 수 있지. 

이제 시절인연 얘기를 해볼까? 꽃을 피우기도 전에 열매를 맺는 푸나무는 없어. 꽃이 먼저 피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열매 맺지. 그 열매들이 여름내 햇볕을 받으며 부쩍부쩍 자라서 가을에 무르익잖아. 이처럼 푸나무가 싹을 틔우고 꽃이 피고 열매 맺는 모든 것이 철, 때를 만나야 이룰 수 있어요. 이를 시절인연이라고 한단다. 그렇더라도 여름지이(농부)들이 철철이 때맞춰 씨를 뿌리고 김을 매어주고 정성들여 가꾸지 않으면 곡식이나 과실이 옹글게 열리지 않아요. 그래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몰라 일을 그르치는 이들을 철모르는 사람 또는 철부지라고 부른단다.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야. 시절인연이 와서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도 사이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좋은 사이를 이어갈 수도 있고 그르칠 수도 있어. 인연을 잘 가꾸어 아름답게 지어가는 것은 우리 몫이지.

[불교신문3332호/2017년9월23일자] 

변택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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