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근면하면 세금 절약할 수 있고 
절약된 세금은 남 위해 쓸 수 있어
‘내 돈 내가 쓰는데 웬 시비’ 태도는 
불교 연기사상 모르는 무지의 증거 

오늘날 모든 사람이 ‘돈, 돈’하며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무조건 희생하라고 요구하면 절대 먹히지 않는다. 불교는 다행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교리에 기초하기 때문에 시장자본주의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삶의 지혜를 제공한다. 대승불교는 중생구제를 목표로 하지만 자신의 이익을 희생하고 남을 위한 헌신과 봉사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자리이타라는 대승불교의 쌍방향적 정신은 현대인에게 더 말 할 나위 없는 지혜로운 행동지침이다. 자리이타란 나의 이익과 남의 이익이 별개가 아니며 자기도 이롭게 하고 남도 이롭게 한다는 의미이다. 자신의 깨달음에만 몰두하는 소승의 수행자가 아니라 타인의 이익도 염두에 두는 대승의 수행자는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자신의 열반도 포기한다는 보살이다.

불교는 다양한 보시를 이야기하고 있다. 보시 중 최고는 법보시, 즉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보시이다. 재물을 보시하는 경우도 있고 수많은 보시의 사례가 경전에 나열돼 있다.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고 옷이 없으면 옷을 주고 머물 곳이 없으면 머물 곳을 제공하는 것이 경전에 나열된 보시의 사례이다. 가난한 사람의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보시는 정부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이기도 하며 경전에는 복지국가의 이상이 설해져 있다. 심지어 고독한 이에겐 아내를 주선해주라고 까지 설한다. 오늘날 중산층이 가난한 사람의 의식주를 해결하는 일을 맡을 수는 없으며 세금을 통해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 부자는 세금 이외에도 자발적 보시를 통해 자신의 능력과 노력 이상의 재산을 세상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 평범한 국민이라면 세금을 내는 일 이외에 남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첫째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근면이다. 최선을 다해도 가난하다면 정부에서 복지로 생존기본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게으르게 노는 사람에게 정부가 돈을 준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오늘날 모든 나라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복지국가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기에 근면하지 못한 사람에게 복지를 주는 정책은 세금을 내는 사람의 불만을 초래한다. 부처님은 근면을 수없이 강조하고 계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까지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면 불교경전에서 말하는 복지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이다. 남에게 보시하려고 궁리할 필요도 없이 내가 근면하면 정부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고 절약된 세금은 남을 위해 쓸 수 있으니 자리이타이다.

둘째로 필요한 것은 절제다. ‘내 돈 내가 마음대로 하는데 누가 시비야’라는 태도는 불교의 연기사상을 모르는 무지의 증거이다. 어떤 사람이 부자가 된 것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만이 아니라 수많은 정부의 지원, 특혜 그리고 국민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이 돈을 많이 써야 경제가 되살아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경제정책이다. 부자가 돈을 쓰지 않고 모아두면 정부가 세금으로 환수하거나 부자가 스스로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의해 세상에 되돌려주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절제는 부자만이 아니라 중산층과 서민도 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이 돈이 없다면서 택시를 타고 다니면 결국 파산하게 되고 정부가 부채를 탕감해주니 그 피해는 타인에게 미친다. 절제에 의해 자원을 절약하고 저축이 늘어난 뒤에 저축이 투자로 이어지며 세금을 통해 부자의 돈이 가난한 사람에게 이동하는 복지혜택이 주어질 때 가난한 사람의 소비가 늘어서 경제가 되살아난다. 부자가 돈을 써야 중산층과 서민도 덕을 본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이론은 더 이상 맞지 않는다고 IMF, OECD에서 주장하고 있다. 절제야 말로 자기에게도 이익이지만 남을 위해서도 이익인 자리이타이다. 불교는 소욕지족을 강조하는 종교이며 돈에 대한 집착을 고통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절제야 말로 돈에 대한 집착에서 떠날 수 있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에겐 근면과 절제 못지않게 중요한 의무가 있다. 자신이 맡은 업무를 성실하고 바르게 수행하는 것이다. 합법적이며 공정하게 자신이 맡은 임무만 수행해도 세상은 엄청 좋아진다. 기부를 하고 자원봉사를 하기 전에 자기 의무를 다하자. 기업인은 소비자를 속이지 않고 세금을 정직하게 내며 종업원을 착취하지 않아야 한다. 종업원도 회사돈 빼먹지 않고 납품업자와 결탁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 공무원도 부패에 연루되지 않고 국민을 위해 바른 정책을 펴면 된다. 교수도 성실하게 학생을 가르치고 공정하게 성적을 매겨야 한다. 우리 모두가 근면하고 절제하며 자신이 맡은 임무를 다할 때 자리이타의 기본이 실현되는 것이다. 그 이후에 기부와 자원봉사를 논하자.

[불교신문3332호/2017년9월23일자] 

윤성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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